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빠진 시사프로그램 날개 꺾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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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방송 장르 결산-라디오

2013년 라디오 이슈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사건은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현 JTBC 보도부문 사장)의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 하차다. 지난 13년간 <시선집중>이 아침 시사프로그램 1위 자리를 지켜온 데에는 ‘손석희’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컸다. 그런 만큼 동시간대 시사프로그램에는 또 다른 기회로 해석됐다. 하지만 오히려 막강한 경쟁자를 상실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오히려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손석희, ‘시선집중’ 떠나다= 지난 5월 1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선집중>의 손석희 전 교수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하차했다. 지난 2000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3년 만이다. 이로써 아침 프로그램의 지형에도 균열이 생겼다.

<시선집중>은 지난 13년 동안 동시간대(오전 6시~8시) 청취률 1위에 MBC 표준FM에서 광고판매율 100%가 넘는 프로그램으로 기록되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여기에 <시선집중>은 이슈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진행자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손석희 아나운서 하차 후 <시선집중> 청취율은 크게 하락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시선집중> 청취율은 5월 8.1%에서 7월 5.8%, 9월 6.1%로 하락했다. 그러나 <시선집중> 청취자들의 이탈이 다른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의 청취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일부 같은 시간대 음악프로그램의 청취율이 소폭 올랐고, 같은 시간대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2~3% 가량 등락폭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인 이유로 시사프로그램이 부진을 걷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CBS의 한 시사프로그램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만 이어지고 뚜렷한 해답은 없는 데 대한 답답함과 피로감이 시사프로그램 부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일부 시사프로그램의 상승에는 손석희 전 교수의 하차보다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라디오 PD는 “과거보다 억압이 많은 시대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을만한 논쟁적인 이슈는 피해가다 보면 사람들이 재미없으니 안 듣고, 결국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아래).

■KBS 라디오 수난시대= KBS 라디오는 올 한 해 출연자를 둘러싸고 ‘낙하산’,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지난 4월 봄 개편에서 시사프로그램 폐지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10월 라디오 가을 부분조정에서 제작진이 2FM <황정민의 FM대행진>의 새 고정 출연자로 발탁한 KBS A기자에 대해 사측이 교체를 지시했다. 라디오 PD들은 A기자가 노조 간부 출신인 점을 이유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 끝에 열린 라디오위원회에서 사측은 특정인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A기자의 출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앞서 지난 4월 봄 개편에서는 KBS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에 친박(親朴) 성향으로 분류되는 고성국 정치평론가를, 그리고 경제프로그램 진행자로 친박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인 최양오 씨를 내정해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20년차 이상 중견 라디오 PD들까지 라디오국 간부의 보직 해임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내부 반발이 컸다. 결국 KBS는 고성국 씨를 기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고 최양오 씨는 자진하차하며 사태는 마무리됐다.

<열린 토론> 폐지도 라디오에서는 큰 이슈 중 하나로 KBS 라디오의 시사 기능 축소라는 비판에 직면한 사건이었다. 2003년부터 10년을 이어온 <열린 토론>은 퇴근길 1라디오의 얼굴이었다. 매일 발생하는 이슈를 종합하고 서로 다른 입장의 출연자가 스튜디오에서 100분 동안 토론을 벌이는 방식은 다른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다. 그러나 사측은 하나의 주제로 100분이나 이야기하는 것은 작금의 추세에 맞지 않다며 <열린 토론>을 폐지했다.

▲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 수요일 코너 '양평 LP바'(좌)와 CBS 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우). ⓒSBS, PD저널

■라디오에도 불어온 LP 바람= 복고를 연상하는 LP(Long Playing) 바람은 라디오에도 불었다. CBS에서는 두 시간짜리 단독 프로그램을 지난 4월 새롭게 선보였다.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여기에는 있다’라는 모토로 시작한 CBS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는 팝과 한국가요를 넘나들며 전곡을 LP로 들려준다.

이 같은 음직임은 지난 2011년 11월 방송을 시작한 KBS 쿨FM <나얼의 음악세계>, 2012년 4월 첫선을 보인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의 수요일 코너 ‘양평 LP바’에서 LP를 통해 음악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MP3, 스마트폰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고 보급된 사회 속에서 LP를 찾는 것은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라디오 역시 디지털 음원 홍수 속에서 LP를 들려줌으로써 라디오 본연의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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