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 ‘몰표’ …방문진 ‘거수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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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 맞춘 사장 선임 과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급’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안광한 MBC 신임 사장에게 몰표를 던져 ‘거수기’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해 설립된 방문진이 정치권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등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17일 사장 공모 지원자 13인 중 3인을 최종 후보로 압축하고, 지난 21일 표결을 거쳐 재적과반수 5표를 얻은 안광한 사장을 선임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민주적인 절차인 표결로 사장을 선임했지만 사장 선임 과정은 여권에 유리한 게임이었다. 방문진의 여야 6대 3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1차 심사와 최종 심사에서 여권 측으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여권 측 이사들이 지난 17일 1차 심사가 있기 바로 직전 미리 만나 사장 후보군을 조율했다는 설이 돌았다. 실제 지난 17일 1차 심사(1인 2표제)에서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은 각 5표, 최명길 부국장은 4표를 얻어 최종 3인 후보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여권측 이사들은 김재철 전 사장 인사로 분류된 안 사장과 이진숙 지사장에게 표를 몰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명길 부국장은 야권 측 이사 3명과 나머지 여권 측 1명의 이사로부터 총 4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최종 심사에서도 안 사장은 여권 측 이사들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안 사장은 총 9표 중 5표를, 최명길 부국장은 4표를 얻었고, 유력설이 돌았던 이진숙 지사장은 예상을 뒤엎고 한 표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차 심사에서 안 사장에게 표를 던진 여권 측 이사들이 최종 심사에서 몰표를 준 셈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지난 24일 노보에서 “애초 13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사들이) 각자의 신념과 자율에 맡겨진 표결이라고 보기 힘들다. 안광한과 이진숙을 생각했던 다섯 이사가 (사장 내정에서) 모두 안광한에게 표를 줬다는 얘기”라며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방문진 체제는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1987년 여야 합의로 탄생했지만, 여야 6대 3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MBC 사장 선임 때마다 방문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나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MBC 언론 장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10년 김재철 전 사장의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청와대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MBC계열사·자회사 임원 인사에 개입) 사건이 대표적이다. 업무상 배임 의혹을 받은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 과정도 외압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 최고 책임자가 “김재철을 지켜라”는 내용을 여권 측 이사에게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해임안 처리는 무산됐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방문진 이사회의 한계가 또다시 재현되자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방문진의 이번 작태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왜 필요한지 분명해졌다”며 “언론노조는 MBC등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과 방문진의 지배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투쟁에 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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