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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떠받치기 정책, 언론도 공범이다

[기획] 부동산 보도 문제점, 선대인에게 듣는다. 정리=최영주 기자l승인2014.03.06 12: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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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바닥쳤다고 한다. 정부는 서민들에게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한다. 깡통 아파트,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신조어는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려가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면서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에 부채질하는 정부와 언론의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그의 저서와 칼럼에서 경고한다. MBC <PD수첩>에서 ‘아파트,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편 등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 문제를 고발한 김재영 PD 역시 책 <하우스 푸어>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한남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재영 PD와 선대인 소장이 만나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선대인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선대인
김재영 :
박근혜 대통령이 1주년 연설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도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을 대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대인 :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상황이다. 시장의 현실은 사슴인데 정부가 앞장서서 말이라고 하니까 언론도 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너무 황당하다. 집값이 바닥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집값 바닥론을 이야기하는 근거 역시 미약한데 그걸로 침소봉대하니까 국민들은 힘든 것이다.

김재영 : 특히 주택매매거래량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다.

선대인 : 1월 주택매매거래량을 보면 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상 최악의 거래량을 기록한 2009년 1월과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로 일시적 거래절벽이 왔던 2012년 1월, 2013년 1월을 제외한 1월 평균 매매거래량(2007년~2013년)은 6만 8612호다. 올해 1월 주택 거래량은 5만 8846호로 평균 이하임에도 오히려 상승한 것처럼 포장하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김재영 : 언론은 거래절벽이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지난 1월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는 건가.

선대인 : 주택매매거래량이 전월(2013년 12월 9만 3188호)과 대비해 올해 1월은 약 36.9% 정도 줄었다. 앞서 말했듯이 거래절벽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대비해서 거래가 급증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양심 불량이다. 정부가 이걸 모를 리 없다. 언론이 전체적인 거래 추세를 보지 못한다 해도 지난 2012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지난해 1월에 거래절벽이 왔던 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눈을 감고 정부 발표를 베껴 쓰다시피 한다. 이건 단순한 시각의 문제나 실수가 아니다. 정부와 언론이 의도를 갖고 담합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김재영 : 언론이 아니라 찌라시 수준이라는 건가.

선대인 : 찌라시는 단순히 루머라고 치부하면 된다. 그러나 이건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자료다. 정부 발표에 따라 언론이 그대로 쓰면 대다수 국민이 믿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김재영 : 정부 발표 통계를 언론이 그냥 받아쓰는 구조다. 사실 정부만큼 언론도 조급한 느낌이다. 보도를 보면 선정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선대인 : 진보·보수언론을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를 꿰뚫어 보긴 커녕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언론이 정권에 장악돼 있어서 알아서 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부 정책을 엄호 사격하는 식의 언론 보도가 잇따른다. 예를 들면 며칠 사이 언론에서 특별하거나 대단한 사건·사고 기사도 아닌데 비슷한 톤의 뉴스가 반복된다. 대표적인 게 분양이 잘 되고 있다는 김포 풍무지구 뉴스다. 일부 지역의 일인데도 전체 상황처럼 과장한다. 이렇게 연거푸 보도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나? 더군다나 ‘떴다방’(무등록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 업자를 고발할 생각은 안 하고 프리미엄이 얼마 붙을 거라는 업자의 말을 그대로 보도하며 서민을 선동한다.

  ▲ 주)온나라부동산 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선대인경제연구소  
▲ 주)온나라부동산 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선대인경제연구소
김재영 :
김포 풍무지구 30평형대 아파트 마감이 임박했다는 문자가 나한테도 자주 온다. 2000년대 이후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는데 그 물량을 앞두고 정부와 언론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선대인 : 다른 곳은 분양이 안 되는데 풍무지구만 갑자기 분양된다는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는 언론은 없다. 신문의 경우 갈수록 광고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광고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광고 매출을 분양 대목이 생겼을 때에 최대한 올리려 기를 쓰는 것 같다. 결국, 정부-건설사-언론이라는 삼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건설업체의 분양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동시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값을 끌어올려서 지지층의 욕구에 부합하려 한다. 건설업체는 올해 상반기에 회사채 물량 만기가 도래하는데, 아파트를 분양하면 비용은 안 나가는 상태에서 현금이 들어온다. 부동산 침체기인데도 올해 2~4월 분양 물량이 2000년 이후 사상 최대로 쏟아지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이렇듯 정부와 건설업계, 언론사가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주택시장 문제는 개선된 게 없다. 더구나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며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재영 :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문제와 가계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이 두 가지는 상반된 목표다. 그러다 보니 정책에 엇박자가 생기지만 언론에서는 지적하지 않는다.

