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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언론은 환경운동에 천군만마
단발성 기사 아닌 심층분석 프로그램에 기대
김상종<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contsmark0|관료들의 환경문제 대응실태 우리나라의 환경실태를 들여다보면 무너져 내리고 있는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왜 우리 국민들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대기오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수돗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전에 수돗물에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자 환경부에서는 즉각 이 의미를 축소시키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검출된 바이러스 수가 적다느니 선진국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느니 염소소독을 하니까 바이러스가 나올 수 없다는 등의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또한 조사방법을 믿을 수 없고,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며 검출된 바이러스가 인체에 유해한지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난과 함께 환경부 자문위원회에서 바이러스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까지 발뺌하였다. 이론적으로 나올 수 없는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서울시에서는 고문변호사에게 민·형사적인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를 마쳤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와 같이 사실의 은폐, 호도, 의미축소, 기술적인 논쟁으로 국민들을 헛갈리게 만드는 한편 뒤에서는 인신공격조차 마다하지 않는 것이 관료들의 통상적인 대응전략이다. 미국 환경청이 정한 수돗물을 분석 방법에 의해 상수원수와 수돗물을 조사한 결과를 학회에서 95년부터 세차례나 발표하였고 국민건강의 위험성 때문에 환경부에 바이러스를 수질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난해 봄부터 몇차례 공문으로 요청하였으나 이제까지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문제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바이러스를 조사해 본 적도 없고 조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지 못한 환경부와 서울시가 실제 조사에서 밝혀진 구체적인 과학적 사실을 간단히 부정하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더욱 한심한 것은 누구나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미국 환경청이 정한 수돗물기준을 접해 바이러스가 수질항목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보도자료에는 선진국에서도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93년도에 있었던 서울시 수돗물의 대장균오염사고에서도 서울시의 자문교수들이 나서서 미국 환경청이 정한 방법에 의해 조사된 결과를 국제공인방법이 아니므로 믿을 수 없다고 매도하였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진지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없던 일로 만드는데 전력을 쏟다보니 발전이 없고 동일한 시행착오가 반복되어 국민들의 불신만 높아지고 국민건강은 위협받게 된다. 이번에 수돗물에서 검출된 엔테로바이러스는 93년이후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무균성 뇌막염의 원인미생물이다.
|contsmark1|너무나 허약한 지금의 환경운동이러한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무책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들을 비호하는 공생관계의 집단 등 관료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들을 바로 잡기에는 현재의 시민의식과 환경운동은 너무나 허약하다. 한 개의 작은 사례라도 끈기있게 매달려야 비로소 개선시킬 수 있으나 지금의 환경운동은 언론이 관심을 두는 범위 안에서만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눈길을 돌려버리면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시의 눈길이 같이 감겨 버리니까 무슨 수를 쓰든지간에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을 관료집단이 갖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없는 정치인들이 경제개발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한 쉴새없이 환경문제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문제들을 일일이 대처하기에는 지금의 환경단체의 역량은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취약점을 파악한 관료집단은 언론과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과학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끌어 환경단체의 힘을 소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화호 오염, 여천지역 오염논쟁, 인천 고잔동 유리섬유오염사고 등이 최근에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약한 환경단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시민의식은 사회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기꺼이 할 수준까지는 훨씬 못미치고 있다. 바로 이 틈을 메울 수 있는 희망이 바로 의식있는 언론인들이다. 국가나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는 관료집단에서 비롯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백일하에 드러내어 아직도 걸음마단계의 환경운동에 천군만마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역할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가진 언론인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눈을 뜨는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지역적으로, 국가적으로, 지구적으로 올바로 이해하는데서 가능하리라고 본다.
|contsmark2|‘지구환경보고서’ 시리즈최근에는 환경문제의 발생메카니즘과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좋은 책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출간되고 있어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지구환경보고서’ 시리즈(도서출판 따님)를 추천하고 싶다. 미국 워싱톤 소재의 월드워치 연구소에서 매년 발간되는 보고서로서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를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무엇보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단편적으로 숨겨져 있는 사실들로부터 하나의 줄거리를 만듦으로써 지역적 또는 지구적인 의미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가 전세계적으로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리우회의 이후의 세계적 흐름이나 지구온난화, 오존층파괴, 생물다양성, 자원고갈, 식량문제, 인구증가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을 심도있게 다루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쓰여 있어 초겨울밤에 좋은 음악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contsmark3|‘환경혁명’ 다음으로는 진보적인 사회학자인 존 포스터가 지은 ‘환경혁명 :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찾아서’(동쪽나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익을 실현하려고 치열한 삶을 살아온 저자가 전쟁, 빈부격차, 제3세계의 저개발문제가 지구적 환경위기를 초래하는데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환경위기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집필한 저서이다. 지구적 환경위기의 극복을 위한 효율적인 환경운동을 위해서는 사회문제와 환경운동을 연계시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인식 하에서 환경파괴가 자행되어 왔던 역사적인 배경을 시대적으로 분석하였다. 저자는 기존의 발전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일어나 자연과 공존하고 경제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진보적 사회의식의 확산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해 허둥대고 있는 시점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음미해 볼만한 글이라고 생각된다.
|contsmark4|‘펠리컨 브리프’마지막으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존 그리샴의 ‘펠리컨 브리프’(시공사)를 추천하고자 한다. 이미 영화로도 나와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굳이 이 책을 추천하는 까닭은 환경파괴를 대가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법관마저 살해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섬뜩한 현실을 밀도 높게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정권과의 정경유착에 의해 각종 특혜를 받고 국립공원 안에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콘도, 스키장, 골프장을 개발한 쌍방울그룹이나 국회의원들을 동원하여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국제규격의 골프장을 건설하는 쌍룡그룹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현실은 결코 소설 속의 상황에 못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인 비리, 정경유착의 현실을 무너뜨리는데는 단발성 기사가 아닌 심층분석을 통한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것은 방송프로듀서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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