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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수

|contsmark0|매달 17일은 교육방송의 월급날입니다. 지난 10월 17일 저는 월급을 49만원 받았습니다.
|contsmark1|8월 28일 시작한 교육방송의 파업은 마침내 10월 27일 꼭 두달째 되는 날, 그 기나긴 투쟁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방송사상 처음으로 합법적 파업이었고 방송사상 가장 긴 파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파업 오래 한 것이 무슨 자랑거리가 될 순 없겠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 험한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하고 우리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contsmark2|누구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 두 달을 우리는 해냈습니다. 그 두 달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것은 오직 하나, 제대로 된 교육방송을 향한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었습니다. 늦여름의 뙤약볕도 그 가슴을 어쩌지 못했고 쏟아지는 빗줄기도 그 가슴을 식히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함성은 떳떳했고 거룩했습니다. 거칠 것 없는 우리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우리의 가슴을 더욱더 뜨겁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덧 여름에서 가을로 철이 바뀌었고 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contsmark3|참을 수 없었던 패배감과 견디기 힘든 절망을 딛고 이제 우리는 희망을 일구어냈습니다. 그 소중한 희망을 만들어낸 두 달은 이 땅의 교육방송 역사에 깊게 새겨질 것입니다. 수많은 좌절과 패배가 있었지만 1997년 여름이 끝날 무렵 시작된 두 달 동안의 투쟁 뒤에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방송이 세워졌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먼 훗날 누군가 우리에게 그 때 어디에 있었는가 묻는다면 우리 모두는 자랑스럽게 그 뜨거움의 한가운데 있었노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contsmark4|이제 다시 일터로 돌아오며 우리는 지금 교육방송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이, 교육방송의 노조원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맙고 또 행복합니다. 길고 험했던 그 어둠 속에서 우리가 치켜든 횃불이 마침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비추었고 비록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섰습니다.
|contsmark5|그 동안 저희를 지켜보아주시고 또 마음 속으로나마 성원을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저희들은 저희들의 투쟁이 그저 밥그릇 싸움은 아니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땅에 제대로된 교육방송을 세우는 일이, 그저 교육방송에서 밥벌이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저희들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확인해주셨습니다.
|contsmark6|하지만 아직 우리의 앞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아무도 우리가 원하는 일을 먼저 나서서 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다 하더라도 이 땅의 방송인으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결코 부끄러운 길을 가지는 않겠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방송이 서는 그 날까지 저희들을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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