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언론인들이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서 인기를 끌고 있다.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방송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팟캐스트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의 편성과 심의라는 제약 때문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전하거나 대중문화를 유쾌한 수다로 풀어내면서 팟캐스트 청취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현직 SBS 라디오 PD들이 의기투합한 영화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풍문으로 듣는 방송>(이하 <씨네타운 나인틴>)는 매회 하나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김훈종, 이승훈, 이재익 SBS PD 이 세 사람은 정규 라디오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거침없는 입담과 숨은 끼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진지하면 지는 거다’라는 표현 그대로다.
지난 2012년 5월에 시작한 <씨네타운 나인틴>은 벌써 방송 80회를 맞았다. ‘팟캐스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라디오 PD들의 잡다한 지식과 독특한 시선으로 해석한 영화평이 주요했다. <씨네타운 나인틴>은 청취자의 호응에 좋아 지난 4월 SBS FM 라디오 <씨네타운 S>로 정규 편성돼 그 인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코너 구성도 정규 라디오 프로그램만큼 탄탄하다. 청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정 코너 ‘잤잤’. 이들은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을 법한 ‘19금 수위’를 오르내리며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 관계도에 대한 설을 푼다. 이들은 최근 팟캐스트의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기도 했다.이재익 PD는 “아무래도 세 명 모두 PD이다 보니, 내용상으로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재미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해야 좋은지 등에 대한 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방송에선 비속어와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만, 팟캐스트에선 금지된 부분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며 “팟캐스트 청취자들이 그러한 극단의 영역을 파괴하는 데서 오는 쾌감 같은 걸 느끼고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첫 방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최고탁탁>(이하 <최고탁탁>)도 언론인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 고재열 <시사인> 기자, 탁재형 다큐멘터리 PD(김진혁 공작소), 공연기획자 탁현민(성공회대 교수) 등이 세상에 대한 유쾌한 수다를 떤다. 프로그램 이름도 네 명의 ‘성’을 따와서 지었다.
취재 현장의 곳곳을 뛰어다닌 만큼 이들이 쏟아내는 경험담도 다채롭다. 더구나 베테랑 진행자처럼 말재간이 좋은 이들이라 <최고탁탁>은 첫 회분이 올라오자마자 팟캐스트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팟빵’ 사회·문화 카테고리에서 3위(22일 기준)로 급부상하는 등 청취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들으면서 떠나는 여행 <손미나의 여행사전>(이하 <여행사전>)도 잔잔하게 관심을 끌고 있다. KBS 아나운서에서 여행가, 소설가로 변신한 손미나 씨가 스토리텔링 미디어그룹 ‘봄바람’과 손잡고 <여행사전>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여행사전>은 지난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7월 시즌1을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2로 새 단장했다.
<여행사전>의 매력은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손미나 씨는 아나운서 출신답게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을 보여준다. 여행가로서 겪은 경험담을 엮어서 전하는 데 손색이 없다. 특히 손 씨는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윤종신, 이적, 유희열을 비롯해 배우 명로진 등이 여행지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매끄럽게 끌어내면서 청취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토리텔링 미디어그룹 <봄바람> 관계자는 “기존 콘텐츠보다 매회 색다르게 기획한 여행 팟캐스트를 고민하는 와중에 진행을 잘하고, 여행의 아이콘이 된 손미나 작가와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며 “손 작가와 각자 나름의 이야기를 지닌 게스트가 함께 여행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팟캐스트 청취자의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자·PD들이) 기성 매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도 필터링(filtering)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팟캐스트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을 훨씬 더 자유롭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언론인의 욕구와 필터링 지 않은 속내를 들어보고 싶은 청취자의 욕구가 맞물려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