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회계분리, 공영방송 재원 ‘투명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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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사 공식 제안, 사측 검토 중… BBC, 광고와 구분․채널별 비용처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현행 월 2500원인 TV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KBS 안팎에서 TV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계분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 야당 추천 이사 4인(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은 지난 15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수신료 관리운용 규정 제정안’을 제출했다. 제정안은 현재 광고수입과 콘텐츠 판매수입 등 다른 재원과 통합돼 운용하는 KBS 수신료 사용처의 회계를 분리해 구분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KBS의 수신료와 광고수입을 분리해 회계처리 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수신료의 사용처를 정해 광고 등의 재원과 분리하고, 채널별 공통 비용에 대한 수신료 배정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이사들의 주장이다. 이규환 야당 이사는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회계분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정부나 방통위가 공공연하게 수신료 인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치는 등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회계분리는 KBS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

현재 KBS의 회계처리는 방송법 제55조에 따라 기업회계기준 및 정부기업예산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KBS는 광고재원과 수신료를 포괄해 특별회계로 운영하고 있다. KBS와 함께 수신료를 재원의 일부로 사용하는 EBS도 회계분리가 안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 KBS 윤준호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좌), 전홍구 경영 부사장(가운데), 류현순 방송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KBS신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TV 수신료 부과대상 기기 범위 확대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KBS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청자는 자신이 내는 수신료(2012년 기준 5851억원)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모르는 채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2011년 방통위 의견서에도 나와 있다. 방통위는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추진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KBS는 채널별 방송 콘텐츠의 원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수신료 납부 주체인 국민에게 KBS가 운영하고 있는 모든 채널의 구체적인 운영 실적 등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의 회계분리는 영국 BBC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BBC는 채널별 회계분리를 통해 수신료 사용처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 BBC는 공공소유 방송인 채널1과 2는 수신료로, 또 다른 공공소유 방송인 채널4와 민영방송 채널3, 5는 광고 등 상업수익으로 운영되는데 채널별 회계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수신료와 정부보조금에 대해서도 회계분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KBS도 “공감한다”는 반응이지만 시행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정구봉 KBS 예산주간은 “분리 적용 부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력 충원과 분리에 따른 업무시스템 변경 등 어려움이 많아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방송법에서는 KBS가 수행하는 사업을 기본적으로 모두 공익사업으로 보고 있고, KBS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또 다를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수신료 회계분리에 대해 학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금 KBS의 회계로는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드라마·교양·뉴스 등 프로그램 제작비와 인건비 등 돈 씀씀이를 알 수 없다”며 “지금 문제는 KBS에 필요한 공적재원이 얼마냐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분리회계다. 인상에만 급급해 뭉뚱그려 말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대나 삼성처럼 시간당 액수를 따지는 게 아니라 제작비·인건비 등에 대한 상업 재원과 공영재원의 수입과 비용구조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EBS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신문방송대학원)도 “회계분리는 결국 수신료가 과도한 상업 서비스나 수익성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며 “현재 제도나 채널 분리만으로는 어렵다. 수신료가 사용돼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법이나 시행령에 명시하는 등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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