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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 승인 2014.02.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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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 그 외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통위는 오로지 대통령의 뜻인 창조경제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 안에 창조경제와 방송통신의 공공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고민은 없다.

방통위가 대통령 산하 직속기구라는 한계를 고려한다 해도 이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정부직제의 하나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진흥업무의 주체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방통위는 방송통신 영역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관련 규제를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업무보고에는 담겼던 ‘공정한 방송 구현’조차 ‘방송의 신뢰성 제고’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뒤바뀌면서, 방송을 둘러싼 비정상적인 상황이 굳히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신료 관련 내용이다. 이는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발표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던 내용으로, 이번 업무보고에서 더욱 분명하게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TV 수신료는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검토하는 역할 이상의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는 자신들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다. 방통위는 검토의 주체일 뿐 주도의 주체일 수 없기 때문이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노컷뉴스
또 다른 문제는 수신료의 본래 의미를 심히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방통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서 수신료의 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의 광고를 축소하고, 광고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지상파 전체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 서비스의 무료 보편적 기능의 확대 강화가 아닌 한류의 확산이라는 점도 수신료 인상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도구임을 방증한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공영방송, 나아가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 강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사회적 논의 필요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방송의 시장화를 완성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 헌납만을 강조한다. 이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의 전부(이경재 위원장 견해)를 광고 축소로 연계해 MBC, SBS, 종합편성채널 등의 광고재원 확충을 도모한다는 거대한 밑그림에 기초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광고를 축소하면 정작 KBS와 EBS의 공적 서비스 강화에 쓰일 재원은 지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유료방송 위주의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반대하던 방송협회의 홈페이지에는 수신료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로 충만하다. 수신료 인상과 광고 규제 완화를 통해 미디어 생태계가 선순환될 수 있고, 수신료 인상이 이러한 방송산업 발전의 토대를 강화하는 초석이 될 거라는 내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신료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로 K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을 꼽기도 했다. 이는 수신료 인상이 또다시 산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를 잘 보여준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수신료 인상의 최대 수혜자가 국민이 아닌 MBC, SBS, 종편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하는 상황에서, 내 주머니의 최소부담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상파 방송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공고히 하겠다는 약속, 이에 대한 방통위의 관리 감독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수신료 인상은 또다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공론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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