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X’,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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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1억년: 뿔공룡의 비밀’ 이동희 PD

지난 2008년 경기도 화성 시화호 제방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골반부터 뒷다리, 꼬리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이 공룡은 정체를 알 수 없다 해 ‘공룡X’라 이름 붙였다. 이후 ‘공룡X’의 실체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고 지난 2011년 ‘공룡X’는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이라는 뜻이다.

오는 27일과 2월 3일 밤 11시 15분 방송될 MBC <MBC 다큐스페셜-1억년: 뿔공룡의 비밀>(이하 <뿔공룡의 비밀>)은 이 뿔공룡의 생태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다. 뿔공룡의 산파 역할을 한 이동희 PD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나 제작과정을 들어봤다.

<뿔공룡의 비밀>은 이동희 PD의 두 번째 공룡 다큐멘터리다. 지난 2009년 연출한 <공룡의 땅>은 이름도, 종도 알 수 없는 ‘공룡X’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비슷한 뿔공룡인 프로토케라톱스가 처음 발견된 몽골 고비사막을 탐사하는 과정을 담았다.

▲ 이동희 MBC PD ⓒMBC
그로부터 3년 뒤 고생물학자인 이융남 박사는 연구를 통해 ‘공룡X’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코리아케라톱스라는 학명도 붙였다. 이 PD는 이번 <뿔공룡의 비밀>에서 그 비밀의 열쇠를 풀 계획이다. 특히 뿔 달린 공룡인 케라톱스류가 두 다리에서 네 다리로 보행한 진화과정을 밝힐 단서가 코리아케라톱스에 있음을 방송에서 전할 계획이다.

“코리아케라톱스는 <공룡의 땅>을 제작할 때만 해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요. 그러나 연구를 거치면서 코리아케라톱스가 백악기 말부터 1억년 동안 진화를 거듭한 드라마틱한 종이자 뿔공룡 진화의 키워드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의미에서 꼭 연출하고 싶었어요.”

이동희 PD는 그동안 주로 PD수첩>, <W> 등 시사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 PD가 공룡 다큐멘터리에 빠져든 건 학문적인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데 대한 그의 오랜 관심 때문이다. 이 PD에게 과학다큐멘터리는 새로우면서도 매력적인 장르였다.

그러나 생소한 공룡의 세계는 비전문가인 PD에게 어려운 영역이었다. 뿔공룡의 생태와 진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공룡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도 공룡의 골격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공룡의 이름도 제대로 몰라 난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PD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이융남 박사의 조언과 함께 몽골 고비사막에서 공룡학자들을 40일간 쫓아다니며 설명을 듣고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지난 3년간 공룡 관련 논문도 계속 찾아봤다. 인터뷰 중에 이 PD는 갖가지 공룡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다리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했다.

이 PD는 그래도 이융남 박사의 자문이 없었다면 <뿔공룡의 비밀>이 무사히 끝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박사 덕분에 세계적인 뿔공룡 전문가 마이클 라이언 박사, 아시아 뿔공룡 대가 수싱 박사, 대형육식공룡 권위자 필립 커리 박사 등의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수천만년 전에 사라지고 없는 공룡을 영상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였다. 이 PD는 “과학 다큐멘터리가 소재는 흥미로워도 대중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가 과제”라며 “특히 공룡의 경우 실존하지 않는 것이기에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기 시대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뉴질랜드 북쪽 끝부터 남쪽 끝까지 다니며 적합한 자연환경을 찾았다. 뉴질랜드는 원시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존하지 않는 생물을 존재하는 것처럼 촬영해야 하니 답답하고 동선 파악도 어려웠다. 그래서 조연출이 공룡의 동선을 대신해 물속에도 들어가고 풀밭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이 PD는 “조연출이 공룡으로 변신했다는 상상을 하면서 촬영 공룡의 움직임을 연출했다”며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다.

▲ 뿔공룡이 헤엄치는 모습을 CG로 완성한 모습(아래)과 이를 위해 조성욱 AD가 차가운 강물에서 수 차례 수영하고 있다. ⓒMBC
공룡을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CG의 질도 높였다. 공룡의 눈 껌벅거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표정 등을 구현하기 위해 애니메트로닉스(애니메이션+일렉트로닉스)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위해 영화계에서 알려진 특수효과전문회사 ‘셀’과 3D전문 ‘언더월드’를 섭외했다. 셀의 경우 <공룡의 땅> 방송 이후 MBC로 직접 이 PD를 찾아와 “공룡을 복원해보고 싶다”고 말한 게 인연이 되어 함께 작업했다. 이들의 기술력이 합쳐지며 공룡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학설을 바탕으로 한 재현도 시도했다. 몸집이 작지만 무리를 지어 다니며 큰 육식공룡에게도 위협을 주는 공룡 ‘벨로키랍토르’는 영화 <쥐라기 공원>, <점박이> 등에서 여러 번 재현됐는데, 그동안 피부가 도매뱀처럼 비늘로만 덮여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깃털이 있었다는 학설이 나오면서 고생물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 제작진은 고증을 거쳐 깃털이 있는 벨로키랍토르를 복원했다. 이 PD는 “방송에서는 그동안 봐오던 공룡과는 다른 공룡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시청자가 공룡이라는 소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이동’이라는 콘셉트로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이야기의 다리를 놔주는 역할은 방송인 샘 해밍턴에게 맡겼다. 도서관에서 공룡 책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공룡이 살짝 나타났다 사라지고, 이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시간이동을 통해 백악기로 흘러가는 방식이다.

“샘 해밍턴은 시청자가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이야기꾼의 역할이죠. 샘 해밍턴이 탐험을 떠나 마치 현장에 가서 그 시대를 본 것처럼 연기하면서 사람들을 프로그램으로 이끌도록 했어요.”

<공룡의 땅>과 곧 방송될 <뿔공룡의 비밀>까지 어느새 MBC 공룡 전문 PD가 된 이동희 PD이지만 차기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코리아케라톱스’처럼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고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 자체의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처럼 긴 시간을 한 작품에만 몰두할 수 없는 방송사 제작시스템의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PD는 과학 다큐멘터리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라는 말로 그의 의지를 대신했다.

“영국 BBC처럼 전문성을 가진 과학 다큐멘터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공룡이 아니더라도 생물과 관련되거나 세상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과학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싶어요.”

▲ MBC <1억년: 뿔공룡의 비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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