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시정명령에도 콘텐츠 투자계획 등 승인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에 대해 28일 각각 3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기준 과징금(3000만원)에서 25%를 가중한 것이지만, 지난해 8월 내린 시정명령을 종편 4사가 모두 5개월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봐주기 식 ‘솜방망이’ 처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에 각각 3750만원씩, 1억 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이들 종편 4사가 2012년 콘텐츠 투자계획 중 미이행 금액과 함께 2013년 계획한 투자금액을 이행하고 재방비율을 준수하라며 방통위가 지난해 8월 내린 시정명령을 모두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은 2012년 콘텐츠 투자 불이행 금액 971억원과 2013년 콘텐츠 투자계획 금액 1609억원을 합한 2580억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16%인 414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2013년 재방송 비율도 사업계획에서 밝혔던 23.8%보다 두 배 가량 많은 43.5% 수준이었다.
채널A도 2012년 콘텐츠 투자 불이행 금액 819억원과 2013년 콘텐츠 투자계획 금액 1872억원을 합한 269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493억원만 투자했을 뿐이다. 2013년 재방송 비율 역시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사업계획(22.6%)보다 두 배 더 많은 46.2%였다.MBN은 2012년 콘텐츠 투자 불이행 금액 949억원과 2013년 콘텐츠 투자계획 금액 1815억원을 합한 276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949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고, 2013년 재방송 비율(46.2%) 역시 사업계획(29.2%)과 차이를 보였다.
JTBC 역시 2012년 콘텐츠 투자 불이행 금액 1067억원과 2013년 콘텐츠 투자계획 금액 2322억원을 더한 3389억원을 투자해야 했지만, 1511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종편 4사 중에선 가장 많은 비용을 콘텐츠 투자를 위해 쏟아부었다. 반면 2013년 재방송 비율은 62.2%로 사업계획(16.9%)의 네 배 가까이 많았다.
방송사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과 승인 유효기간의 단축, 기준 과징금(3000만원)에 최대 50%까지 가중한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날 이들 처분 가운데 가장 약한 과징금 부과를 선택했고, 그마저도 25%를 가중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충식 부위원장은 “애초 사업계획은 종편 4사 스스로 적어낸 것이며, 방통위 시정명령 후 5개월 동안 단 한 가지도 개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하며 “영업정지가 마땅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50% 가중한 4500만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종편들이 정부에 한 약속을 근거로 사업자 선정을 했는데 이제와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걸 방통위가 지지하고 옹호해선 안 된다”며 업무정지 조치까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방송 환경의 악화와 신생매체인 만큼 ‘인큐베이팅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현재 안을 채택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과 관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시정명령마저 불이행한 종편에 과징금 처분으론 부족하다”며 “방통위가 종편의 잘못에 엄격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시늉’으로 (형식적인) 과징금 처분을 한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의 이런 태도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꼼수를 부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른 재승인 심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