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종일방송 1년 만에 ‘계륵’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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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매출 증가 효과 없어… ’땜질 편성’ 악순환

지난해 10월 허용된 지상파 종일방송이 지나친 재방 편성 등으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상파방송 3사가 24시간 방송을 시작한지 1년이 됐지만 새벽시간대의 시청자가 거의 없는데다 광고 판매도 전무해 재방송으로 땜질 편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 10월 KBS 1TV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종일 방송을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KBS는 먼저 1TV만 종일방송을 하기로하고 2TV는 1~2시간 정도 심야시간대 방송을 늘렸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TV 방송 운용시간 규제 완화 방안으로 그동안 부분적으로 허용해왔던 새벽 1시부터 6시까지의 방송을 지상파 자율에 맡긴 데 따른 것이다.

지상파는 유료방송과의 차별 규제 해소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 등을 주장하며 종일방송을 요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종일방송 운영 실태를 보면 차별 규제 완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3사의 편성표를 보면 새벽시간대에 본방송을 내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KBS <생활의 발견>(화요일 오전 1시 10분) <바둑왕전>(일요일 오전 1시 5분), MBC <TV예술무대>(화요일 오전 1시 50분), SBS <금요일엔 수다다>(토요일 오전 1시) <풋볼 매거진 골>(금요일 오전 1시 5분)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을 재탕하거나 지상파 PP채널 프로그램이나 지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을 다시 내보는 게 태반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재방 비율은 방통위가 권고한 비율(재방송 40%  미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종일방송 상반기 실적을 검토한 결과 재방송 비율은 4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운용 하더라도 애초 취지대로 편성의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방송사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이 시간대의 광고 판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저비용 편성전략은 불가피하다는 항변이다. SBS 관계자는 “프라임 시간대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새벽시간대에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나 편성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MBC와 SBS 광고 판매를 각각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따르면 심야 시간대 실제 유료로 판매되는 광고는 전무하다.

코바코 관계자는 “지상파 광고 시장이 포화 상태라면 (종일방송으로 인한) 광고 매출 증대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황금시간대에도 광고를 못 팔고 있다”며 “종일방송 당시에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방송사도 재방 위주로 심야시간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수익 증대 효과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방송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사들이 이 시간대의 시청자의 수요 분석과 새로운 편성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나온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상파 낮방송을 시작할 때도 고연령층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 편성을 시도했다가 결국 재방으로 방송시간을 채웠다”며 “기존의 프로그램을 우려먹을 게 아니라 심야시간대에 TV를 시청하는 청년층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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