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고리 끊기, 인적청산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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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고리 끊기, 인적청산의 잣대
[안광한 MBC 신임 사장의 MBC 과제는]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2.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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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한 MBC 신임 사장이 25일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2017년 정기 주주총회 시까지 3년이다. 안 사장이 선임되자마자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김재철 체제의 2막”이라고 반발했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요직을 거친 안 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지난 2012년 MBC본부 파업 초기 당시 안광한 부사장은 인사위원장으로서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안 사장의 첫 출근 일에 침묵시위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출근 저지 등 물리적인 수단보다는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단체협상 등 실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고려에서다. 그러나 안 사장이 취임사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파업에 대해 노조와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 앞으로 노사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 안광한 MBC 신임 사장이 25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MBC

■조직·인사개편, 누구를 앉히나= 안 사장의 MBC 정상화 의지는 빠르면 이번 주께 늦으면 내주 초에 단행될 본부장급 인사를 비롯한 조직·인사개편으로 판가름 날 거라는 게 내부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김재철 체제 인사와의 고리를 끊느냐에 따라 인적 청산 여부가 갈린다.

특히 ‘김재철 체제’에서 두드러진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이진숙 워싱턴지사장(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의 거취가 관건이다. MBC 내부에선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등기이사의 정원을 증원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인적 청산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지역MBC도 MBC의 본부장급 인사 이후 곧장 단행될 지역사 사장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지역 계열사는 7개사이지만 안 사장이 ‘자리 챙겨주기 용’으로 잔여임기가 1~2년이 남은 11개사까지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MBC 관계자는 “안 사장 스스로 사장 공모 절차를 밟았듯이 ‘낙하산 지역사 사장’을 내려 보낼 게 아니라 사추위를 통해 지역사 사장 후보의 자율경영과 공적 책무를 검증해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의 경우 김재철 체제에서 비롯된 기형적인 편성제작본부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될 지도 주목된다. 김재철 전 사장이 상호 견제해야 하는 편성과 제작을 묶고, 특성이 다른 부문까지 한 데 모아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편성본부와 드라마·예능·라디오·교양제작 등을 묶은 TV제작본부로 분리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지켜볼 일이다.

한 중견 PD는 “서로 역할이 다른 편성과 제작이 하나로 합쳐진 뒤 백종문 편제본부장은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시선집중>, <세계는 우리는> 등의 아이템 검열이 강화돼 제작 자율성이 훼손됐다”며 조직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25일 안광한 신임 사장의 첫 출근일에 맞춰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김재철 체제의 재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언론노조

■단협, 노사 갈등의 물꼬 터야= 안 사장의 단체협약 복원에 대한 의지도 중요한 문제다. MBC본부도 줄곧 MBC 정상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 단체협약 복원을 꼽았다. MBC본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단협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합법적 파업 상황에 직면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단협은 공정방송 실현의 기틀로 제작 자율성을 보장 받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물론 MBC 내부 구성원은 ‘김재철 체제’ 인사인 안 사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1년 넘게 지지부진한 단협의 관건은 안광한 사장 등 신임 경영진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데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MBC본부는 이번 주 내로 사측에 단체협상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그간 노사 갈등을 의식한 듯 안 사장은 취임사에서 “노동조합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겠다”며 “근로조건의 개선은 물론 공정방송을 위한 사규준수 논의의 장도 항상 열려있다”고 밝혔지만 2012년 파업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노조와의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 역시 안 사장의 의지에 따라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해직 언론인의 문제는 언론 자유의 침해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안 사장이 해직 언론인들을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귀 시켜 새로운 공영방송을 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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