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EBS (방송 목 밤 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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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게릴라

각 방송사마다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이 있다. 이미 EBS도 10여년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는 환경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하나뿐인 지구>를 매주 월요일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당면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이슈인 교육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프로그램은 없다. 는 교육 공황이라느니, 교육 주체간 믿음의 상실이라느니 교육이 이러저러한 사회적 문제를 제공하게 된 배경에는 EBS의 책임이 크다는 반성 위에서 출발의 기준점을 잡았다. 따라서 범 교육 현안에 대해, 문제 나열 중심의 선정적 시각이 아니라 프로듀서들의 균형된 시각과 따스한 이해, 비판적 전망의 제시를 통해, EBS의 시각을 담은 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우리는 정규군이 아니다 떠들썩한 취재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흔히 프레스 라인이 있어 카메라를 포함한 취재진들은 그 선을 넘지 않는 경우가 불문율이다. 또 기사가 발생하는 곳에는 늘 기자실이 있어 취합과 분산의 중계소가 된다. 하지만 시사프로그램의 취재진들, 즉 폭로나 고발의 ‘악역’을 떠맡고 있는 PD들은 프레스 라인 안쪽에서 이루어지는 뒷이야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베일 속에 가려져 도도히 흐르는 진실들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심층취재 프로그램은 전투로 말하면 비정규전이며, 따라서 취재 PD들은 게릴라일 가능성이 높다. ENG라는 참호 속에 엎드려 몸을 은폐하기보다는 6mm 카메라를 들고 몸으로 부딪치는 백병전에 능해야 하고,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잡아내기 위해 주특기가 심리전 전문가이어야 한다. 그러나, 취재진들이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 관련 당사자들이어서 취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계는 그 동안 ‘좋은 게 좋다’는 뿌리깊은 온정주의에 사로잡혀 왔고, 학교는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취재가 가능한 이른바 ‘성역’인지라 문제 자체에 접근하기가 녹녹치 않다. 하지만, 는 우리가 아니면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명감으로 바리케이드가 첩첩으로 놓여진 현장을 취재로 돌파하고 있다. 시청자는 교육소비자다 지금까지의 교육문제는 교육의 틀 안에서만 보아왔고, 교육 내에서 그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왔다. 는 이러한 시각에서 과감히 탈피해 제반 사회현상 속에서 발생하는 교육문제를 학부모와 학생의 관점에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사고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평준화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의 분노를 담았던 첫 회, 경기도 고교 배정 파문(2.28 방송), 이어서 교육 환경 개선 작업의 부작용으로 입학을 했는데도 공부할 학교는 공사중(3.7 방송)인 상황에서 교육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행정의 안일함을 고발했고, 학교운영위원회 선거가 끝나자 마자 학교장의 역할과 학교 운영위원회의 갈등(4.4 방송)을, 스승의 날을 맞아 이 시대 교권의 현주소(5.16 방송)를 탐사보도했다. 수요자 부담이라며 학교는 짐짓 뒷짐을 지고 있는, 그래서 학부모가 참여해야 함을 강조한 부실한 학교급식(3.28 방송)문제와 학생 체형에 맞지 않는 학교 책걸상 문제(4.11 방송),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의 미래 준비(4.18 방송), 마약 확산에 따른 예방교육 필요성을 강조한 청소년 마약문제(4.25 방송), 그리고 엄지족이라 불리우는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 문제(5.23 방송) 등을 통해 교육 현실과 연관된 제반 사회 현상 즉, 청소년 건강과 문화적 이슈들을 취재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성폭력 피해 아동의 실태와 선진국의 피해 아동 보호 시스템을 장기간 해외 취재(5월 가정의 달 연속기획)해 구체적인 대안 제시에 노력했다. 해맑은 웃음과 한 맺힌 눈물을 담고 싶다 점점 연성화 돼가고 있는 방송 제작환경 속에서 시청률도 잘 나오지 않는데 뭐 잘났다고 의협심에 불타나 하는 지극히 정직한(?) 발상이 가끔은 든다. 문제를 발굴해 취재 기간 내내 고민과 분노가, 한편으로는 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긴장이 지속되면, PD들은 변해가는 얼굴을 마주한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를 향한 고민에 눈물짓던 학부모, 혼자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며 미약한 취재진에게 문제의 현상을 설명해주던 선생님의 슬픈 탄식이 우리에게 버텨내는 힘을 준다. 이 사회 청정 지역인 교실 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PD들이 프로그램을 취재하는 목표이자 기준이다. 는 부르기 전에 달려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6mm 카메라를 챙긴다. 김영상EBS 시사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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