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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발언’ 논란 연일 부각 ‘대선 개입 규탄’감추기

지상파 방송 3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겨냥한 청와대와 여권의 ‘종복몰이’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발언’을 문제 삼아 여권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에 발맞춰 ‘시국미사’ 논란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제단의 시국미사 논란을 주요뉴스로 다룬 지상파 3사는 사제단이 요구한 대선개입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하면서 결과적으로 여권의 ‘국면전환’ 의도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발언을 첫 소식으로 전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KBS <뉴스9>도 “박근혜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은 국가정체성 만큼은 방치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무력 도발까지 옹호하도록 그대로 두면 국가 안보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국가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박 대통령의 시각을 그대로 투영한 보도다.

‘사제단 때리기’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방송사들은 시국미사 강론에서 나온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창신 원로신부가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북한의 포격을 옹호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SBS <뉴스8>만 이를 인용 보도했다.

지난 사흘간 KBS와 MBC는 각각 11개, 9개의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지만 시국미사 강론에서 나온 발언 논란에만 집중했다. ‘연평도 포격 언급 파문’,‘명동성당 폭발문 설치 소동’, ‘정의구현사제단 정체성 논란’(MBC <뉴스데스크>, ‘사제단 신부 발언, NLL 수호 의지 악영향’,‘시국미사 파장 확산…검찰 위법성 검토 나서’(KBS <뉴스 9>) ‘김용민 막말 논란’, ‘여야 시국미사 공방'(SBS <8뉴스>) 등 사제단이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낸 배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25일 뉴스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대통령 사퇴촉구’와 ‘발언 논란’으로 압축될 수 있는 미사 내용에 대해 KBS 뉴스는 ‘대통령 사퇴 촉구’는 축소하고 ‘발언 논란’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톱부터 네 꼭지를 보도했는데 사제단이 왜 그런 문제제기를 했고 발언의 진의는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꼭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KBS와 MBC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소식을 전하면서 인터넷 언론사 팩트TV의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팩트TV는 26일 “KBS와 MBC에는 도용사실을 알리기까지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KBS, MBC와 TV조선, JTBC 등을 상대로 저작권 위반 혐의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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