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방통위원장 주장대로 “2019년 광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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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관련 방통위 의견진술…양문석 “광고하면 불온방송인가”

길환영 KBS 사장이 2019년부터 KBS의 광고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길 사장은 4일 오후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 의견 진술을 위해 출석해 “가능한 광고 없이 완전 공영체제를 유지하는 게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길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현재 KBS가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면서 2TV 광고를 연간 2100억 원 가량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을 두고도 시청자의 부담 가중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이날 의견진술 과정에서도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들은 “시청자인 국민 입장에선 KBS가 힘들다고 해서 수신료를 올려줬는데 광고를 빼내 (종합편성채널 등) 다른 민영·유료방송을 먹여 살리는 상황이 된다. 국민에 대한 사기 행각”(양문석 상임위원) 등의 지적을 했다.

더구나 2019년 KBS 광고 폐지는 이경재 방통위원장 등 여권에서 계속 ‘주문’을 해온 부분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이라고 전제하긴 했지만 “KBS가 광고 축소에 대한 로드맵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KBS는 금년에 광고를 2100억원 줄이겠다고 했는데 2017년에 한 번 더 줄이고, 2019년에는 광고를 폐지해 완전한 공영방송 체제가 되도록 하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그간 길 사장을 비롯한 KBS 관계자들은 수신료 인상과 2TV 광고 축소를 언급한 일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폐지를 말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이날 의견 청취 과정에서 양문석 상임위원은 KBS의 광고 축소·폐지 계획에 “누가 KBS에 어떤 압력을 가했는지 모르지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 길환영 KBS사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수신료 조정안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KBS

野 방통위원 “광고를 하는 공영방송은 불온방송인가”

이날 길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광고 의존도를 줄여 수신료 중심의 공영적 재원구조를 확립하며, 디지털·스마트 시대 공적 책무의 충실한 수행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 때문에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길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정 안정을 기반으로 KBS는 상업주의 범람 속에서 방송 청정지대로서 국민의 정서함양을 위한 공익적 책무를 다하고,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고품질·고품격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BS에서 수신료 인상을 위해 제시한 광고 축소·폐지와 인력 감축 등 자구 노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우선 야당 추천의 양문석 위원은 광고 없는 청정 방송을 만들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전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 양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방송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이 각각 1대 9로 정치권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방송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디어렙’이라는 제도를 이미 갖고 있는 만큼, (정치권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보도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국장 등의 직선제·임명 동의제·평가제 등의 장치부터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또 “KBS는 지금 수신료를 월 1500원 인상하며 광고를 연간 2100억원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 경우 KBS에서 누리는 수신료 인상 효과는 500원 정도로, 이는 KBS가 약속한 수많은 공적 책무를 이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1000원 인상에 따른 효과(연간 2100억 원 광고 축소)는 MBC·SBS·종편 등 다른 곳에서 가져간다면, 시청자 입장에선 ‘왜 우리가 돈을 내 민영방송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길 사장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KBS 재원의 50% 이상을 수신료로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광고 축소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길 사장은 “현재 KBS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인데, 이를 50% 이상으로 올려 주재원으로 하자고 하면서 그간 하지 못한 공적책무 60여 가지를 놓고 계산을 하니 4000원이 나왔다”며 “이렇게 하니 수신료 비중이 53%가 돼 연 평균 2100억 원 규모의 광고를 줄일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 위원은 “수신료 비중 37%가 비난받을 여지가 있어 50%로 올린다는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공영방송에서) 수신료 비중이 37%면 안 되고 50%는 된다고 어떤 학자가, 어느 나라가 법으로 정하고 사회적 압력을 가한단 말인가. 그 자체가 잘못된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KBS가 연간 2100억 원의 광고 축소를 감내할 수 있다면 국민 부담 최소를 위해서라도 월 1500원이 아닌 500원만 인상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며 “국민 입장에서 KBS가 현재의 수신료로는 공적 책무를 다하기 힘들다 해서 수신료를 올려줬는데, KBS 경영진이 그 돈을 받고 광고를 빼겠다고 하면 그건 사기치는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길 사장은 “방송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을수록, 제작진 입장에선 시청률을 상정한 기획을 하게 된다”고 맞받았다. 제작진이 광고에 얽매여 선정적인 방송 등으로 시청률을 올리려고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막장의, 선정적인 콘텐츠가 곧 높은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도, 높은 시청률의 방송이 막장의, 선정적인 콘텐츠인 것도 아니다. 양 위원이 “길 사장이 시청률을, 제작진들을 지나치게 폄훼한다”고 말한 이유다. 양 위원은 “시청률 경쟁이나 광고를 불온시하는 시각은 아주 위험한 접근이다. 광고가 없으면 청정이고 광고가 있으면 불온방송·오염방송인가”라고 반문하며 길 사장의 시각에 우려를 표시했다.

야당 추천의 김충식 부위원장은 길 사장이 2019년 KBS 광고 전면 폐지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KBS 구성원 전체의 합의된 의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길 사장은 “그 부분은 목표로 정한 내용인 만큼 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관련한 부분은 (추후) 함께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까지 전체 구성원의 합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길 사장은 그러나 “구성원 합의 이전에 공영방송이라면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고, 방송법에도 주재원을 수신료로 하라고 돼 있다”며 “세계적인 공영방송인 BBC(영국)과 NHK(일본)은 광고를 하지 않고 수신료만으로, 또는 수신료와 기타 수입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30년 이상 방송계에 몸담으며 제작과 편성을 맡으면서 광고를 한다는 건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대단히 훼손하는 일이라는 걸 현장에서 실감했다”고 길 사장은 재차 강조했다.

