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지역에도 ‘대박’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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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모 카드회사의 광고는 그야말로 온 국민을 부자 되기 열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당시 광고가 카드사의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부자 되라는 광고 카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러 안방극장이 UHD로 향해가는 시대에 “부자 되라”는 구린 화질의 광고로 옛 영광을 재연하려는 것인지 구중궁궐(九重宮闕) 속의 그분도 연일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달 초 ‘말이안통하네뜨’께서는 신년 기자회견을 자청하셨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무너뜨린 그분은 오바마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는 신공을 기자들에게 내려 주었다. 짜 놓은 순서를 무시하고 넘어가도 질문은 각본의 순서 그대로였다지? 어쨌든 ‘통일은 대박’이라는 신조어를 생산해 내지 않았나. 여전히 용비어천가를 쏟아내는 보수 언론을 제외하고 SNS에서나 일부 비판적 기사들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을 무렵, 그분께서는 다시 한 번 기민함을 보여줬다.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연아 선수 등을 만나고 나서는 ‘소치 대박’이라며 연일 ‘대박론’을 퍼트렸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박 신공은 해외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주변국 모두에게 대박이 될 수 있다"고 거듭 대박몰이의 끈을 놓지 않았다. 릴레이는 계속됐다. 문화 융성을 공약으로 내 건 후 첫 번째 ‘문화가 있는 날’ 행차로 극장에서 3D 애니메이션 ‘넛잡’을 보시고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라고 어린이들에게까지 '대박'을 주문하는 기염을 내뿜었다.
국가수반께서 친히 대박 신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드는 생각이 있다.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그에게 있을까? 소치에서 메달 없는 선수들의 이름은 대선이 끝나면서 던져진 경제민주화의 꼴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교육과 경쟁에 찌든 아이들을 대박이란 또 하나의 진흙탕에 던져 넣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마음 깊은 구석에 드는 또 하나의 생각, 누구도 돌아봐 주지 않는 지역은 언제쯤 대박 날까?

본인의 말대로라면 돌멩이에 매달려 한강 속에 있어야 할 그 사람이 제 고향에다 재를 떨어버리겠다고 서울서 공천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뿌리치고 달려갔으니 경남 사천시는 대박 날까? 그뿐만 아니다. 지역MBC의 모든 난맥상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지역MBC의 광역화가 십수 년 만에 현실이 된 후 벌써 3년이 지나가는데도 그 흔한 결과분석 한 번 없었다. 게다가 주총을 앞두고 갑자기 통합추진단이니 뭐니 하며 인사발령을 내버리는 등 강제통폐합의 망령이 곳곳을 배회하고 있는 지금의 지역방송에도 대박은 찾아올까?

▲ 강병규 안동MBC PD
90년이 다 돼가는 동춘서커스도 겨우 명맥만 유지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즈음에 공자의 본향을 찾아갔다던 출장길에 중국 서커스 동영상을 가져온 분이 하는 말씀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에 대박을 가져올 사업 아이템”이라며 직원들까지 불러 모아놓고 80분 동안의 가시방석을 제공한 분도 있는 지역MBC의 2014년에 대박은 있을까? 서울에서 그랬듯 지역 뉴스 곳곳에서 대박 기원 아이템이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음력 새해도 이미 밝아버렸는데 대박을 쫓다가 쪽박 차지나 않을지 싱숭생숭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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