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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00원 수신료 인상안 처리…청정방송 KBS 앞세우며 종편 챙기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지난 2월 28일 수신료를 현재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자는 KBS의 안을 그대로 수용해 국회로 넘겼다.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2TV 광고를 연간 2100억 원 축소하는 내용까지 KBS 뜻 그대로 받았다. 2019년까지 KBS 광고 전면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라는 이경재 위원장의 주장 또한 고스란히 담았다. 언론·시민단체들이 “KBS의 요구와 정권의 바람을 그대로 담았다”(2월 2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고 비판하는 이유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찬성 3인(이경재 위원장·홍성규·김대희 위원), 반대 2인(김충식 부위원장·양문석 위원)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가결했다. 방통위는 검토 의견서에서 KBS의 인력구조 개선과 사업경비 절감 등의 필요를 제기했다. 또 △소외계층 수신료 면제 대상 두 배 확대 △EBS 수신료 배분 확대(3%→7%)△수신료·광고 회계분리 △공정방송 및 자율적 제작 여건 강화 등을 주문했다.

구체적 방안을 담지 않은 의례적 표현이긴 하나 방통위에서 처음으로 KBS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지적하며 공론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주문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방통위 논의 과정과 의견서를 보면 결국 수신료 인상과 KBS 광고 축소(폐지)라는, 당초 설정한 목표에 맞춰 방통위의 검토 작업이 진행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회에 넘기기로 지난 2월 28일 의결했다. 사진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 ⓒ노컷뉴스
‘공영방송=광고 없는 방송’ 주장이 대표적이다. 방통위는 의견서에서 KBS 전체 재원 중 광고수입 비중(39.8%)이 수신료 수입 비중(37.3%)보다 높음을 지적하며 “이런 재원구조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정립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BBC(영국)와 NHK(일본) 등 해외 공영방송에서도 상업광고 편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공영방송인 ZDF의 경우 광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1일 평균 20분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선진국의 경우 상업광고를 주요 재원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광고 규제 정책은 공영방송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실례로 영국의 경우 공영방송뿐 아니라 모든 방송에 대해 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광고가 금지된 BBC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는 시간당 평균 7분, 유료방송은 시간당 평균 9분으로 광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광고를 매개로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철학은 내팽개친 채 공영방송 가운데서도 KBS만 광고 청정지역이 돼야 한다는 주장만을 내세우며 시청자의 부담까지 외면하는 모양새다. 양문석 위원이 “KBS 2TV 광고를 줄이지 않으면 수신료를 월 500원만 인상해도 된다”며 인상 폭을 문제 삼은 이유다.

양 위원은 “국민 개개인이 월 1500원의 수신료를 더 내는 데 대한 효과를 대체 누가 누리는 것인가. 몇 개 민영방송이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먹을거리(광고)를 마련해 주기 위해 해외 사례 일부를 떼어내 ‘공영방송=광고 없는 방송’ 주장을 앞세우며 KBS 2TV 광고 폐지를 위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BS와 광고를 결합판매하고 있는 중소방송을 위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2TV 광고 축소 안까지 밀어붙인 데서도 수신료 인상을 위한 인상안 검토라는 점이 드러난다. KBS가 전체 재원의 39.8%를 차지하는 광고 비중을 22%로 줄여 2100억 원 규모의 광고를 축소할 경우,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KBS 광고와 결합판매 하고 있는 6개 방송(경인·극동·불교·원음방송·EBS·tbs FM)의 광고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지난 1월 방통위 주최의 수신료 공청회에서도 전문가들이 지적한 내용으로, 김충식 부위원장은 “2TV 광고 축소에 이어 검토 의견서에 적힌 대로 2019년 KBS 광고를 전면 폐지할 경우 결합판매를 하고 있는 중소방송은 누가 지원하나. MBC와 SBS가 감당할 수 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분위기다.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은 “정책엔 우선순위가 있다”며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수신료 문제부터 해결한 후 광고 등의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보다 수신료 인상과 KBS 광고 폐지가 우선이라는 태도로, 양문석 위원은 “KBS 광고를 폐지할 경우 미디어렙법과 코바코의 존폐 등까지 모두 문제가 되는데, 최소한의 영향평가도 없이 수신료만 올리면 된다는 식인 것이냐”며 “(방통위가) 생각 없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공론화 이전부터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떠벌리고 다니는 등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며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기본 기능을 포기하고 정권 찬양과 국정 홍보에만 매진하는 KBS에 대한 어떤 개선책도 없이 국민의 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건 파렴치와 몰상식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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