선대인 : 모두 한통속이다. 빚내서 집을 사라면서 가계 부채는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빚을 내서 집을 사면 가계 부채는 악화된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57조원이 늘었는데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한 ‘8·28 전·월세대책’ 이후인 4분기에만 28조원이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계 부채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김재영 : 어제도 끔찍한 사건(2월 27일 보도된 세 모녀의 비극)이 일어났다. 정부가 서민들의 전·월세난이나 렌트푸어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하다.

선대인 : 부동산 기득권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 대책이 나온다. 전·월세 양쪽으로 서민들을 ‘토끼몰이’하는 것 같다. 전세를 사는 사람에게는 빚내게 해줄 테니 집을 사라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해서 월세로 가도록 한다. 서민들 입장에서 고통이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집값을 떠받칠까, 또는 어떻게 하면 기득권층이 유리하도록 하우스푸어가 월세에 기대 버티게 할까 하는 생각밖에 없다. 정부는 그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 생각하겠지만 서민 입장에서 그 속내를 뜯어보면 ‘토끼몰이’로 밖에 되지 않는다.

김재영 : 정부가 주요한 취재원이다 보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선대인 :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 4·1 부동산대책, 8·28 전·월세대책에 이어 지난달 25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도 또다시 부동산 후속 대책이 나왔다. 벌써 5번째다. 이 정부가 얼마나 부동산 정책에 사활을 거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언론이 스스로 언론이라고 자처하려면 냉철하게 정부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논리들이 퍼질 때 이를 검증하는 게 공공성을 띄는 언론의 사명이자 목적이다. 정부 발표 이상의 과장법을 쓰는 보도는 프로파간다다.

  ▲ 김재영 MBC PD ⓒMBC  
▲ 김재영 MBC PD ⓒMBC
김재영 :
한 번은 어떤 기자의 하소연도 들었다고?

선대인 : 부동산 문제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한 곳은 아닌데 (언론사) 윗선에서 정부 시책보다 너무 약하게 받쳐준다고 생각했는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는 식으로 보도하라는 주문이 따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오더가 난 다음에 보도가 노골적으로 변했다. 기자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김재영 : 지금 탐사보도가 아쉬운 시점이다. 탐사보도에서 다루게 되면 집값 바닥론 등 부동산 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날 수 있다.

선대인 : 현장만 제대로 가 봐도 다양한 표정을 전달할 수 있을 텐데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미리 결론을 내놓고 집값 바닥론을 100% 단정하는 듯한 보도만 쏟아지고 있다. 정권에 장악돼 있어서인지, 정치권 인사가 요청하는 건지,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언론사 사장과 임원진이 알아서 기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편향되고, 선동적이고, 최소한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보도를 쏟아낸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김재영 : 정부와 언론이 계속 집값 바닥론을 설파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길 때 향후 어떤 경제적 부담이 생길 수 있나.

선대인 : 가계 부채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지난해에도 57조원이 늘었고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가계 부채가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다 보니 생활비가 모자라게 되고, 결국 생활자금대출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는 제2금융권 등 고금리 대출도 많다.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생긴 생활상의 어려움 때문에 2차, 3차 빚이 늘어나고 결국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부는 문제가 없다, 관리 가능하다는 식의 위험한 발표만 계속하고 있다.

김재영 : 일종의 ‘희망고문’을 하는 건가.

선대인 : 그렇다. 미국의 경우 개인 가처분 소득(개인소득 가운데 소비 또는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 즉 개인소득에서 일체의 개인세를 뺀 나머지) 대비 개인 부채 비율이 2007년 133%에서 지난해 105%로 떨어졌다.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145%에서 약 170%까지 늘어났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134.8%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빚을 가진 사람은 소득 4~5분위 정도의 돈이 있는 사람이라 괜찮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김재영 : 언론이 부동산 보도에 있어서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

선대인 : 언론은 받아쓰기하는 곳이 아니다. 비판 정신을 가져야 하는 언론사 기자가 최소한의 팩트 검증에도 소홀하다는 것은 양식을 넘어서 상식과 양심의 문제다. 양치기 소년도 3번밖에 거짓말을 안 했는데 언론은 수천 번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양치기 소년 역할을 한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정리=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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