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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에게 상(賞)은 무엇인가
권문혁
  • 승인 199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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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몇 년 전까지만 해도 pd들이 받을 수 있는 상(賞)은 참 드물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상이 늘어났다. 아니,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시상하는 쪽도 언론·방송관련단체들, 시민·시청자단체들, 예술·문화재단 등 아예 pd들에게 상을 주지 않을 단체는 없다 싶을 만큼 거의 모든 단체가 상을 내놓고 있다.이렇듯 pd들이 받을 수 있는 상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뭐 그리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상이 많아졌다고 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함께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제작환경에서는 아무리 휼륭한 상을 주고받는다 해도 그것이 방송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의 방송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떠든다. 외형과 규모만 보면 맞는 얘기인지 모른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보면 그건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다른 나라 방송 베끼지 않고 성공한 프로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나라 사람 중에 누가 방송 잘하고 있다고 나서는 사람 한 명 있는가. 그런데도 상의 종류와 수는 가히 세계적 수준, 아니 세계 최고가 아닌가 싶다.이런 마당에 그 상들이 제작자들에게 그저 인센티브 정도가 아닌 아주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평가의 잣대가 되고 있다는 점은 극히 우려할 만하다. 내가 속한 회사만 해도 국내외의 상을 받으면(그것도 어떤 기준인지 의문이지만) 인사상의 이익을 주고 있다. 또 해외연수 심사에 상 받은 횟수는 가산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별한 평가기준이 없는 pd들에게 유능, 무능 여부를 가르는 것은 사실상 수상 여부다. 조직의 내부규정이 그렇고 또 대외적으로도 그렇다. 실제로 그 많은 상들이 권위나 공정성 면에서 많은 것을 결여하고 있다. 과연 심사위원들이 누구이며, 우리 방송비평이 정립되어 있느냐를 따져볼 때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내의 상들은 거의 대부분 ‘엉터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가까운 예로 문학이나 영화쪽을 보라. 그들은 무슨 상을 줄 때 심사위원들이 거의 모두가 작가와 영화인들 자신이다(그쪽은 나름대로 비평이 활발하고 체계가 잡혀있다 보니 비평가도 한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니면 순수한 독자와 관객들이 가장 무서운 심사위원일 수 있다.그런 점에서 방송관련 상의 심사위원들의 면면은 우리를 참으로 슬프게 만든다. pd연합회가 주는 상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방송인 자신들이 심사하는 상은 없다. 방송학자, 신문출신 언론인, 인접 예술계 인사, 모모 단체의 책임자들이 대부분이고 방송출신 인사는 구색 맞추기로 한두명 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사람들이 주다보니 방송사별로 나누고, 무슨 프로로는 많이 받았으니 그만 주고, 유익성을 따지다보니 오락프로는 늘 소외받는 결과가 생기는 것 아닌가.그런데도 우리 pd들은 그 상을 받는 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그 대단한 노벨상을 거부한 경우도 있는데 시상주체나 심사경위를 불문하고 pd들이 자천타천을 하고 또 그걸 넙죽넙죽 받는다는 것은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거기에다 만약 pd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상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더욱 불행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무슨 상이 있으면 그 상금은 어디서 나오는지, 심사는 누가 하는지 정도는 알아보고 상을 받거나 추천을 하자. 그리고 그 헐렁한 상 하나 받는 걸로 피말리며 만드는 우리의 수고를 갈음하지는 말자. pd연합회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승복하는, 정말 자축하고 박수칠 수 있는 멋진 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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