이경재 위원장도 “공영방송 광고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이 다를 수 있다”며 “공영방송인 KBS는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는 품위있는 방송을 만들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영방송은 수신료로만 운영하는 방송을 해야 하기에 광고를 안 한다는 것이지, 2100억 원을 다른 방송에 주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은 (선후 관계를) 거꾸로 보는 것”이라며 KBS의 광고 축소·폐지안을 두둔했다. 또한 2019년 광고 폐지를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BS 2TV 공영성 대표 프로그램은 ‘스펀지’ ‘왕가네 식구들’?…보도 공정성 논란 ‘모르쇠’

길 사장은 이날 여권 추천의 홍성규 상임위원으로부터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방송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영방송은 민주적 여론 형성을 통해 국민의 화합을 도모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고품질·고품격 프로그램으로 국민 정서 함양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길 사장은 “광고가 나쁘다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광고를 위해 불가피하게 경쟁이 촉발되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막장 드라마라던가,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광고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2TV의 목표는 건전한 오락을 통해 국민의 정서를 함양시키는 것”이라며 대표 사례 프로그램으로 <스펀지>와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을 꼽았다. 그러나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 상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막장 논란도 있는, 공영방송을 대표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보도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선 “그간 KBS는 방송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왔다. 방송법에 근거해 편성규약을 만들었고, 시청자위원회도 설치했으며,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도 편성했다”고 길 사장은 말했다. 또 “노사 합의로 체결한 단체협상에 근거해 공정방송위원회를 25년째 운영하고 있고, 인사규정에 근거해 국장 상향 평가제 등의 장치도 마련해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외부 기관의 신뢰도 평가에서도 줄곧 상위를 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문석 위원은 “KBS는 현재도 끊임없이 보도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이 여론의 한 축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불공정 논란을 외부 (일부의) 시각이라고 돌려선 안 된다.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냐 여부를 결정하는 결국 외부의 시각”이라고 강조하며 보도 불공정 논란을 부인하려고만 드는 KBS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나영석 PD 이직이 KBS 수신료 인상의 이유?

이날 회의에선 상위직이 더 많은 KBS의 역 피라미드 인적구성과 고임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여권 추천의 김대희 상임위원은 “지난 2010년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을 당시 KBS는 2014년까지 4200명 수준으로 KBS 인원을 줄이겠다 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결의가 보이지 않는다. 5년 간 100명을 줄인다는 계획 정도로 이전과 차이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상임위원은 인건비와 관련해서도 “KBS의 계획을 보면 모든 경비를 일단 5% 가량 절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건비만 예외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길 사장은 “노조와 매년 임금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을 일률적으로 삭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타 방송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적정한 수준의 임금과 임금인상을 하지 않으면 양질의 인력을 운영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2~3년 전 임금 문제를 놓고 타사의 스카웃을 받아 이직하는 일이 있었다”고 길 사장은 말했다. 이는 이명한·나영석·신원호 PD 등 인기 예능·드라마 PD들의 이직을 ‘돈’ 때문만으로 단정하는 것으로, 길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답변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길 사장은 “방송 종사자들의 임금을 타 직종과 단순 비교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방송은 대단히 창의적인 작업”이라고 강조한 뒤 “타 방송사와 비교할 때 KBS의 임금은 평균 87~88% 수준이다. 방송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고, 이런 부분을 감안할 때 타 직종과의 임금 차이는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경재 위원장은 최근의 공기업 개혁 분위기를 언급하며 “KBS도 공공기관 아닌가. KBS 내에서 제작과 상관없이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 많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로 해석 가능한 발언을 했다.

반면 양문석 위원은 “임금피크제 등은 검토해야 하지만, 인건비를 줄이라고 방통위나 국회에서 말하는 건 과도한 행정개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길 사장은 “일률적인 임금 삭감 등은 어렵지만, 임금 피크제 등의 도입을 통해 임금 부분에서도 삭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적극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BS 수신료 배분율 더 늘려야”

이날 회의에선 KBS의 유휴자산 매각, EBS의 수신료 배분 문제 등과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자문위원회의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며 EBS에 대한 배분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KBS는 수신료의 9.15%를 한전 위탁수수료와 EBS 배분에 사용하고 있다”며 “KBS에선 4000원으로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한전 위탁 수수료를 6%에서 3.84%로 줄이고 EBS에 대해선 3%에서 5%로 수신료 배분율을 높이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 경우 전체 수신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84%로, KBS가 가져갈 몫은 더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전에 대한 위탁 수수료를 줄이는 만큼 KBS가 수신료를 덜 줄이거나 EBS에 더 주는 계산법이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KBS만 더 가져가는 계산법이 나왔다”며 “수신료는 KBS와 EBS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EBS에 조금 나눠주는 걸로 잘못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길 사장은 “계산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추후 실무선에서 그런 취지를 살려서 검토해보면 될 문제”라고 하면서도 “지난해 EBS 광고 수익이 350억원 정도라 그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놓고 보면 5%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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