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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는 ‘사법살인’의 민영화”

[인터뷰] 파업 손배소 반대 모임 ‘손잡고’ 출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방연주 기자l승인2014.01.27 10: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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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12년 MBC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며 MBC 사측이 노조와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낸 195억원의 손해배상(이하 손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여전히 파업을 벌인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 판결을 보면 ‘억’소리가 난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이 무색할 정도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배소가 노동자의 숨통을 쥐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지식인과 노동계가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를 내달 초 출범시킨다.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평화박물관 상임이사)는 “헌법적 권리인 노동자의 단결권이 침해된 현실을 보면서 더 이상 그냥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견지동 평화박물관에서 한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잡고’에는 초기 제안자 100인을 시작으로 각계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조국 서울대 교수, 김두식 경북대 교수,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이강택 전 언론노조 위원장, 서해성 소설가, 이선옥 작가, 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 등 학계와 노동계, 정치권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뭉쳤다. 거액의 손배액이 노동자 개인에게 떨어지는 현실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PD저널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PD저널
파업에 따른 사측의 손배소 제기는 노조에 족쇄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말 집계한 주요 사업장 노조의 손배 청구 금액은 983억원에 달할 정도로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다. 언론 사상 최초로 MBC 사측이 170일 파업을 벌인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소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1심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해 노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측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면서 최종심까지는 가시밭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정당한 파업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의 목적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에 한해 인정하고 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조가 많은 상황이다.

최근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조 47억원 한진중공업 노조 59억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9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도 ‘불법 파업’이라는 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말 철도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코레일 자회사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된 코레일의 7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법정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다퉈야 결론이 달라진다.  

한 교수는 “(손배소 판결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의 가치가 그렇게 대단했나 싶다. 거액의 손배액은 개인으로 따지면 3~5년씩 모아야 할 정도로 큰 액수”라며 “역으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1900년대 자본가 중심으로 손배소 민사소송이 일어난 데 이어 요즘에는 공권력인 경찰까지도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고약해졌다”며 “파업은 자본가의 손실을 걸고 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최후의 수단인데 이마저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손배소 남용을 지적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도 회사 측이 노동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보다 노동권을 위협하는 손배소를 용인할 뿐 아니라 법원도 이에 상응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선진 자본 국가들이 법과 제도를 통해 노동권을 인정하고 확립한 근간에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봤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룰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동권이 좁아진 배경에는 파업이라면 덮어놓고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탓도 있다. 그는 “파업을 벌이면 ‘시민의 불편’만 강조하고 불편해도 자신의 권리를 감수하는 건전한 시민의 목소리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며 “결국 사측이 교섭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 자세를 일관하게끔 힘을 실어준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회사가 파업을 벌인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남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는 “파업하면 월급 압류되는 등 패가망신한다는 모습을 보여줘 궁극적으로는 노조를 파괴하고 단결권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라며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하는 손배소는 사법살인의 민영화와 같다”고 말했다.

‘손잡고’는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반 다지기에 앞장설 계획이다. 내달 초 기구를 출범시키고 △손배가압류 및 업무방해죄 관련 법·제도 개선 △당사자들 증언대회 및 사례 기록 △사회적 모금활동 및 피해자 지원 등 전방위적으로 공론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법을 바꾸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법률 개정안에서 파업의 목적만 넓혀도 불법 파업의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선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걸더라도 손배를 청구할 수 있는 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파업을 벌인 노조를 대상으로 개인 재산을 몰수할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절차와 과정 등 규제가 필요합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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