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 SBS [테마TV-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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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 SBS [테마TV-여자]
타이틀 ‘여자’가 주는 무게를 잊지 말아야
화제·소재주의는 가장 조심해야할 함정
  • 승인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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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pd연합회 방송비평모임 대표집필 :조정하
|contsmark1|가을개편과 함께 sbs에서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테마tv-여자]를 지켜보면서 우리 ‘비평모임’은 하나의 소망을 잠시 키웠다. 시청률 따먹기에 모든 걸 빼앗긴, 방송의 명분있는 상업적 속성을 또다시 확인하는 슬픔을 갖고 싶지 않다는 소망말이다. 그리고 가능하리란 기대를 그 첫방송은 우리에게 안겨주었다.영화 「접속」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컴퓨터통신을 통해 만난 신세대 부부 김미양, 이훈석 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꾸며진 첫번째 ‘테마토크’는 [테마tv- 여자]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충분히 살리면서 극적 흥미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토크로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에는 영화보다 더한 신선함이 있었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쓸쓸함이 또한 훈훈함으로 바뀌는 기쁨이 있었다. 그들의 삶에 깃들어있는 신세대적 도전과 패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정성과 삶에 대한 당당한 정체성 등이 [테마tv-여자]에 대한 기대를 안겨준 것이다.이어진 ‘테마극장-이별결혼식’도 만족할 만했다.앞선 ‘테마토크’가 20·30대의 신세대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면 ‘테마극장’은 복고풍의 스타일로 30대 후반에서 40·50대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다양한 시청층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일단은 도전해 볼 만한 포맷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인터뷰를 끌어내는 독특한 방식은 휴먼물이 지녀야 하는 진솔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었고, 코너 전반의 완성도를 의식한 정성스러움이 숙련되고 세련된 연출자를 의식하게 했다. 어쩌면 동시간대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에 상관하지 않고 고정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의 질적 고민이 엿보인다는 넉넉한 평가가 ‘비평모임’의 첫방송에 대한 견해였다.그런데…, 문제는 다음이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기대가 반감되고 자칫 실종의 위기에 왔음을 느낀 건 ‘비평모임’만은 아닐 것이다. 불안감마저 점차 스며든다.방송, 재방송, 앙코르가 유행이라지만 이내 듣고 또 들은 바나 다름없는 길은정이 그렇고, 너무 들어 식상하기까지 한 김남주가 그랬다. 누드모델에서는 시청자를 선정성으로 잡으려는 게 역력했고, 심진송의 경우 여자의 행복을 놓친 무당으로서의 고통과 무당에게도 여자로서의 꿈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끌어내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이미 탤런트화한, 너무나 익숙한 모델이었고 무당으로서의 냄새가 그녀에게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서군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스물세살에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인물다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서른살의 조감독을 거느린, 당당한 여감독으로 자리하기까지 그녀의 살아온 인생역정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재능’만 있었다.
|contsmark2|그러나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운 점은 [테마tv-여자]라는 타이틀이 갖는 깊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그 무게감을 여지없이 상업화하는 낌새가 갈수록 엿보인다는 점이다.타이틀은 분명 여자를 주제로 무언가 이야길 하겠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여자는 스타가 아니면 남들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흥미거리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일부분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이다. 일반적인 여성, 다수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타이틀에 담고 있으면서도 특정 화제중심으로 제작되는 것은 여성상의 왜곡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건강성과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테마tv-스타]가 되거나 [테마tv-화제의 인물]로 타이틀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더불어 화제성, 소재중심에 너무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비평모임’의 질의에 제작진 역시 스타보다는 일반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희망하지만 외부프로덕션의 존재기반상 시청률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담담히 고백해 서글픈 우리네 방송현실을 돌이키게 하였다.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는 한 방송의 생명이 끊기는 프로덕션에게 시청률을 포기하고 질을 담보하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공염불인지 ‘비평모임’은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비평모임’의 이야기는 잠시 시청자의 이중성으로 이어졌다. 제작진들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의 질을 요구하면서도 재미만 추구하는 시청자들의 이중성으로부터 겪는 배반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의 시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제작진은 왜 100% 시청을 원할까? 시청자가 외면하는 프로그램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지만 과연 문제의 출발이 그곳일까? 광고주를 흡족시키는데 급급한 시청률 중심주의에 잠재적으로 얽매여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방송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 질적 고민이 담보된다면 소수나마 그를 아끼는 시청층은 반드시 존재하기 나름이다. 소수일지라도 이 고민에 제작진이 동참한다면 우리의 방송문화를 돌이키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광고주만을 만족시키는, 돌아서서 한숨쉬는 흥미위주 프로그램보다는 낮은 시청률이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주길 시청자들은 더더욱 원하고 있다.
|contsmark3|아울러 일주일이라는 짧은 제작기간 동안 사람을 다루는 휴먼다큐물을 제작해야 한다는 방송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크게 제기되었다. 휴먼물의 진지함을 담기에는 도저히 역부족인 현실에 제작진들이 처해 있다는 공감대였다. 하루이틀 소재찾기에 급급한 실정으로 이어지고, 곧 잡지책을 뒤적이는 현실, 이미 이야기가 만들어진 화제성 인물로 카메라가 다가갈 수밖에 없는 제작여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imf가 가져올 방송시장의 개방과 ‘제작비 절감’이라는 경영진의 명분있는 구조조정의 요청은 제작진의 이러한 고충을 배가하고 시청권의 침해로 가시화될텐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시청권의 제자리찾기운동이 시급하게 요구됨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contsmark4|[테마tv-여자]는 물론 아직도 출발이다. 기대를 접기엔 빠르다. 우리 시대 20·30대 여자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실질적인 고민을 들여다보겠다는 제작진들의 본래의 기획의도가 좀 더 고민되길 바란다. 대선에 imf에 골치아픈 세상사 즐기기 적당한 화제거리나 던져주겠다는 지금의 흐름이 자칫 굳어진다면 아마도 압력집단의 항의도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스런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imf는 권리찾기와 관련된 아주 작은 움직임들까지 명분을 빼앗고 있지만 여성을 화제거리로, 상품화시키는 움직임들은 사실상 인간파괴의 연속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권익과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일이 결코 못생긴 여자들의 고집센 주장이나 피해의식 짙은 도전적 발언이 아니란 점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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