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본능 잠들게 한 KBS 감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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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언론 앞에 맞선 다윗들 ①]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골리앗과 다윗’ 어린 다윗은 돌멩이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린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승부였다. 성경의 일화처럼 언론계에도 거인 앞에 선 다윗의 활약이 눈에 띈다. 공영방송과 거대자본이 투입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사이에서 종횡무진인 최경영 <뉴스타파>기자, 노종면 <국민TV> 개국TF 단장, 2012년 언론사들의 유례없는 연대 파업 이후 사측이 제기한 숱한 소송에 맞선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등. 새해를 맞아 <PD저널>이 ‘다윗’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최경영 기자는 지난해 KBS 18년 차 기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뉴스타파>로 옮겼다. 탐사보도팀에서 탐사보도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그다. 그런 그의 결정은 언론계 안팎에 큰 이슈였다. 정년이 보장되는 그야말로 ‘철밥통’ 직장을 걷어찼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내와 딸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최 기자는 “<뉴스타파>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취재 본능을 일깨웠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뉴스타파>와의 인연은 그가 2012년 공정방송 실현을 요구한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 지도부로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때부터 시작됐다. 

▲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PD저널

최 기자는 1995년 KBS에 입사한 이후 KBS 탐사보도팀 소속으로 기자 생활을 하다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직후 갑자기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받았다. 2009년 1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그는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로 복귀해 KBS의 편파보도를 지적했다. 그는 정직 기간 중 <뉴스타파>에서 일한 인연으로 결국 자리를 옮겼다.

최 기자가 <뉴스타파>행을 택한 결정적 이유는 ‘KBS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다. 그는 “공추위 간사였을 당시 본부장·국장급 간부를 만나면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뉴스타파>에서 일하다가 KBS에 복귀하려니 여전히 스포츠중계팀 소속이었다. 고액연봉을 받으며 가만히 있으라는 건데 KBS가 감옥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은 공영방송이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에서 정파방송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한 해였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은 극좌우를 제외한 국민의 다양한 스펙트럼 95%를 포괄해 공론장을 만드는 건데 그 부분이 무너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뉴스타파>에는 KBS 탐사보도팀을 선두에서 이끈 김용진 기자가 대표로 있다. 해직언론인 최승호 MBC PD를 비롯해 정유신 YTN 기자 등도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성역 없는 진실보도를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그동안 ‘조세 피난처의 한국인들’을 연속 보도했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위터 계정의 운영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뉴스타파>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현실의 벽은 아직 높다. 출입처가 없어 국방·외교 등 고급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기성언론에 비해 자료화면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방송사들은 자료화면을 수십 년 간 쌓아왔는데도 해외 유력 언론에 비해 시의적절한 아이템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려고 해도 자료화면이 부족해 텍스트로만 소화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또 색안경을 끼고 <뉴스타파>를 바라보는 현실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신생 매체니까 <뉴스타파>를 사이비 언론이라고 몰아붙이거나, 진보 진영에선 ‘우리 편’으로 본다”며 “<뉴스타파>가 좌우 가리지 않고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점을 대중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뉴스 전달의 형식적인 변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남들이 안하는 뉴스 콘텐츠를 세련된 형식으로 만들 것”이라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시도한 것도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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