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MBC 어버이날 특집 다큐 -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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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 통하는 창을 만난다

|contsmark0|가끔 tv를 보다 우는 사람을 본다. 딱히 프로그램이 슬퍼서라기 보다 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만나기 때문이다. 깊은 밤, 버스를 타고 가다 창 밖의 작은 풍경이 매개가 되어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 듯이 말이다. 어버이날 특집 <어머니>는 그런 기억의 창 역할을 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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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어머니에게로 이르는 창 같은 프로그램
|contsmark4|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나 자신이 바로 어머니로 통하는 창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벌어진 입 위로 하얀 천이 덮어지던 순간이 기억난다.
|contsmark5|아버지는 학교에 가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라고 말하라고 했다. 나는 조퇴를 하고 돌아왔다. 그것이 이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죽음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나이를 먹으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창 위로 얼핏 얼핏 떠오르는 걸 느꼈고, 작년 말 계기 특집안을 마련할 때 고집을 부려 어버이날 특집을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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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세 사람의 어머니 이야기
|contsmark9|<어머니>는 세 사람의 어머니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뇌졸중으로 전신마비가 된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신세대 며느리, 희귀병을 앓고 있는 시인과 헌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뒤늦게 후회하는 딸.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형식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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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미친 며느리’신세대 부부의 어머니 간병기
|contsmark13|자칭 ‘미친 며느리’ 강지은씨는 뇌졸중으로 왼손과 입만 겨우 움직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녀의 사연을 만난 곳은 인터넷이었다. 그러나 지은씨를 직접 만나기까지 나는 두 달을 더 기다려야했다.
|contsmark14|한 달 여의 추적 끝에 지은씨의 남편 이광용씨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후배 이동희 pd가 광용씨를 섭외 하러 무작정 인천으로 갔다. 동만 알고서… 이 부부를 만난 첫 인상은 어머니간병을 하면서도 찌든 구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contsmark15|우선 너무 잘생기고 표정이 밝았다. 아마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이 간병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 듯하다. 강지은씨의 이야기는 과거의 무조건적인 효부사연과는 달라서 좋았다. 요즘 신세대들은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강지은씨와 이광용씨를 보면서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시동생이 tv출연을 꺼려 형제가 함께 고생하면서 어머니를 모시던 얘기 등 가족사를 자세히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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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돌 시인과 어머니’ - 헌신적인 사랑
|contsmark18|어느 날 뉴스를 보다 박진식씨가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의 곁에는 어머니가 있었고, 진식씨의 시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박진식씨를 만나러 순창으로 갔다.
|contsmark19|온 몸이 굳어 돌이 되어 가는 진식씨. 어머니는 마치 마네킨처럼 빳빳하게 굳은 그의 몸을 번쩍 일으켜 세웠다. 박진식씨는 어버이날 특집을 하자는 제안에 두 가지 소원을 말했다.
|contsmark20|“바다를 보고 싶다. 그리고 인세로 번 돈으로 어머니께 의치를 해 드리고 싶다.” 바다 보기는 진식씨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자신에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소망대로 시집이 좀 잘 팔렸으면. 그래서 어머니 노후대책을 마련해 드렸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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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어머니가 떠난 후’재연을 해야 할 것인가?
|contsmark24|이소순씨의 어머니는 3년 전 5월 8일 어버이날 돌아가셨다. 갑상선암 선고를 받은 지 4개월 만이었다. 어머니가 이미 떠나 버려, 과거형 이야기인 이소순씨의 사연은 재연을 하지 않으면 잘 전달이 되지 않을 듯했다. 재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contsmark25|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재연여부 결정이었다. 세 아이템 모두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재연했지만 ‘미친 며느리’는 재연 부분을 버렸다. 아픈 어머니를 대신하기엔 재연이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재연이 상황을 더 극화시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렸다.
|contsmark26|소순씨의 이야기 경우에도 재연을 한 것에 대해 다큐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의 선입견은 왠지 다큐와 재연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나 같은 논쟁적인 다큐의 경우 인터뷰와 재연, 혹은 기록을 토대로 재연한 다큐라는 걸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다큐의 제작기법에 대해 너무 ‘시네마 베리떼’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ontsmark27|즉 현장을 전달하는 것만이 정통 다큐인 듯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이건 1960년대식 다큐제작관이다. 마치 다큐가 다루어야 할 소재가 ‘사회적 정의’라는 1930년대 영국식 다큐관처럼 말이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는 기법에 대해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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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제 각기 다른 어머니에 대한 기억다른 공감대
|contsmark31|옴니버스 구성의 경우 대개 제작 스태프사이에서 인상적인 코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런데 어머니의 경우 사람들마다 공감하는 아이템이 달랐다. 바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연관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미친 며느리’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나 자신은 어머니가 떠난 후 후회하는 이소순씨의 사연에 가장 공감이 갔다. 바로 평범한 우리들 이야기이니까.
|contsmark32|어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힘든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어머니는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이소순씨의 경우처럼 일상이다. 너무 가까워서 잊혀진 존재. 나는 시청자들이 어버이날 특집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만났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contsmark33|윤미현mbc 시사제작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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