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듀서의 입을 틀어막아선 안 된다

|contsmark0|방송위원회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가 국민 참여 경선제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주의’를 주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주의’는 제제 조치 중 강도가 가장 낮은 것이고, 아직 상임위 결정이 남아 있기는 하다.
|contsmark1|하지만 문제는 방송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한나라당의 불공정·편파 방송이라는 주장과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데 있다. 애당초 방송위의 독립성을 크게 기대한 바는 아니지만, 거대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것은 다시 한 번 방송위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contsmark2|이번 방송위 심의위의 ‘주의’ 의결에 대해 우리 프로듀서들은 몇 가지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contsmark3|우선, 심의위원회가 프로그램을 보는 안목에 대한 우려이다.
|contsmark4|각각의 프로그램은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가?’라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이란 적절한 취재와 구성을 통해 그 기획의도에 부합하게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contsmark5|이번 은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정치실험인 국민 참여 경선제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의 주체인 국민이 어떻게 정치지형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천착한 프로그램이다. 국민경선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으로 당연히 다룰만한 가치가 있었고,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충족시키고,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한국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좋은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contsmark6|여기에 문제를 삼는다면 아예 국민 참여 경선제를 프로그램으로 다루지 말았어야 했다고 하는 것이 옳다.
|contsmark7|또한 취재와 구성의 문제에 있어서 형식적인 동등배분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나,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그러한 기계적인 끼워넣기가 프로그램을 망치리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8|실제로, 이런 비판을 우려한 제작진의 배려는 일정 정도 프로그램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형식적 균형을 우선해 기계적으로 쌍방에 같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곧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고, 취재과정에서의 비협조와 회피는 이미 취재진의 일지에 나타나있다. 심의위원회가 다큐멘터리에도 뉴스의 잣대를 들이대어 프로그램을 재단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contsmark9|둘째, 심의위원회의 이번 결정과 한나라당의 대응이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난 시절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에 대한 통제와 압력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번의 예가 정치사안을 다루는 것을 금기시하게 되는 자기검열의 기제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에 대한 토론과 공론화는 민주주의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며, 지난 경선의 역사적 의미를 기록하는 것은 시사프로그램의 방송프로듀서가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contsmark10|방송위원회는 잘못된 방송으로 피해를 본 시청자를 구제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우리 방송인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기관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우리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이다.
|contsmark11||contsmark1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