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격’ 침해 심각…인권준칙 모르는 기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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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 ‘여배우’ 성평등도 문제로 지적

언론의 개인 인격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를 갖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인권보도준칙과 성범죄보도 세부기준을 기준으로 상반기(6월 3일~30일)와 하반기(9월 2일~29일) 주요 일간지(10개)와 TV(16개) 뉴스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총 5만8748건(상반기 3만1013건, 하반기 2만7735건) 중 인권침해 사례는 총 977건(상반기 494건, 하반기 483건)이 나타났다.

각 매체별로 총 기사건수대비 미준수 건수의 비율은 △종합편성채널 3.54% △지상파 방송 3.13% △보도전문채널 2.52% △신문 1.23%로 종편의 미준수 사례가 제일 많았다.

인권침해 사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32.3%)으로 상반기 142건(28.7%), 하반기 174건(36%)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사례로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당사자 동의 없이 프라이버시나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로 △상반기=90건(51.7%) △하반기=87건(50%)으로 발견됐다.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인권침해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대표적인 예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보도다. A일보는 지난 9월 16일자 기사에서 “채 총장의 혈액형은 A형, 임씨는 B형, 임씨의 아들은 AB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임씨 아들 학적부(학생생활기록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기재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체 977건의 인권보도준칙 미준수 사례 중 개인의 인격권 침해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26.2)과 ‘성평등’(26.1%)에 관한 부분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부분에서는 ‘고객’, ‘사은품’ 등 기업의 입장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일반화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성평등 부분에서는 ‘여배우’, ‘여검사’ 등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해서 표현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밖에도 장애인, 아동, 자살보도, 성적소수자, 성범죄와 관련된 보도에서 인권보호준칙을 주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언론인 대부분, 인권보도준칙 모르고 있어

이처럼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는 인권보도준칙이 제정된 것을 부장급을 비롯한 평기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준칙의 존재를 알아도 제대로 지키기 힘들다고 기자들은 밝히고 있다.

인권보도준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기자들은 ‘시간 부족’을 꼽았다. 인권보도준칙을 알고 있는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간에 쫓기다보니 44.9% △보도준칙 내용을 잘 몰라서 32.7% △기사 작성에 타성이 붙어서 32.7% △튀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22.4% 순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50명의 기자 중 48명은 인권보도준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발제를 맡은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자들에게 인권에 대한 재교육이 이뤄지고 인권보도준칙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면 잘 지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결과보고회에 참석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기자들이 처음에는 사회의 공익 등을 이루기 위해 일하지만 점차 생활이 되다보니 ‘인권감수성’이 마모되는 것도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기자들의 인권감수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나주 성폭행 사건 등 여러 사례를 보면 언론이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한다”며 “본인의 기사로 개인에게 피해가 어느 정도 미칠 지에 대해 기자들이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사무처장은 “언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며 “많은 시민단체들이 언론에서 단어 하나도 주의해서 쓰고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모니터를 통해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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