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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를 위한 변명

|contsmark0|<개그콘서트>가 한국여성민우회에 의해 ‘2002년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다. 2002년 9월 13일 각 신문의 한 기사를 장식한 문구이다. 느닷없이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느낌. 이유는 <개그 콘서트>가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고, 선정성과 폭력성이 지나치며, 저급 언어를 사용하고 또한 지극히 경박하다는 것이다.
|contsmark1|자괴감에 얼굴이 붉어진다. 국민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소명감으로 힘들지만 열심히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는데, 결국 국민의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최악의 쓰레기 아니 악성 바이러스를 내가 만들고 있었다니.
|contsmark2|난 특별히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 단지 제작의도 - 공개 코미디의 형식을 통하여 국민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 에 적절히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조그마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contsmark3|물론 웃음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어떤 수단도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통용되는 상식의 범위 내에서 우리는 최대한의 웃음을 끌어내야 하고, 더군다나 공영방송 kbs의 전파를 타고 나가는 프로그램일진대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하다.
|contsmark4|사회적 상식이라는 기준은 또한 이 시대의 시청자가 제시한다. 그 기준을 벗어나는 납득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은 시청자 그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시청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독이 되는 프로그램을 그토록 즐겨보고, 녹화현장을 방청하겠다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5시간 동안 뙤약볕에서 줄을 서겠는가!
|contsmark5|즐거움과 웃음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그 본연의 분석지표는 외면한 채 여성비하, 선정성, 폭력성 등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잘 나오는 볼펜을 두고 지우개로 못 지우는 단점이 있으니 연필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넌 최악이야! 이런 맥락이 아닐까?
|contsmark6|분석의 방법만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과연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그토록 저질 쓰레기 방송인가.
|contsmark7|물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한다. 인정하겠다는 것은 개선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근 <개그콘서트>가 바빠진 연기자 스케줄로 인한 아이디어 부족 그리고 일부 여성시청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아이템 선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contsmark8|건강한 비판은 이렇듯 필요한 것이며, 고마운 부분이다. 하지만 편향된 시각으로 점철된,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비판 아닌 비판은 상대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다.
|contsmark9|<개그콘서트>를 통해 당신은 과연 여성을 더욱 비하하게 되었으며, 외모 컴플렉스에 빠지게 되었는지? 당신의 삐딱한 시선을 우선 거두자.
|contsmark10|<개그콘서트>의 무대는 철저히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다. 이곳은 콘서트 장이고 연극의 무대이고 서커스의 무대이기도 하다. 리얼리티를 철저히 배제한 공간인 것이다. 끊임없이 객석을 향해 시청자를 향해 이것은 현실이 아닌 흥겨운 마당놀이에 불과한 것임을 주지시킨다. <개그콘서트>를 보며 그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우는 사람이 있을까?
|contsmark11|드라마나 영화의 선정, 폭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 영화의 제작기법은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기본전제로 한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과잉폭력이나 왜곡된 성 개념은 이러한 이유로 오히려 위험한 것이다.
|contsmark12|<개그콘서트>의 연기자들은 신명나는 놀이를 할 뿐이다. 못생긴 삐에로가 되기도 하고 탈을 쓴 광대가 되기도 하고, 농담을 진하게 뿜어내는 판소리꾼이 되기도 한다. 때론 아슬아슬한 곡예와 서커스를 하고. 이런 신명의 무대를 - 즐거워 하는 객석을 보라 - 안방의 tv에 옮긴 것이 바로 <개그콘서트>이다.
|contsmark13|이러한 신명나는 웃음이 언어나 관계의 일탈성을 끌어안기에 <개그콘서트>는 건강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코미디는 역설을 통해 비뚤어진 문화를 조롱하고 세상을 풍자한다. 대중은 이미 그 진실을 알고 있는 데, 당신만이 모를 뿐. 편협하고 경직된 세계관으로 대중을 계몽하고 가르치려 들지 말자. 대중은 읽어야 하고 오히려 배워야하는 대상이다.
|contsmark14|일련의 비판을 위한 비판들을 접하다 보니 문득 퀴즈가 하나 떠오른다.‘폭력과잉이고, 남성 중심적이며, 가학적이며, 약자에게 무자비하고, 위험한 액션이 난무하고, 시청률에 목숨 걸고, 때론 남성의 유두를 노출시켜 선정적이기까지 한 프로그램인데 관중과 국민이 열광하는 것은 뭘까요?’ 여성민우회 왈 <개그콘서트> 요! 땡! 정답은 월드컵 축구 중계였습니다.
|contsmark15|김석현kbs 예능국<개그콘서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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