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함께 즐기는 ‘19금 코드’ 뜻밖의 수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JTBC ‘마녀사냥’ 정효민․김민지 PD

남녀간의 연애 고민과 성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린 JTBC <마녀사냥>이 금요일 밤을 달구고 있다.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짜릿한 토크에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8일 방송에서 시청률 2.75%(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한 <마녀사냥>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3주 연속 경신하며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 K 5>(이하 <슈스케>)를 앞질러가고 있다. 지난 8월 첫방송에서 MC 성시경이 <슈스케>를 언급하며 “계란으로 바위를 깨트리진 못해도 더럽힐 수는 있다”고 소박한 각오를 밝힌 것을 떠올리면 기대 이상의 흥행이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JTBC사옥 인근에서 만난 <마녀사냥>의 정효민․김민지 PD도 “이렇게 반응이 빨리 올줄 몰랐다”고 했다. “방송 첫날 <슈스케>와 시청률 비교 자료를 뽑아보고 당분간 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청률이 역전한 데는) <슈스케>의 시청률이 많이 떨어진 이유가 컸죠.”(정효민)

<마녀사냥>은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했던 남녀간의 연애 고민과 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독보적인 섹드립 대가’ 신동엽과 ‘감성발라더’에서 ‘욕정발라더’라는 수식어를 얻은 성시경, 이혼 이후 성욕이 사라졌다고 고백한 영화평론가 허지웅, ‘호주형’ 샘 해밍턴이 여심을 낱낱이 분해한다. 데이트 비용같은 현실적인 고민부터 애인의 특이한 ‘성적 취향’, ‘어장관리’를 하는 이성 등 술자리에서 은밀하게 나눴을 법한 고민거리에 대해 ‘뭘 좀 아는 남자들’의 유쾌한 수다가 펼쳐진다.

▲ JTBC <마녀사냥> ⓒJTBC

‘썰전’, ‘2030’ 프로그램 가능성 확인

<마녀사냥>은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던 ‘19금 코드’에서 착안했다. “<마녀사냥> 기획은 지난 3~4월쯤부터 해왔던 건데, ‘섹드립 코드’가 대중화한 시기였잖아요. 본격적으로 접근해도 위화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 판단한거죠. 앞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될 청소년들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의 성 문제를 건전하게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정효민)

"지난해 tvN<SNL코리아>에서 ‘19금 코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썰전>을 통해선 ‘2030세대’도 JTBC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김민지)

▲ 김민지 PD.
이들의 실험적인 도전이 좋은 반응을 받은 데에는 진행자들의 활약도 컸다. 진행자 섭외에 공을 들인 두PD들도 현재의 MC들을 “최상의 조합”, “기대 이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신동엽씨는 이 분야에선 대체 불가능한 MC고, 매력적이고 솔직한 미혼인 성시경씨와 평범한 직장생활과 결혼 경험까지 있는 허지웅씨가 다양한 관접에서 사연을 접근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입니다.”(정효민) “허지웅 씨는 연예인들은 잘 모르는 인터넷 덕후 기질이 있어서 신선해요. 외국인인 샘은 의외의 보수성을 보이는 것도 재밌고 센스가 좋아요. ”(김민지)

이런 MC조합을 만들어 낸 이유는 남녀문제와 연애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시청자들이 보내준 사연을 놓고 진행자들과 출연자들이 ‘그린라이트’를 켜고, 끄기도 하지만 이게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둔다. 홍석천 씨가 남녀의 차이를 ‘게이심’으로 바라보고 하는 조언이나 ‘이원생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이 제시하는 의견도 ‘일방적인 연애 상담’이 되는 걸 막는다.

“사연을 선정하는 기준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이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을 골라요. ‘그린라이트를 켜줘’ 코너는 녹화 전에 제작진이 한번씩 눌러보기도 하고요. 특정 연령대의 고민에 치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김민지)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마녀사냥>의 묘미는 아슬아슬한 수위다. 지난 8일 방송에서 여자의 속옷 사이즈를 주제로 이야기하다 “남자들에게 OOO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한혜진 씨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여자의 가슴사이즈와 비교한 단어는 결국 무음 처리가 됐다.

편집의 기준은 시청자들이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따진다. 제작진 회의에서 소수라도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부분은 아무리 재밌더라도 ‘가위질’을 당한다. “방송에 내보내는 수위를 정하는 회의는 막내 작가까지 함께 회의를 해요. 소수라도 불편하거나 더럽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면 거르려고 하고, 되도록 매끄럽게 내보낸 방법을 찾죠.”(김민지)

편집의 기준은 맥락과 불편함

제작진 내부에서 자체적인 ‘수위조절’을 하고 있지만 <마녀사냥>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방심위는 <마녀사냥>이 “성과 관련된 자극적인 내용을 프로그램의 주요 주제로 삼고,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성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과 직접적인 경험담을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했다”며 ‘경고와 등급분류 조정 요구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프로그램의 이해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초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했던 <마녀 사냥>은 방심위가 등급분류 조정 요구를 내리기 전에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 정효민 PD.
“표현 방식이 ‘15세 이상 시청가’에서는 과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방심위의 ‘성행위 직간접적인 묘사’ 규정을 맥락 고려없이 적용하면 우리 프로그램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조심하겠지만 방심위에서도 좀 더 열린 해석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정효민)

표현 수위가 ‘센’ <마녀사냥>은 지상파 방송보다 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케이블방송이어서 가능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정 PD와 김 PD 모두 지상파에서 JTBC로 자리를 옮겼다. SBS에서 이직한 정PD는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신화방송>를 거쳐 이번에 <마녀사냥>으로 ‘입봉’했다. MBC에서 tvN으로 거쳐 JTBC로 옮긴 김 PD는 지상파와 CJ E&M, 종편을 두루 경험했다. <마녀사냥>은 종편으로 자리를 옮긴 지상파 출신의 젊은 PD들의 내놓은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이들에겐 지난 2년은 지상파와 종편의 차이를 체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지상파에선 시청률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죠. 종편 역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다양한 시도를 할 여력은 있는 것 같아요. 금방 폐지도 되지만 시청률이 낮더라도 무엇인가 던져볼 수 있는 분위기라는 거죠.”(정효민)

“지상파에서 온 젊은 PD들은 빨리 ‘입봉’을 하고 싶어서, 새로운 것을 해보기 위해 옮긴 경우가 많아요. 처음엔 여러 방송사 출신들이 모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서로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방송사의 시스템과 색깔을 만들어간다는 보람은 있습니다.”(김민지)

방송 3개월만에 <마녀사냥>을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올려놓은 이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성연령별 시청률을 보면 20대와 40대 여자에서 특히 높아요. 딸과 엄마가 동반 시청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거죠.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모녀나 연인, 부부가 평소에 서로 하기 어려웠던 대화를 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정효민)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