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우리가 함께 가야만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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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우리가 함께 가야만 하는 길
  • 승인 199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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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프로듀서 여러분.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건강하십시오. 혹 이 험난한 imf시대에 무슨 복이냐 하신다면, 제 복을 몽땅 가져 가십시오. 그런 뒤에 조금이라도 남는 복이 있다면 옆의 동료에게, 이 사회에 나눠주십시오. 상황이 복잡할수록 한번 더 ‘나’를 돌아보고, ‘나’와 ‘우리’가 함께 가면 고통은 반으로 줄어들고 즐거움은 두 배 늘어날 것입니다.
|contsmark1|올해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두 가지 큰 축 속에서 움직일 것입니다. 그 하나는 방송법 개정으로 인한 방송환경변화입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이미 공보처폐지, 방송위원회 독립성 강화와 방송사 사장선임방식 개선을 공약으로 밝힌바 있고 지금 그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야당시절 안을 얼마나 충실히 지킬지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선자 측은 지금도 이번에야말로 방송을 제도적으로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시던 상전이 없어진 뒤 달라진 환경 속에서 당분간의 당혹감과 혼란은 예상됩니다. 우리에겐 더 이상 핑계댈 곳이 없어졌습니다. 자유를 주면 도망가버린다는 누구의 말처럼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떠넘겨진 막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한동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imf한파입니다. 인력감원, 임금동결이나 축소, 제작비 축소와 외부요원 감축 등 경제위기는 우리를 정신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몰아칠 것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전쟁이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계속될지 누구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맹목적인 채널확대를 통한 경쟁논리만 확산한 정부의 무책임, 공익성은 제쳐두고 방송을 그저 돈벌어 들이는 수익도구로만 여겼던 안이한 경영자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적응하고 이겨내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프로듀서 여러분.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지더라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운명은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으며, 방송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를 imf를 핑계 대며 피해갈 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방송에 독립성이 주어진다고 방송이 달라지지도 않으며 결국 방송의 제 모습은 우리 스스로가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imf시대 극복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것의 주체가 ‘나’이고 ‘우리’임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가 꿈꾸는 그린필드가 있다면 지금 우리가 발을 담고있는 수렁에서 우리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뜻에서 지금의 변화와 위기를 방송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세우고,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우선 우리 스스로 개혁하려는 의지와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을 매어 놓았던 자기검열로부터 벗어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 이상 한계를 그어놓고 환경과 제도를 탓하며 도망 다닐 수는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보고, 치열함과 진지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방송의 주인으로 우리는 거듭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다음으로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는 일입니다. 방송에서 경쟁력이란 세계 어느 시장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맹목적 시청률 경쟁, 맞대응 편성, 베끼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양은 교양대로, 예능은 예능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새로운 포맷과 영역을 연구하여야 하며 우리 스스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명실상부한 전문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문 재교육, 연수제도, 제작 시스템 등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 왔던 제작환경을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 당부의 말씀은 통일에 대비한 연구와 프로그램개발에 더 한층 노력해 달라는 것입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이며 엄청난 분단비용을 절감하고, 분단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몫은 방송인에게 있습니다. 혹시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자사이기주의, 한건주의에 빠져 민족동질성과 신뢰회복이라는 명제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지 않은지 고려해주십시오.
|contsmark2|프로듀서 여러분.87년처럼 자신들의 노력과 희생 없이 방송인이 또다시 상황변화에 무임승차했다는 비난을 두려워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끌려 다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개혁하고,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다시 세우고, ‘우리’가 함께 나아간다면 새로운 방송환경변화에 따른 적응도, imf위기 극복도 가능할 것입니다. 회원여러분.제가 받은, 제가 가진 모든 복을 여러분께 드립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1998년 새해아침연합회장 장해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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