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인터뷰 ‘김현정의 뉴스쇼’ 중징계 확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위원들 ‘주의’ 제재 의결…TV조선 등 종편과 ‘이중 잣대’ 심의 논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2013년 11월 25일 방송)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진행하고 법정제재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의’(벌점 1점) 처분을 의결했다. 이는 다수인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의 결정이다.

이들은 박창신 신부가 인터뷰 과정에서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단정하고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내용임에도 진행자가 정정하지 않고 넘어감으로써, 여론을 오도할 여지를 남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으로 CBS가 “부적절한 의도”(권혁부 부위원장) 아래 이 같은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또 진행자가 반대 입장에서 적절한 질문 등을 통해 균형을 잡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2013년 11월 22일) 당시 논란이 됐던 자신의 주장을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펼칠 기회를 부여한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그릇된 여론 형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박만 위원장)고 비판했다. 박 신부를 인터뷰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의 일련의 지적들이 TV조선 <뉴스쇼 판>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심의에선 거의 제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중 잣대 심의”라고 문제 삼으며 “방심위가 하나의 저질 방송처럼 운영되고 있다”(박경신 위원)고 반발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
與 방심위원들 “박창신 신부, 발언 경청할 만한 대상 아니다”…인터뷰 자체 문제삼아 

이날 회의에서 박만 위원장은 “방송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고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남북문제에 대해 특히 객관적이고 공정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 진행자가 인터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면서 특정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어느 정도 지지하는 태도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그릇된 여론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만큼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방송을 들어보면 진행자가 공정한 시각에서 인터뷰를 하려는 의도 보다는 박 신부의 의견을 확인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청취자들에게 박 신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지난 대선을 모든 국가 기관이 합작한 부정선거라고 하는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하는 것도 방치했다”며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광석 위원도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NLL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이 한 발언이라고 믿을 수 없는,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한 발언”이라며 “방송사가 이를 바로잡지 않은 실책은 크다”고 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이 박 신부를 인터뷰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권 부위원장은 “박 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상황에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면 허위 주장을 일방적으로 늘어놓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박 신부를 출연시켜 시국미사 당시 발언을 여과 없이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 한 것은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명백하게 공정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앞서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며 “화자(인터뷰이)를 정하는 건 방송사의 권한”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권 부위원장은 또 박 신부의 NLL 발언 등을 언급하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객관성을 결여한 내용들”이라고 주장하며 “방송이라면 신중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사안에) 접근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콘텐츠(<김현정의 뉴스쇼>)는 그런 부분을 모두 다 위반하고 있는 만큼,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박성희 위원은 “박창신 신부가 국가 원로도 아니고, 경청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진행자가 (박 신부의) 주장을 듣기만 하고 공방을 하지 않으면서 박 신부의 발언을 사실로 인정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희 위원은 “이 부분을 의견진술 당시 이해를 시키려 했는데 (CBS 측 의견 진술자가) 이해를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野 방심위원들 “TV조선 ‘정미홍’ 방송과 이중 잣대 심의…방심위가 ‘저질방송’ 하고 있는 듯”

그러나 야당 추천 위원들은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를 출연시킨 TV조선 <뉴스쇼 판>(1월 21일 방송) 등에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의 심의 의견을 언급하며 일관성 없는 심의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등 종편 프로그램들이 NLL과 관련해 보수 논객들을 불러 방송을 한 다섯 개 심의 안건에 대해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모두 ‘문제없음’ 아니면 행정지도성 조치인 ‘의견제시’, ‘권고’ 등의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며 “출연자들이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토론을 이끌어 갔음에도 별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위원은 박 신부의 NLL 발언에 대해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허위라고 말하지만, NLL에 대해 남북이 합의한 일이 없다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권혁부 부위원장은 “NLL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동료 위원에 대해서도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장낙인 위원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정미홍 전 아나운서를 출연시킨 TV조선 <뉴스쇼 판>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이중 잣대에 따른 심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뉴스쇼 판>에서 정 전 아나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3인의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종북이라고 말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며 “결국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당시 심의에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진행자가 ‘뜬금없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공정성을 지켰다고 주장했다”며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제재를 해도 좋지만 그러려면 <뉴스쇼 판>과 같은 잣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박경신 위원은 “정 전 아나운서가 출연한 <뉴스쇼 판> 등 종편 프로그램에 대해선 (느슨한 잣대로) 수많은 ‘문제없음’과 ‘의견제시’를 주장했으며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서만 법정제재를 하겠다는 게 어떻게 일관성 있는 태도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방심위는 ‘비이성의 쇼’를 하는 것이다. 방송위가 심의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저질방송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경신 위원은 이어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창신 신부의 인터뷰를 한 것을 ‘누군가’가 불쾌하게 여기고, 그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위가) 중징계를 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토론 대신 “다른 위원들에게 질문을 하지 말고 박경신 위원 본인의 의견을 말하면 될 일”(박만 위원장), “이런 게 심의인가”(권혁부 부위원장) 등 불쾌감만 표시했다. 엄광석 위원은 “정미홍 전 아나운서 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고, 발언 일부는 틀렸다고 지적했다”며 이중 잣대 심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엄 위원은 이어 “사안의 중대성을 놓고 봤을 때 정 전 아나운서 건과 박 신부 건이 같나. 이건(박 신부 발언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일인 만큼 제재 수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연평도 분쟁 발언을 어느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가. (박경신 위원은) 회의를 깽판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논박 끝에 회의는 20분 가량 정회됐고, 속개 후 방심위원들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 1인(권혁부 부위원장), ‘주의’ 5인(박만 위원장, 구종상·박성희·엄광석·최찬묵 위원), ‘문제없음’ 3인(김택곤 상임위원, 박경신·장낙인 위원) 등의 의견을 냈고, 결국 다수결에 따라 ‘주의’ 제재로 최종 결론이 났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