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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본방송 시기 유보한 채 콘텐츠 생산 압박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가 초고화질 UHD방송의 조기 안착화 대상에 지상파 방송을 제외하면서 ‘지상파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미래부가 지상파의 UHD  본방송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콘텐츠 납품만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래부는 케이블 방송과 위성방송의 UHD 방송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상용화하겠다고 못을 박은 것과 달리 지상파의 UHD 방송은 추가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방송 시기를 정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의 UHD방송이 불투명해진 사이 유료방송사들은 UHD방송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케이블방송사는 미래부가 최근 기술기준 고시를 개정함에 따라 UHD 방송 도입을 위한 기술적인 채비를 마쳤다. VOD 서비스업체인 홈초이스를 통한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등의 IPTV도 내년에 시범적으로 VOD서비스를 통한 UHD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과 차세대 TV선점 경쟁을 벌이는 가전사들도 2014년을 ‘UHDTV 활성화 원년'으로 제시하면서 바람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현재 500만원대의 55인치 UHDTV의 가격이 내년에 300만원대로 하락하면 UHDTV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ICT 전시회 '월드 IT 쇼 2013'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85인치 UHD TV를 살펴보고 있다. ⓒ노컷뉴스
이 같은 추세에 지상파 방송사도 UHD 프로그램 제작 대열에 나섰지만 속내는 간단치 않다. KBS는 LG전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내년에 대형 다큐멘터리 <색>, <요리인류>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MBC도 미래부의 단막극 지원사업에 선정된 <드라마 페스티벌>을 UHD로 방송할 계획을 세워 놨다.

모두 가전사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인데, 외부의 지원이 끊겨도 UHD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인지에 대해 방송사들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6년까지 800억원을 들여 UHD 콘텐츠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케이블방송과 비교하면 소극적인 모습이다.

우선 UHD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다. 정책 실패로 끝난 3D 방송이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UHD로 만든 프로그램은 HD보다 제작비가 3~4배가량 더 들어간다. UHD 다큐를 제작 중인 한 지상파 PD는 “UHD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제작비뿐만 아니라 후반작업 등이 HD로 만들 때와 비교해 4배 이상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방송사에선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신중한 부분도 있지만 UHD 콘텐츠가 제작 현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선 최소한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방송사들이 지상파 중심의 UHD 방송을 요구하면서도 활성화 논의에서 한 발 물러선 데는 주파수 확보 문제가 가장 크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용도를 다시 지정해야 하는 주파수 700㎒ 대역을 UHD 방송 등 차세대 방송을 위해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게 방송사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현재 방통위 등과 진행 중인 700㎒ 활용 방안 논의와 UHD 방송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UHD 방송을 포함한 차세대 방송을 하기 위해선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주파수 문제는 논외로 하고 지상파에 콘텐츠만 만들라는 말은 다른 사업자를 위해 콘텐츠 공급자 역할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플랫폼 중립적으로 UHD 방송의 수익 모델을 사업자들과 함께 모색해보고 정부에서도 지원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이 없는데도 지상파에서는 700㎒를 이유로 견제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가동 중인 UHD 방송 발전 협의체 회의에서도 지상파를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지상파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미묘한 갈등이 발단이 돼 최근에는 방송사들이 협의체 산하 콘텐츠 분과에 참여하고 있는 지상파 측 위원들을 정책담당자로 전원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에 제값을 받고 콘텐츠를 팔라는 압박이 많지만 지상파 스스로 플랫폼을 죽이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며 “미래부가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UHD 방송은 해외에서 사온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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