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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바뀐 SBS, 커지는 공정성 후퇴 논란

▲ 이웅모 SBS 신임 사장.
2일 오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집무에 들어간 이웅모 SBS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모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금은 지상파가 도약이냐 후퇴냐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 스스로 잘 알 것”이라며 SBS 임직원의 노력을 당부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위기감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취임사였다.

그렇지만 SBS 위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까지 KBS와 MB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SBS 뉴스의 문제다. 이 사장은 이날 보도본부 구성원들에게 “보도본부는 스테이션 이미지의 중심으로, 불편부당한 자세로 사회적 아젠다를 제시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원론적인 주문을 했지만 SBS 안팎에선 SBS 보도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가 들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2011년부터 SBS 보도본부의 수장을 맡았던 이웅모 사장에 대한 평가와도 직결된다. 이웅모 사장이 이끄는 SBS 앞날에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BS 보도, 청와대 ‘외압’ 의심될 정도”

SBS 보도의 이상 기류는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정원 보도, 언론은 어떻게 실패했나’ 토론회에서 “SBS 뉴스가 KBS, MBC 뉴스와 대동소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지청장과 조영곤 전 지검장이 충돌했을 때 SBS 보도는 청와대 외압이 의심될 정도로 이상해졌다”며 “최근 뉴스 특징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이날 SBS <8뉴스>를 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폭로를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진실공방”으로 보도했다. 보도는 트위터 글 수사 내용을 보고했다는 윤 전 팀장의 주장과 조영곤 전 지검정의 절차 흠결 주장을 단순히 나열하면서 윤 전 팀장이 한 폭로의 의미와 내용보다 표면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 11월 11일 검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감찰 결과 보도에서도 나타났다. SBS는 이날 “보고누락은 있었고 외압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함께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정직 처분과 조영곤 전 지검자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했다. 감찰 결과를 두고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의혹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이어진 국회 파행 기사에서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한 원인으로 감찰 결과를 다뤘을 뿐이다.

개별사안을 놓고 SBS 보도의 후퇴를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 같은 인식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SBS의 한 간부급 A기자는 “지금까지 SBS 뉴스가 쌓아온 보도 원칙과 기조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뉴스의 퇴행) 기류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는데, 뉴스 관리자가 새로 들어오면 조금씩 보도국의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물론 SBS 보도의 후퇴를 단정 짓는 게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SBS의 B기자는 “지난달 검찰이 국정원 선거 트윗글 100만건을 추가 확인해 공소장을 변경했다는 SBS 특종은 민주당이 밤 늦게 의총을 열 정도로 파장이 컸다”며 “개별 기사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SBS 뉴스에 대한 신뢰가 아직까지 약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PD저널

“외부 압력에 보호 할 수 있나”

SBS 뉴스에 대한 평가는 온도차가 있지만 앞으로 SBS 뉴스가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SBS 역시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보수화 흐름과 정부가 방송사업자의 돈줄을 쥐고 있는 방송정책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SBS 경영진이 이런 압력을 차단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웅모 사장과 최영범 보도본부장이 정치적인 외압을 차단하는 ‘우산’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물음에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웅모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에 SBS 뉴스의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나왔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B 기자는 “신임 사장과 본부장 모두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나 비전이 확실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웅모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SBS 보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본인의 소신과 스타일로 보도본부를 이끌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고 평했다.

SBS 보도를 바라보는 이런 시선은 이번 인사의 배경을 놓고 SBS 출신으로 청와대 요직을 맡았던 인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SBS의 한 중견 PD는 “내부에서도 SBS보도에 대해 외부의 압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새로 선임된 사장이 주주들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에 맞서 방송의 자율성과 언론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A 기자도 “경영진은 임기동안 수지 타산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광고 등의 당근을 유지하면서 여러 방송 통제 정책으로 채찍까지 들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지켜본 이웅모 사장은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거나 의지가 있는 언론인은 아니었는데 사장까지 올랐다는 것은 SBS 보도의 큰 위기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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