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체제’ 회귀…MBC 정상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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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인사 폭 변화 없을 가능성 커…MBC본부, “보도는 ‘탄압’, 편제는 ‘무능’ 인사”

안광한 신임 MBC 사장은 ‘김재철 체제’를 택했다. 김재철 사장 재임 시절 부사장을 맡았던 안 사장은 ‘김재철 체제’ 핵심 인물들을 MBC의 보도·편성·제작 부문의 수장 자리에 앉혔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MBC의 바닥으로 떨어진 방송 공정성과 신뢰성 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MBC는 지난 6일 신임 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에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 김철진 콘텐츠협력국 국장,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보도국 워싱턴지사장, 드라마본부장에 장근수 글로벌사업본부 특임국장을 선임했다.

MBC측 관계자는 “능력과 책임감을 우선 고려한다는 원칙에 따랐다”고 임원 선임 이유를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김재철 체제 굳히기’ 인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불공정 편파보도로 2012년 MBC본부의 파업을 촉발시키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이들이 대거 영전해 MBC의 정상화가 또 다시 발목잡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MBC 부사장에 선임된 권재홍 보도본부장,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경영기획본부장에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 김철진 전 시사제작국장, 드라마본부장에 장근수 전 드라마·예능 본부장

특히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되는 보도본부 수장에 ‘김재철의 입’을 자처한 이진숙 전 워싱턴지사장이 선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재임 시절 홍보국장에서 기획홍보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MBC본부가 공정방송 실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당시 사측 입장을 적극 대변한 강경한 인물로 평가된다. MBC기자회는 “기자의 자격이 없다”며 이 본부장을 제명시켰지만 이 본부장은 “노조의 파업은 불법·정치 파업”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월 “경영진의 공정방송 의무 침해 행위를 저지하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MBC노조의 파업은 합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이 본부장은 불공정 편파보도라는 비판에도 사측 논리를 고수해온 인물이기 때문에 MBC의 향후 보도본부 기조도 현 상황을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MBC 보도국의 중견 기자는 “(인사안은)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됐기 때문에 크게 실망할 일이 아니지만 (보도에 대해선) 달라질 게 없어 암울하고 희망이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도 지난 6일 성명에서 “노조의 저항에 ‘정치파업’이라는 저열한 진영논리의 프레임을 덮어씌운 이진숙이 본부장에 앉았다”며 “선후배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인물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한 건 기자 양심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고 무언가”라며 반발했다.

각 본부별 국·부장급 인사가 남아있지만 보도본부의 인사 폭은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인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보도의 기조뿐 아니라 파업에 참여했다가 업무에서 배제된 기자들의 원직 복귀 등 보도본부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게 내부의 분위기다.

보도본부가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면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편성제작본부의 앞날도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편제본부장에 선임된 김철진 전 콘텐츠협력국 국장이 MBC 내부에선 “MBC의 공정성과 경쟁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김재철의 또 다른 얼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11년 <PD수첩> 부장 시절 ‘MB 무릎기도 사건’, ‘남북경협 중단’ 등 <PD수첩> 아이템을 솎아내며 사실상 검열에 앞장섰다. 당시 <PD수첩>이 다룬 아이템 가운데 권력감시 성격의 비중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 취임 첫해는 권력비판형 주제가 58.9%였으나 2년차 48.8%, 3년차 44.1%로 점차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MBC <기분 좋은 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을 방송에 사용한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 등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MBC본부는 “(김철진 본부장은) <PD수첩>의 잔혹사를 개시했고, PD들의 취재수첩과 책상을 뒤지던 민망한 순간이 CCTV로 공개돼 망신을 샀던 장본인”이라며 “편파와 무능의 대명사격인 인사를 발탁하는 회사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재철 체제에서 승승장구한 권재홍 전 보도본부장이 신임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권 부사장은 MBC노조가 김재철 전 사장의 불공정 편파보도에 맞서 총파업을 벌일 당시 지난 2012년 2월 보도본부장에 선임됐고, ‘김재철 체제 시즌2’라고 규정됐던 김종국 전 사장 체제에서도 보도본부장으로 자리를 보전한 이력이 있다.

특히 권 부사장은 지난 2012년 본부장으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할리우드 액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권 본부장은 노조의 퇴근 저지 시위로 “신체에 충격을 입었다”는 주장을 <뉴스데스크>(2012년 5월 17일자) 리포트로 내보냈다. 이에 MBC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신체 접촉에 대한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 경영기획본부장에는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이 선임됐다. 백 본부장도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주요 보직을 맡았으며 김종국 사장 시절에도 편성제작본부장 수장 자리를 유임 받았다. 백 본부장은 MBC 시사 프로그램의 공영성 훼손과 정치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평가됐지만 자리는 보전 받아왔다.

한동수 MBC본부 홍보국장은 “(본부장 인사) 이름만 바뀌었을 뿐 어차피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인사를 보면 보도본부장은 ‘탄압’, 편제본부장은 ‘무능’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새로운 건 없어도 어쨌든 사측이 새로운 진영으로 굳혀진 만큼 앞으로 노조는 단협, 해고자 복직 등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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