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로라공주’ 연장반대운동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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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MBC <오로라공주>의 여주인공이 영국 롭그룹 스모키의 ‘왓 캔 아이 두(What can I do)'를 부르면서 시집살이의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지난 11일 전파를 탔다. 매사 똑부러진 여주인공의 캐릭터, 갑작스런 지인의 죽음을 매개로 한 최근의 전개를 고려하면 가히 엽기적인 설정이다. 드라마를 오랫동안 모니터링 해왔지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장면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시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니 그동안의 시집살이에 지칠 대로 지친 오로라가 혼자 양주를 마시다 오디오를 켜고 해드뱅잉을 격하게 하면서 시누이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항의하는 내용이다. 어색하다 못해 지나친 이 장면은 이를 재현해내는 연기자의 모습에서조차 갈등의 흔적이 역력했다. 이는 오로라의 이혼을 이끌어내기 위한 무리한 극 전개로 연일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설정이 이어준 결과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 시청자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추가 연장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오로지 시청률에만 의존해 기획 의도와는 무관하게 마구 짜깁기되는 프로그램, 작가의 일방주의로 점철된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협찬 불매, 작가 퇴출 등 조금씩 다른 목표를 가진 서명운동들이 이곳저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 MBC 일일연속극 <오로라 공주> ⓒMBC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정말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저녁 7시 무렵 시도 때도 없이 출연하는 귀신과 무속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마치 교과서의 한 대목처럼 강조하는 내용, 돌연사를 포함해 수시로 괴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전개 등 도무지 공영방송의 드라마라고는 믿기 어려운 소재로 가득하다는 평가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그로 인한 시청률 고공 행진이 반가울지 모르지만 관련 기사의 댓글이 악플 일색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향배는 명확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작가의 무성의다. 자극적 소재만을 내세워 감각적 재미만을 유도할 뿐 일관성 없는 캐릭터와 내용으로 그때그때 다른 드라마가 시간때우기처럼 전개되고 있다. 시류에 편승해 마치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듯 전개되는 내용은 완성도나 성의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의 오로라가 이전의 오로라가 맞는지, 지금의 황마작가가 이전의 황마작가가 맞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막장 드라마 논란은 쉼 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드라마의 전개 자체가 일관성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마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방적인 출연 계약 파기, 언론 인터뷰조차 작가가 임의로 통제하는 관행, 미리보기 중단 등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작가의 행태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MBC는 이미 한 차례 연장을 한 상태에서 다시 연장을 검토할 수도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재 <오로라공주>는 MBC 본방 1회를 포함해 MBC드라마넷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0회가 방영되고 있다. 공영방송과 그 계열사에서 하루 350분 즉 6시간 가까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150부작 전개까지 고려해 계산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파장이나 비판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 지상주의에만 매달려 있는 무책임과 무능력이 바로 공영방송 MBC의 현주소인 것이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얼마 전 케이블드라마 <나인>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한류 드라마가 아시아나 아랍권에서 호응을 얻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문화적 격차가 존재하는 미국시장에 역수출되었다는 점은 놀랍고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공영방송이 ‘낙하산 사장’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사이 상업방송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뉴스, 예능, 드라마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사회적 후유증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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