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된 언론, 이기주의에 빠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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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된 언론, 이기주의에 빠진 보도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 앞두고 조중동·지상파, 시청자 앞세워 자사 이해 대변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12.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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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업자들의 ‘밥줄’이 걸린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자사 이해를 반영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보도의 내용을 보면 상대 매체를 비방하거나 자사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치우쳐 있어 방송사업자들이 자신들의 매체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중·동은 지난달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의 초안이 공개되기 전부터 종편 등이 요구하고 있는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허용에 힘을 쏟는 동시에 ‘중간광고 도입’ 다채널 서비스(MMS)를 요구하는 지상파를 견제하는 ‘양공작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되고 있는 전송 방식인 8VSB를 케이블방송까지 확대하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HD급 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들 신문이 내세운 논리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에 8VSB을 허용하는 것을 두고는 종편의 추가 특혜라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언론노조와 방송인총연합회는 지난 4일 낸 성명에서 “종편이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는 8VSB 허용은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마땅히 퇴출돼야 할 종편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전체 케이블 채널수가 줄어들어, 공익 채널 등 중소 PP들이 방송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 <중앙일보> 12월 5일자 10면 기사.
그런데도 최근 4주 동안 5건의 관련 보도를 내보낸 중앙은 지난 11월 12일자 사설에서 “미래부는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발표를 계기로 연내에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올해 안에 허용한다 해도 600만 가입자가 모두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한 2년이 걸린다”고 미래부에 8VSB 허용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조·중·동은  한편으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초안에 담긴 MMS, 방송광고 제도 개선 등의 추진 과제를 지상파 ‘특혜’로 단정하고 지상파에 대한 반대 여론 형성에 주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중앙이 지난달 28일 “종합계획에는 8VSB 도입 방안 마련과 MMS 허용안은 포함됐지만 시청권 침해 등 논란이 큰 ‘지상파 중간광고’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망한 보도는 아전인수격 보도에 가깝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8VSB에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발언을 허용이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애초 초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중간광고’에 대해서는 섣불리 “제외됐다”고 예단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보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선은 지난 3일 ‘지상파 다채널· 중간광고 제동’ 기사에서 “미래부가 추진했던 '지상파 다채널(MMS)'과 '중간광고 허용'에 제동이 걸렸다”며 “미래부가 이 정책들에서 손을 떼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기로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MMS와 방송광고 제도 개선 모두 방통위가 줄곧 소관을 맡았던 업무다. 이는 조선이 지난달 28일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전하면서 “방송 광고나 지상파다채널(MMS)은 방통위가 주관 부처”라고 한 보도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에 둔  보도 행태는 지상파 방송사 보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초안에 대해 “유료방송 중심의 초고화질 UHD방송 추진”을 비판했다가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는 “유료방송·종편 특혜”라고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초안이 발표된 지난 14일에 시청자 복지를 앞세워 ‘초고화질 UHD 유료방송 중심 추진 논란’(KBS <뉴스9>), ‘UHD 방송 돈 내야 본다?’(MBC<뉴스데스크>), ‘UHD 초고화질 방송, 돈내고 보라’(SBS <8뉴스>) 리포트에서 초고화질 UHD 방송 추진이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 SBS <8뉴스> 12월 3일자 보도.
▲ MBC <뉴스데스크> 12월 4일자 보도.
지난 4일엔 지상파 방송사업자로 구성된 방송협회가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3일과 방송협회 기자회견이 열린 4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비판하는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특히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는 ‘종편 특혜 방송발전계획’에서 “정부가 종편에 '추가 특혜'를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종편의 요구에 따라 이른바 '8-VSB 전송 방식'을 허용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과 관련한 보도에서 모두 시청자 편익과 복지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은 자사 이익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종편의 대주주인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 시청자의 복지와 시청권을 끼워 넣고 있다”며 “종편은 지금까지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도  추가로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도를 넘은 ‘떼쓰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MBC와 KBS는 미디어렙법 제정과 TV 수신료 인상을 두고 자사의 이익을 대변한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사업자들의 복잡한 이해가 얽혀 있어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보도가 방송이 지니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공적 책무를 위해 허가를 받은 지상파와 종편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기구(매체)를 사사화(私事化)하는 모습은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정성을 상실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보도는 허가를 받은 조건과도 어긋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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