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절에 타임머신 타고 돌아본 노사관계

|contsmark0|노동절특집 <그들에게는 브레이크가 없었다>를 제작하고 나서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아무도 촬영에 응하지 않을 꺼다. 파산한 회사의 사업주가 미쳤다고 출연해서 아픈 상처를 다시 들춰 내려 하겠는가.”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동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contsmark4|2002년 2월, 노동부에서 발표한 ‘노사실패사례 보고서’를 신문지상을 통해 접한 것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된 배경이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노사협력에 실패함으로써 망한 회사를 분석해본 결과 “평균 23년 동안 성장 해온 회사가 파산하는데 불과 23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contsmark5|노사대립을 통해 파산까지 간 시간이 평균 230일. 노사 쌍방이 서로의 주장을 되풀이하다 파국에 이르는 동안 그들에겐 자신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진실이고 사실이었을 것이다.
|contsmark6|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첨예한 노사대립 시기에는 볼 수 없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상대에 대한 이해를 지금은 프로그램에 담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 동료들의 우려처럼 다른 직장에서 일하거나 재취업을 준비중인 노동자들은 쉽게 인터뷰에 응했으나,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노동조합의 ‘노’자도, 과거 사업장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완강히 거부했고 인터뷰는 말도 꺼낼 수 없을 정도였다.
|contsmark7|10여 개 회사의 폐업한 사장들에겐 소위 말해 씨알도 안 먹혀 프로그램을 포기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3개회사 사주로부터 어렵게 취재 허락을 받았다.
|contsmark8|취재를 시작하며 “그들이 과연 솔직해 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같은 것을 가졌다. 그러나 제작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그들은 훨씬 솔직하며 감정적이었고 용감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내주었다. 우선 폐간한지 7개월 된 광주매일신문.
|contsmark9|지금은 선친의 건설회사를 운영중인 고경주 전 사장은 “타임머신이 있어 폐업 전으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사원 한 명 한 명씩 만나 대화해 보고 싶다. 그때 그렇게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고 현재 다른 주간 신문과 광주매일 복간을 준비하고 있는 노조측은 “정말 폐업까지 갈 줄은 몰랐다. 폐업 후 3·4개월 동안 회사가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착각했다”라며 서로가 시간이 흐른 뒤 당시와는 조금 다른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contsmark10|타임머신을 타고 가깝게는 6개월, 2년 전, 파산직전 회사의 상황으로 돌아간 사업주와 노동자들은 모두가 울분과 회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을 여전히 갖고 있었고, 그들 각자의 입장에서 타협 없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contsmark11|아주 운 좋게 취재한 대구 섬유공단내의 (주)k-스틸 기숙사는 노사가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마주 달린 결과, 파국을 보여주는 극명함을 보여주었다. 중소기업수준을 넘어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으며 2001년 초 파산 후 사라진 회사의 기숙사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contsmark12|노동자가 사라진 파산한 회사의 기숙사는 그야말로 폐허였고 곰팡내로 건물전체가 썩어 가고 있었고, 버려진 작업복사이로 ‘생존권 투쟁’이라는 구호만 남아있었다.
|contsmark13|지금은 사라진지 7개월 째인 광주매일 신문사의 편집국은 노사의 어느 쪽 주장이 더 옳고 주장이 강했던가를 따지기 전에 폐허로 변한 편집국 원고사이로 나뒹구는 기자수첩은 ‘과연 누가 승리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contsmark14|기업주나 노동자 상호간의 신뢰 부재는 기업이 위기의 순간에 부딪칠 때 파국을 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contsmark15|그러나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노사 공존을 원한다면 실패한 경영자로서 죽일 놈이 되어버린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대표나 조합원들 스스로도 일정부분 책임과 역할이 있었음을 말이다.
|contsmark16|신뢰를 잃어버린 노사가 브레이크를 스스로 떼어버린 채 전속력으로 마주 달려 결국 파산한 후,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contsmark17|“노사공존이 불가능한 회사는 결국 문을 닫을 것이고, 파산 절차를 밟아간다. 파국을 막기 위해 노사 모두가 지혜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contsmark18|강성욱경인방송 편성제작국
|contsmark19|
|contsmark20|
|contsmark21|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