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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에서의 악몽, 그리고 까만 천사
  • 승인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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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여름, 세네갈에서의 악몽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7월말 <포스트월드컵-대한민국>팀에서 급박한 취재 의뢰가 왔다. ‘월드컵으로 맺은 인연’이란 주제로, 세네갈에 부는 한국 열풍을 취재해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카메라맨이었다! 월드컵바람이 수그러들면서, 함께 일하던 프랑스인 카메라맨 둘은 남불로 휴가를 떠났고, 현지 한국 프로덕션의 촬영감독도 4년만에 고국을 방문해, 파리가 비어있던 때였다.
|contsmark1|수소문 끝에 2차례 세네갈취재 경험 있다는 프랑스인 카메라맨을 섭외 했고, 촬영장비는 다카르에서 현지 대여키로 했다. 코디를 맡길 교민들도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갔거나 휴가 가고 없어, 세네갈 온 지 1년밖에 안된, 나보다도 더 불어를 더듬는 교민 가이드를 겨우 구했다.
|contsmark2|촉박한 일정에 현지 대사관에 계속 섭외를 지시(?)하며, 취재준비에 여념 없었다. 3박5일(하루는 비행기에서 숙박)의 출장일정을 연장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2편 제작이라. 어쨌든 부딪혀보자!세네갈, 나로서는 처음 가보는 열악한 곳, 상식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되는 곳이었다.
|contsmark3|일은 점심식사후 두번째 촬영지, 세네갈 국영방송국으로 달리는 차 속에서 벌어졌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이고,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냈다. 근처 프랑스식 식당에서 먹은 고급(?) 생선요리가 탈이었다.
|contsmark4|그런데 촬영 중 카메라맨이 이상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다리를 휘청대며 카메라무게를 견디질 못하는 것이었다. 베타캄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여서 내심 불안했는데, 최악의 상황까지 겹치다니!
|contsmark5|수공업장관보 인터뷰에, 다카르 해변에서 축구 하는 젊은이들 취재까지 두 군데 일정이 더 남았고, 남은 이틀간의 본격적인 촬영은 또 어떡하나? 머리를 싸매며 스튜디오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카메라맨을 보면서 아무런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안녕하십니까!”하며 굴러가는 한국말이 들렸다.
|contsmark6|완전히 새까만 아저씨가 우릴 보고 하는 말이었다. “여보세요! 김치!”도 이어져 나왔다. 어떻게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물으니, 유네스코지원으로 98년경에 kbs에 38일간 촬영·제작 연수를 다녀온 적 있다고 한다. 이 곳 방송국의 카메라맨으로 일하고 있다며, 옆방의 동료들도 소개해줬다.
|contsmark7|워낙 다급한 마당에 “촬영을 대신 해줄 수 있는지”물어 봤다. “비엥 쉬르! (물론!)”이란 말이 들리자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방송국 소속 카메라맨인데, 프리랜서처럼 일해줄 수 있다고? 20여 년간 카메라를 잡았다는 그 친구는 kbs의 이모pd가 잘 있는지도 물어 왔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선, 시간 연기를 해놓았던 수공업 장관보에게 바로 출발한다는 연락을 했다.
|contsmark8|해질 무렵 다카르해변에서 미친 듯이 공을 차는 청년들을 찍고 인터뷰를 마칠 즈음, 하루치 배터리 10여 개를 몽땅 허리에 찬 채 원시적(?) 베타캠을 돌리고 있는 땀에 젖은 그의 검은 얼굴이 하얀 이와 대조되어 무척 빛나 보였다. 아직도 그와는 e-mail을 주고받고 있다.
|contsmark9|예미란kbs파리 pd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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