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국정원 정치 개입에 조직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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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토론회, "SNS, 소통 창구에서 감시 수단으로 악용돼"

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면서 국정원이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 벌인 여론 조작 활동도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또 국정원 뿐만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조직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지만 한편에서는 10개월째 이어지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국민의 피로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문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프레임이다. 방송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KBS와 MBC에선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정치 이슈일 뿐이다.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와 신경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민주주의 정치의 위기와 국정원 사태’ 토론회를 열고 국정원 사태의 본질과 공영방송의 보도를 다시 한번 조명하게 된 이유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태는 지난 정권에서부터 공영방송과 인터넷을 통제·진압해야 한다는 국가권력의 판단이 지속되다가 최정점을 찍은 사건”이라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프레임”이라고 밝혔다.

▲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신경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민주주의 정치의 위기와 국정원 사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공영방송의 태도는  줄곧 달랐다.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정치 개입성 글을 올렸다”는 윤석열 당시 특별조사팀장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18일 보도가 단적인 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일본군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보도를 첫소식에 올렸다. 국정원 관련 보도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을 조사한 뒤 풀어줬다“는 게 요지였다. KBS <뉴스9>도 비슷하다. 같은날 <뉴스9>는 ’원전 비리‘’서울시 국감‘ ’불법 음식물 분쇄기 문제‘’멧돼지 난동‘ 등의 소식을 전한 뒤에야 국정원 소식을 보도했다.

전규찬 대표는 “너무나 중요한 사안을 가치없는 뉴스로 전락시키는 보도는 민주주의를 위반했다는 보편적인 시각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언론이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줘야 한다는 뉴스 생산의 고전적인 상식을 위반한 보도로, 결국 국가기관의 부당한 정치 개입에 긍정적으로 가담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각 권력기관 단위에서 그리고 조직끼리 횡적·종적으로 정치 개입을 기획한 사실이 확증되는 단계”라며 “공영방송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곳까지 결과적으로 조직적인 연대가 이뤄졌다고 볼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MB(이명박)정부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축소 보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원인과 의도를 짚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국민을 주권자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정치나 경제, 핵심이슈에 대해 잘 몰라야 통제하기 편하기 때문에 뉴스에는 사건사고 뉴스가 넘치고, 시사프로그램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번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이 민주주의가 완성됐다는 착각을 깨뜨린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관권선거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훼손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관념속에는 민주적 절차의 틀은 유지되고 있는 근거 없는 믿음이 커서 현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기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제기된 ‘대선 불복론’에서도 이런 여론이 반영된다는 의견이다. 김종배 평론가는 “주목할 것은 대선 불복 프레임이 잘못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게 먹혀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통의 창에서 통제의 수단이 된 SNS의 이면을 분석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SNS 여론 조작 사건을 통해 국민 소통 창구라는 취지를 가졌던 인터넷이 권력기관에 의해 감시와 통제, 사찰을 목적으로 횰용될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인터넷에서는 정보가 몇 건인지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호응을 얻고 세력화할수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가 통제의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인 만큼 시민사회에서도 이를 감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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