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망가뜨린 인물이 사장 후보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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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 후보 3인은 누구]

MBC 최종 사장 후보군을 두고 ‘김재철 체제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김재철 전 사장 시절 후보들의 행보 때문이다. 특히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지사장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신뢰성을 담보하기보다 ‘정권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들은 노사 갈등이 고조될수록 강경 자세로 일관한 점을 미뤄보아 노사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장 후보 중 유일한 PD 출신인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은 1982년 MBC에 입사해 TV편성부장, 편성국장, 편성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입사 초기 교양 PD로 재직하다 이후로는 줄곧 편성본부에서 편성 실무에 대한 경험을 쌓아왔다. MBC의 한 PD는 “안 사장이 워낙 편성 쪽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편성에 관련해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사장은 제작 자율성 위축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안 사장은 MBC 편성본부장을 지낸 지난 2010년 김 전 사장이 이명박 정부 핵심 사업인 4대강 개발 사업을 비판한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을 ‘민감한 소재’란 이유로 사전 시사를 요구하자 이에 동의했다. 당시 단체협약에 따르면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은 시사교양국장에게 있었는데도 안 사장은 불방 의견을 피력하는 등 월권을 행사, 해당 방송분은 방영이 보류됐다.

▲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사진 좌측부터)
안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편성본부장을 역임하고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한 중견 PD는 “안 사장이 편성본부장을 지내면서 MBC 경쟁력을 추락시킨 장본인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방송사가 제작 중심이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편성을 비대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은 1987년 MBC보도국에 입사해 국제부장, 정책협력부장, 홍보국장,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지사장은 지난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소식을 현장에서 전달하면서 일약 ‘종군 기자’로 유명세를 탔다. 이 지사장은 김재철 체제에서 MBC본사 최초로 여성 임원인 기획홍보본부장이 됐다.

하지만 이 지사장은 정작 MBC 내부에선 “MBC 공정성을 망가뜨린 인물”로 평가된다. 사측의 논리를 대변한 이 지사장은 노조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MBC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지난 2012년 3월 MBC기자회 사상 처음으로 제명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당시 MBC기자회는 “(이진숙 홍보국장이) 지난 1년 동안 파업 전후로 많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파업과 제작거부 의도를 적극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MBC의 한 기자는 “(이진숙 지사장은) 김재철 체제에서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무너뜨려 제명된 인물로, 사장 후보에 올랐다는 건 사실상 MBC의 미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평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사무총장 추혜선)도 18일 성명을 내 “이진숙 지사장은 김 전 사장의 숱한 비리를 두둔하며 김재철의 입을 자처했던 인물”이라며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군림하면서 2012년 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졌다’고 말하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장은 또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비밀 회동 녹취록에서 언론사 지분 매각과 민영화 논의까지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 그가 사장이 되면 민영화에 급물살을 탈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은 1986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 워싱턴특파원, 보도제작국 부국장, 유럽지사장 등을 역임했다. 최 부국장은 MBC에서 대표적인 정치부 기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출입기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다.

최 부국장은 지난해 보궐임기 사장 공모에 안광한 사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최 부국장이 오랜 여당 출입기자 이력과 박근혜 대통령과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최종 후보에 오른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동수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최 부국장은) 정치부 기자 시절 여권 인사와 폭넓은 인맥과 친밀도를 보여 기자로서 역량을 발휘했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여권 인사와의 친밀도나 박근혜 대통령과 안면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결국 (김재철 체제 인사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들러리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평했다.

한편 민주당 공영방송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신경민)는 지난 17일 전원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MBC 추락에 충성경쟁을 했던 이들, 하나같이 평생 권력을 쫓아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했던 권력의 주구들, 법원이 확인한 MBC 방송 공정성을 후퇴시킨 장본인들이 어떻게 공영방송 MBC의 사장 후보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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