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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위원장의 잦은 방송 출연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17일 취임한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약 20일에 한 번 꼴로 방송에 출연했다. 취임 310일째인 지난 20일까지 이 위원장의 방송 출연이 확인된 것만도 16회다.

이 위원장은 취임 6일째 되던 지난해 4월 22일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을 시작으로 지상파 3사(KBS 3회, MBC·SBS 2회)를 비롯한 각 방송사를 종횡무진 했다. 특히 이 위원장의 방송 출연은 방통위의 정책 발표나 청와대·국회 업무보고 이후 집중됐다.

당장 이 위원장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뒤인 지난 1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 출연했고, 지난 1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이후인 20일에는 SBS 시사프로그램 <이슈 인사이드>와 KBS 1TV <뉴스라인>에 출연했다. 이틀 동안 네 차례나 진행된 인터뷰는 질문도 답변도 차별화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에 발맞춰 2014년을 ‘창조방송’ 구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통위 업무보고 내용 그대로였다.

▲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출연한 KBS <뉴스라인>(2월 20일, 위)과 <일요진단>(2013년 4월 19일) ⓒ화면캡처
이 위원장은 지난해 방송의 날(9월 3일)을 기념해서 9월 2일 MBC <여성토론 위드 방송의 날 특집-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듣는다>에 출연하는가 하면 그해 6월 14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날에는 MBN 시사프로그램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했다.

방송에 출연한 이 위원장의 발언도 문제다. 찬반 논란이 있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20일 KBS <뉴스라인>)한다거나 언론계 안팎의 절실한 요구인 ‘방송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자율성을 주면 자동적으로 공정이 되는 것”(18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은 창조경제의 핵심”(18일 YTN <호준석의 뉴스인>)이라며 정부의 창조경제를 홍보해 이 위원장의 인터뷰 자체가 또 하나의 ‘불공정 방송’을 낳는 형국이다.

정부기관장으로서 방송 출연을 통해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도 있지만 이 위원장의 방송 출연은 과하다. 전대의 최시중 위원장(1·2대)과 이계철 위원장(3대)이 뉴스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이 위원장의 방송 출연이 불편한 이유는 그가 방송의 주무기관장이라는 점이다. 방통위는 방송에 대한 재허가 권한을 비롯해 방송 정책 및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방송 출연 배경이 어찌됐건 방송사와 방통위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통위 수장에 대한 방송사들의 예우로 비쳐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의 잦은 방송 출연이 권력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오늘날 방송의 현실과 겹쳐 보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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