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손석희 이어 ‘김현정의 뉴스쇼’도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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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방심위원들, 박창신 신부 인터뷰에 “제작진 동조하나”

지난해 11월 22일 시국미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은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중징계 처분을 강행할 전망이다.

방심위는 3일 오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어 CBS <김현정의 뉴스쇼>(2013년 11월 25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박창신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 3인은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제작진에게 박창신 신부 발언에 동조하는지 여부 등을 추궁한 뒤 ‘주의’(벌점 1점), ‘경고’(벌점 2점),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 등의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현재 정치적 사안에 대한 공정성·객관성 심의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박창신 신부가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단정하고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UN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을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방송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내용임에도 진행자가 정정하지 않고 넘어감으로써, 여론을 오도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또 진행자가 반대 입장에서 적절한 질문 등을 통해 균형을 잡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박창신 신부가 논란이 됐던 자신의 주장을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펼칠 기회를 부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양병삼 CBS 제작부장은 수긍하지 않았다. 양 부장은 “시국미사에서 행한 박창신 신부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고, 한편에선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발언의 핵심과 정확한 맥락이 무엇인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박 신부 인터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양 부장은 “진행자가 반박하는 측의 입장에서 공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진행자는 박 신부와 인터뷰 과정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시킨 것도 아니고, 현재 수사 중에 있는데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건 선동적인 것 아니냐”라고 질문했다. 또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사건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등 반론 성격의 질문을 던졌다.

그밖에도 제작진은 박 신부와의 인터뷰에 이어 박 신부 발언데 대한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인터뷰를 나란히 배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으로부터 “박 대통령 퇴진론은 성립될 수 없다”, “연평도 포격 정당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등의 발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
정부·여당 위원들 모두 ‘중징계’ 의견…“제작진, 박창신 신부 의견에 동조하나”

그러나 일련의 진술을 들은 뒤 정부·여당 추천 위원으로부터 나온 첫 질문은 “박 신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평도 관련 발언 등에 동조하나”라는 것이었다. 엄광석 위원은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발언하기 힘든 것”이라며 “그런 발언은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과 같다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뉴스를 만든 이가 박 신부와 같은 생각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엄 위원은 또 박 신부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개표 부정”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면 진행자가 바로잡아야 하는데, 진행자는 (박 신부 발언에 대해) ‘그런 선거로 당선됐다면 본인이 시켰든 아니든 책임지고 퇴진을 해야 한다, 이런 말씀이군요’라고 물었고, 이는 발언에 대한 확인이라기보다 박 신부의 발언을 강조해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청취자는) 진행자도 박 신부 발언에 동조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부장은 “진행자가 박 신부 발언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한 질문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또 박 신부의 “정권 퇴진”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도 밝혔다. 또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발언에 대해서도 동의하진 않지만, 해당 발언에 대해 대중이 각기 다른 생각과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엄 위원은 “뉴스를 책임지는 이가 박 신부와 같은 견해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박 신부가 NLL을 UN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NLL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으로,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면 그냥 넘어갈 대목이 아니다. NLL은 우리의 생존선인데 이를 부정하는 사람을 (방송에서) 불러 말을 하게 하나. 올바른 방송 태도가 아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양 부장은 “두산백과를 보면 NLL에 대해 ‘1953년 정전 직후 주한 UN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이라고 적고 있다”며 NLL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논란과 별개로, 사실과 다른 출연자의 발언을 방송했다는 점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권 부위원장은 “그게 방송이 국민을 향해 할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양 부장은 “(그런 지적은) 사회 여론가 배치되는 걸 방송에선 다뤄선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박성희 위원은 “인터뷰 내용을 보면 진행자가 어느 한 곳 공격적인 부분이 없다”며 “인터뷰의 시작을 ‘잘 주무셨어요’ ‘마음고생 많이 하신 거 아닙니까’ 등의 질문으로 하는데, 이는 ‘관계구축형’ 인터뷰”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인터뷰 말미 진행자가 ‘인터넷을 치면 (박 신부 강론) 전문이 다 나오니 참조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문제 삼았다.

양 부장은 “도입부의 발언은 인터뷰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함”이라며 원활한 인터뷰를 위한 하나의 기술임을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진행자 발언에 대해서도 양 부장은 “박 신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이와 함께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왜곡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던 만큼, (청취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전문을 참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 부장은 답변 과정에서 진행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박 신부 발언에 반대 위치에서 던진 질문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게 공격적 인터뷰가 아니라면 어떤 게 공격적 인터뷰인지 (박 위원께서)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위원 등은 의견진술자가 위원에게 질문을 던진 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그냥 진술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박 신부의 강론 내용을 통해 (인터뷰를 할 경우) 무엇을 말할지 제작진은 미리 알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방송심의규정에선 공정하고 객관적인 내용이 아닐 경우 방송에서 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박 신부의 주장이 근거도 없고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나. 그런 주장을 되풀이 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권 부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경고 및 징계’(벌점 4점) 처분을, 박성희 위원은 ‘경고’(2점) 처분을, 엄광석 위원은 ‘주의’(1점) 처분을 주장했다. 모두 법정제재 이상의 중징계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제재 수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최종 제재 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려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까지 펼쳐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를 출연시킨 TV조선 <뉴스쇼 판>(1월 21일 방송)에 대해 ‘문제없음’(명예훼손 금지 조항)과 ‘의견제시’(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의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뉴스쇼 판>은 정 전 아나운서 주장에 대해 야권 지자체장들의 반론을 담지 않은 물론 사신관계 확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진행자인 최희준 앵커가 정 전 아나운서의 주장에 대해 사실 “3인의 지자체장 모두 선거로 국민들에 의해 뽑힌 분들인데 일방적으로 종북이라 하는 건 조금 위험하다” 등의 발언을 일부 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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