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사장 후보군 ‘김재철 체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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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사장 후보군 ‘김재철 체제’ 연장?
안광한·이진숙·최명길…방문진, 21일 최종 사장 내정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2.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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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가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을 MBC 신임 사장 후보로 압축한 가운데 ‘김재철 체제 바통 이어받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문진은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공모 신청자 13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이들 3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연임을 노렸던 김종국 현 MBC 사장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MBC 사장은 방문진이 오는 21일 후보자 면접을 진행과 투표를 통해 내정하면 이후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2017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이다.

▲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사진 좌측부터)

방송계 초미의 관심사인 MBC사장 최종 후보가 결정됐지만 2012년 장기 파업에 따른 후유증을 치유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대거 포함돼 신임 사장이 선임되더라도 ‘MBC 정상화’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게 MBC 안팎의 분석이다. 이른바 ‘김재철 체제’를 보위한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과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이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 끝에 지난 2010년 취임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임기 내내 ‘불공정 방송’이라는 불명예를 MBC에 안겼고, MBC기자회의 제작거부와 MBC노조의 170일 파업을 촉발시켰던 인물이다. 당시 파업 참여 조합원을 대상으로 해고·정직 등 징계 조치를 단행하는 등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 방문진의 해임 가결로 스스로 물러났다.

실제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2년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징계에 앞장섰다. 안 사장은 김 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뒤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도 ‘김재철 체제’의 기조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도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한 해에 홍보국장에 이어 기획홍보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한 뒤로 ‘김재철의 입’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사측 논리를 대변했다. 이 지사장은 또 대선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전 이사장과 만나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려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진숙 낙점설’이 공모 시작 전부터 나온 이유도 정수장학회와의 관계 때문이다.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은 ‘김재철 핵심 인사’는 아니었지만, MBC 내부에선 그를 비교적 보수적인 인물로 분류한다. 최 부국장의 행보를 보면 정치부의 여당 출입 기자로서 능력과 인정을 받는 동시에 노조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문진의 최종 후보 발표에서 보여주듯 김재철 체제 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여야 6대 3 구조인 방문진 이사회는 재적과반수(5인 이상) 투표로 사장을 내정하는 만큼 여당 측 의견이 관철되기 쉬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 최근에는 보궐 이사로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인 김원배 목원대 총장이 선임돼 방문진에 ‘친박’ 색깔까지 더해졌다.

방문진의 이 같은 결정에 MBC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사 간 갈등과 반목의 중심에 선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되면 MBC 정상화는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반응이다. 신임 사장에게 노사관계 정상화, 해직 언론인 문제, 잦은 인력 유출에 따른 대책 등 MBC에 산적한 과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동수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홍보국장은 “김재철 최측근이었던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지사장 등이 후보로 오른 건 결국 ‘김재철 체제’ 굳히기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방문진은 MBC를 망가뜨리고, 정권의 도구화로 전락시킨 당시 경영진이 권력을 누릴 수 있게끔 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도 18일 성명을 내고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지사장은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유도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장 후보는커녕 징계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이런 자들을 사장 후보에 올려놓다니 방문진이 사법부 위에라도 군림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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