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의 시대, 권력을 소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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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신의 시대, 권력을 소환하라
SBS ‘최후의 권력’5부작, "정치인 ’빅맨‘ 체험 신선했지만 진정성은 의문"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11.19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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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대의민주주의의 정신은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정쟁과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구태정치’가 반복되면서 권력과 국민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을 시작한 SBS <최후의 권력>은 냉소와 불신의 대상이 된 권력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11개국 8만 88㎞를 돌아온 대장정의 기록이다.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연 탐사 다큐멘터리 흐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박기홍 SBS 시사다큐팀장은 “‘권력자들은 왜 저럴까’라는 불만은 많은데 바람직한 권력의 모습을 탐구한 다큐멘터리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SBS <최후의 툰드라>, MBC ‘눈물시리즈’ 등 지역에 기반한 인문 탐사 다큐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엔 좀 더 현실적인 정치사회 문제를 다뤄야 할 시대가 아니냐는 발상에서 이번 <최후의 권력>을 기획하게 됐다”고 방송 의도를 설명했다.

우리 시대가 원하는 권력의 모습을 찾는 임무는 정치인들에게 맡겨졌다. 지난 16일 방송된 ‘7인의 빅맨’편에서 여야 정치인 7명은 해발 3800㎞ 높이의 코카서스 산맥을 오르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권력자로 평가받는 ‘빅맨’ 체험에 도전했다. ‘빅맨’은 뛰어난 수렵, 통치 능력을 가졌던 원시시대의 리더를 일컫는다.

▲ SBS <최후의 권력>.ⓒSBS
정치에 이골이 난 이들인데도 ‘빅맨’ 체험은 녹록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빅맨’의 리더십은 흔들리기 일쑤였다. 첫째 날 빅맨을 자진했던 금태섭 변호사는 제작진과의 협상을 위해 스스로 ‘하야’를 선택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대원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셋째 날 ‘빅맨’으로 나선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공주 같았다”는 지적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 위기 상황에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챙겨야 하는 ‘리더’의 무게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정치 뉴스에선 볼 수 없었던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지난 16일 방송에서 코카서스 산맥에서 길을 잃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과 그를 찾으러 왔던 길을 돌아온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 사람은 18대 국회에서 'BBK 저격수‘ ’BBK 방어수‘로 시종일관 맞붙었던 사이다.

7박 8일 동안 여정을 마친 정치인 7명의 입에선 자신의 정치 인생에 대한 반성과 소통과 통합의 정치에 대한 희망 섞인 말이 나왔다. ‘MB의 남자’로 불렸던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있었던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촬영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대목이 있었다”며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타협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화의 방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도 “촬영을 다녀와서는 차명진 전 의원과 박형준 전 수석을 지역구 행사에 초청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전까지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있을 때는 잘 안 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민낯을 보여준 정치인들의 진정성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됐을까. “신선한 기획이었다”는 평가와 “불편했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최후의 권력>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글도 적지 않았다. <최후의 권력>의 시청률도 지난 16일 첫 방송에선 4.1%(닐슨코리아 집계), 17일엔 2.8%를 기록해,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프로그램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7인의 빅맨’이 정치인들을 통해 권력의 참모습을 돌아봤다면 3부~5부는 서민을 외면한 권력의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 갈 길을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3부 ‘왕과 나’(밤 11시 15분)는 21세기에 현존하는 왕을 통해 권력의 속성을 들여다본다. 4부 ‘금권천하’(12월 1일 밤 11시 15분)는 돈이 권력이 된 세상에서 “충치로 자식을 잃었다”는 부모의 하소연 앞에 권력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묻는다.

오는 8일 방송 예정인 ‘피플, 최후의 권력’은 <최후의 권력> 5부작의 주제의식이 담겼다. 제작진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현장인 스위스의 ‘란쯔게마인데’에서 희망을 찾았다. 박기홍 팀장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정치를 언제까지 국회와 정치인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정치 불신을 극복할 방법은 국민이 권력자가 되는 일이라는 점을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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