“4대강 사태, 처참한 언론 환경이 만들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SBS 스페셜-4대강의 반격’ 만든 송영재 PD

“결국 언론에 책임이 있다.”

지난 11일 ‘두바퀴 현장리포트 오마이리버팀’ 4대강 자전거일주에 동참한  SBS 송영재 PD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29일 방영된 SBS 스페셜 '물은 누구의 것인가- 1부 4대강의 반격' 편의 총괄 PD다.

그는 낙동강 칠곡보에서 낙단보까지 약 57킬로미터를 달린 오마이리버팀의 다섯 번째 날 일정에 동행했다. 인터뷰는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경북 구미시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평소에 자전거를 좀 타냐"는 질문에 그는 "중학교 이후 장거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은 엄살이었다. 몇 십년만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 어색했을텐데, 그는 자전거를 곧잘 탔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에도 선두권에 포함될 정도였다.

"대통령에 의해 좌우되는 후진적 사회, 알리고 싶었다"

일정상 인터뷰 시간이 짧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4대강의 반격’편이 방송된 후 4대강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우리는 시청률로 (반응을) 판단하는 편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숫자(시청률)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 내가 한 작업이 괜히 저쪽(4대강사업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게 아닌가 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생각보다 여러분들이 4대강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들을 하시더라. 어쨌든 이번 방송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정리를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특별법이 논의가 되고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SBS 스페셜 <4대강의 반격> 만든 송영재 PD. ⓒ 오마이뉴스 정대희
이번엔 좀 더 노골적인 질문을 했다.

- 방송 시기를 두고 비판을 하는 사들도 있다. 왜 하필 정권이 바뀌고 나서 방송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개인적으로 4대강 문제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5년 전부터 계획했다. 방송 메커니즘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작PD가 프로그램 계획을 한다고 해서 편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편성은 경영진과 편성담당자의 몫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편성되는 게 아니다. 어쨌든 내부에서 동료들이 '이번에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서 방송을 하게 됐다.”

방송 환경의 문제점을 꼬집은 답변이었다. 이 말을 풀면 방송 프로그램이 경영진과 편성 담당자에 의해 결정되고, 때론 이들에 의해 방영시기사 좌우된다는 것이다. 다시 4대강을 돌아와 물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 당시 세금 22조 원 이상을 투입한 사업으로 지난 1월 감사원은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 법적, 환경적 문제에도 4대강 사업이 실시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느낀 소감을 듣고 싶다.

“방송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한데, 왜 우리 사회가 법치대로 움직이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 1인의 생각대로만 움직여지는 후진적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부각시키고 싶었다. 결국 시민 의식이 성숙되지 않아 4대강 사업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민사회의 정치인식이 좀 더 발전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대통령 1인에 의해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허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분명히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까지 했지만 헌법을 무시하고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했다. 절차상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도 편법으로 피해가는 후진성, 그게 문제다.”

“언론이 제역할을 못해서 4대강사업 문제 생겨”

‘언론의 책임’을 묻자 줄곧 차분했던 그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그리고 앞선 대답과는 달리 말이 길어졌다.

“결국 언론이 전혀 역할을 못해서 이런 사태(4대강 사업 문제)가 벌어졌다.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사회 아젠다셋팅(의제설정)이 아직도 조중동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대립도 저쪽(조중동)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 우리 사회 양심세력이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의제설정을 깰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자가 양심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도 다양한 측면에서 봐야한다. 우리 사회 언론시장은 상당히 혼탁하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같은 새로운 언론 형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탁한 시장 속에도 분명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이 있다. 4대강 사업만을 놓고 볼 때도 '조중동' 안에서도 양심세력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두 명의 기자가 기사를 쓴다고 해서 전체 언론 지형을 쥐고 흔들고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MB정권 들어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역할이 강화됐다.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방송언론의 지형변화, 그리고 청와대와 밀접하게 결탁돼 있는 <조선>,<동아>의 영향력 아래서 한두 명의 기자가 제 목소리를 낸다고 변하기 힘들다. 방송도 사실 KBS와 MBC에서 먼저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다가 잘리지 않았나. 그러면서 KBS와 MBC가 제기능을 못하고, 처참한 상황이 됐다. 그 문제는 기자와 PD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다 구미시로 들어서는 지점에서 한 대화가 생각났다. 4대강과 언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MK(MBC와 KBS)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SBS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게 않다. 적당히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도까지만 저울질하는 수준이다.”

▲ SBS스페셜 '4대강의 반격'의 한 장면. ⓒSBS
그의 말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냄새가 풍겼다.

출발을 재촉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 방송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달라.

“담지 못한 이야기는 없다. 애초 기획 단계부터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4대강 사업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정부에서 말했던대로 수긍하고 받아들였던 이들에게 정확하게 이면을 보여주는 수준에서 접근했다. 시간 분량이 제한돼 내성천 구간 이야기를 담지 못한 게 아쉽다. 부산 국토청에서 4대강 사업처럼 보를 쌓고 공원을 만들려고 구체화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부산 국토청이 4대강 사업처럼 한다면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평을 들을텐데 과연 시도할지는 의문이다.

4대강 사업 초기 낙동강을 와 봤다. 그때만 해도 모래사장이 상당했는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볼 수 없어 아쉽다. 4대강 문제를 보면 이렇다.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따라서 3명 중 1명이 항상 보는 우리 하천의 모습은 한강 서울 구간이다. 반 호수화된 모습. 그래서 그걸 항상 강의 본래 모습으로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반감이 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강 문제도 4대강의 재자연화 문제를 논하는 연장선에서 전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