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1|‘돌아오지 않는 해병’, ‘만추’, ‘마의 계단’, ‘귀로’ 등 한국영화사에 남는 걸작들을 만들었던 그는 불행히도 마흔 넷이란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이 영화 ‘삼포 가는 길’의 촬영을 끝낸 1975년 녹음작업 도중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만 아까운 미완의 거장 이만희는 원로 영화평론가 호현찬의 말처럼 ‘전사처럼 영화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contsmark2|갈 곳 없이 공사판을 떠도는 교도소 출신 영달(백일섭 분)과 10년 만에 고향 삼포를 찾아가는 중년의 정씨(김진규 분), 그리고 술집 접대부로 일하다 도망친 백화(문숙 분)라는 세 명의 밑바닥 인생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이들이 삼포로 가는 길 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별다른 기교 없이 보여주는 로드무비이다.
|contsmark3|세 인물은 경제 개발에 희생당한 인물이고, 특정하게 갈 곳도 정하지 않은 채, 길 위에 나선 인물들이다. 정씨의 고향이라는 ‘삼포’도 사실은 고향을 잃어버린, 그리고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동시대 사람들의 도피처 혹은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contsmark4|그러나 감독은 그 이상향을 찾아가는 무지렁이들의 여정이 결코 고달프기만 하진 않음을 영화 중간 중간 보여준다. 세 인물이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인간적인 향취가 풍기는 화면 속에 유머러스하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연대와 일종의 휴머니티를 녹여내고 있다.
|contsmark5|그들에게 추운 눈밭을 걷는 일이 너무 힘들고 고되지만, 사실은 서로가 감싸 안으며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길임을 영화 속 여러 장면들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수시로 보여 지는 주인공 각자의 과거 회상장면들은 그들의 이상향 ‘삼포’를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으로 남게 한다.
|contsmark6|그리고 만나고 나서부터 내내 다투기만 하던 영달과 백화는 결국 영화의 종반, 폐가에서 멀리 쥐불놀이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서로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결국 사랑의 감정까지 가지게 된다. 그러나 감독은 영달과 백화가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그들이 바라본 마을 사람들처럼 살게 만들진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그들은 이상향 ‘삼포’로 가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고 만다.
|contsmark7|아마도 70년대 한국이라는 답답한 현실은 그 시대의 아픔에 대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래서 세 주인공 중 누구 하나도 이상향으로도, 안정된 생활이라는 도피처로도 데려 갈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contsmark8|어쩌면 아까운 미완의 거장 이만희, 그는 이 영화 ‘삼포 가는 길’을 찍으며 자신 역시 결코 삼포로 갈 수 없음을 이미 알았던 지도 모른다.
|contsmark9|이승훈 pdebs <한국영화걸작선> 연출|contsmar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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