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우리 방송 해도 너무한다 7 …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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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허울뿐인 세계화 바람, 내용 함량미달
열악한 제작여건으로 파행 불가피

|contsmark0|한때 ‘세계화’라는 문구가 우리사회 전반에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가 표방한 세계화에 호응하는 취지의 해외제작물들을 홍수처럼 시청자의 안방에 쏟아 놓았다.방송사들은 해외여행프로그램이 장사가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해냈다.한국방송공사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은 넓다’라고 외치며 ‘기차타고 세계여행’을 떠나자 문화방송이 과감히 ‘나홀로 세계여행’을 감행했고, 서울방송도 이에 질세라 여행가방을 뒤늦게 꾸리며 이렇게 외쳐댔다. ‘세상체험! 온몸을 던져라!’프로그램들의 기획의도는 저마다 ‘지구화, 세계화’로 요약되지만 잘 공감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국내 경기가 어렵다느니,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느니 하는 것은 차라리 언급을 하지 말자. 적어도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기획이나 되었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내용과 방송효과에 있다.최근 한 일간지는 해외나들이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이 많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이들의 소외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도대체 요즘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이가 얼마나 된다고 하는 소리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해외여행은 아직 우리 시청자들의 일상사가 아니다. 농어촌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프로그램의 내용만 해도 애당초 ‘세계화’라는 기획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고 찍어온 비디오 테잎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가상현실(pseudo reality)만이 담겨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어떤 외국인이 우리의 민속촌을 촬영해가서는 그 곳 tv에 ‘한국인들은 전통문화를 아끼고 보존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가진 민족’이라고 소개한다면 우리는 아마 실소를 금치못할 것이다. 한국방송공사의 [다큐멘터리 극장]이나 [세계는 지금]은 인류학적 관점에서 문명비평을 지향하거나, 국제시사문제를 저널한 입장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 여행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리한 제작일정과 제작비 부담에 쫓겨 그야말로 쓸어담아오다시피한 취재물을 좀더 세련되고 보기 좋게 솔질해야 하는 고충은 오히려 자괴감마저 불러일으킨다고 제작진은 털어놓는다. 그렇게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내용은 ‘알쏭달쏭’하기 일쑤고 멘트는 ‘중언부언’하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반성해보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이런 현상의 원인에는 ‘일본 무작정 따라하기’의 또 다른 폐단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애당초 정부의 ‘세계화’라는 구호자체가 현실을 무시한 일본 따라하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일본이 80년대 중반들어 범세계화를 표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강력한 엔화가 배경이 되었다. 당시 일본의 엔고경기는 nhk뿐만 아니라 일본의 민방들에게도 프로그램의 해외제작이 국내제작보다 비용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소재의 폭도 훨씬 넓힐 수 있다는 새로운 환경을 제시했던 것이다.80년대 일본 방송계에 새로운 패션으로 등장한 해외제작물들이 돈과 시간에 대한 자신감의 산물인 반면, 우리의 그것들은 현실을 무시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나친 주장일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해외제작물을 담당하는 pd라면 누구나 제작과정의 파행적 행태에 진저리를 치고 신통치 않은 결과에 낙담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이제 ‘세계화’는 더 이상 우리사회에 화두가 아니다. ‘세계화’의 파생상품으로 속속 등장한 해외제작물들도 이 어려운 때에 부도사태(?)로 모두 막내리기 전에 교통정리를 해야될 때도 되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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