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경찰 증원 비판 보도에 ‘대통령 공약’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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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장 20일동안 3차례 수정 지시 “자기검열 권력 눈치 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경찰 증원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다룬 YTN 리포트가 보도국장의 지시로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밝힌 부분이 모두 삭제된 채 방송돼 내부에서 ‘청와대 눈치 보기’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문제가 된 리포트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속출’은 경찰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급급해 대책없이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가 합격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일 보도됐다.

이 리포트는 ‘대통령 공약에 경찰 무대책 증원’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9일 이미 기사 작성과 제작, 담당 부장의 최종 승인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홍렬 보도국장의 지시로 20여일 동안 방송이 보류된 이 리포트는 3차례 데스킹과 수정을 거친 뒤에야 방송이 될 수 있었다. 수정된 원고에는 20일전에 담당부장의 승인을 받은 리포트에 포함됐던 경찰 증원 공약을 말하는 박 대통령의 녹취와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11일 방송된 리포트에선 “경찰 증원 공약에 따라 신규 경찰관을 1년에 3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리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하면서도 왜 증원 공약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리포트 말미에 “경찰이 대통령 공약이라며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무작정 뽑고 봤다”는 정도로만 언급됐다.

▲ 지난 10일 방송된 YTN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보도.
YTN 사회부 사건팀 기자 9명은 지난 10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례적으로 3번의 데스킹과 3번의 재제작을 거치면서 대통령 녹취와 화면을 삭제하는 등 가급적 다른 의견들을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원본과 최종 방송본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은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 없어졌다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팀은 이번 보도과정을 통해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여실히 드러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기사가 마구잡이로 수정된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YTN지부도 11일 낸 성명에서 “권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제작까지 완료된 기사에서 멋대로 ‘팩트’를 지우고 ‘대통령’을 가린 행위는 기자정신은 물론 YTN 윤리강령과 공정방송협약, 나아가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이라며 “YTN을 ‘정권 보위 방송’으로 타락시킨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행위”라면서 이 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국정원 기사 불방 논란’으로 78.4%의 기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국정원 SNS’ 관련 YTN의 특종 리포트에 대한 방송 중단 지시가 내려지기 전에 국정원 직원이 이 리포트에 대한 보도국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취재기자에게 ‘국정원 입장 반영’을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도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YTN은 보도국장의 지시가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라고 일축했다. YTN은 “해당 보도는 보도국장이 담당부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승인, 방송한 기사”라며 “이런 과정은 모든 언론사의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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