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국정원 압수수색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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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클리핑] 경찰 '짝' 제작진 강압 여부 조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대선 개입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안 돼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국가 정보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유감표명을 직후 이뤄졌다. <한겨레> 1면 기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 증거자료의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의 파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3월 11일자 1면 기사.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은 10일 오후 5시께부터 서울 내곡동의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팀을 국정원에 보내 대공수사팀 등 증거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관련 사무실에서 내부 문건과 내부통신망, 컴퓨터 서버 등의 전산자료, 증거조작 사건 관련 수사기록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에는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 수사팀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지난 주말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날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이 과연 실효성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국정원은 내부 시설이 공개되지 않아 검찰도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지난달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25일 만에 이뤄져 국정원이 관련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궁지 몰린 검찰, 간첩 사건 발표 놓고 ‘물타기’ 논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가 10일 또 다른 간첩 사건을 발표해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신문> 3면 기사다.

검찰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 홍모(40)씨는 중국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와주는 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남한 내 탈북자 동향 등을 북한에 넘길 목적으로 위장 탈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는 지난해 6월 지령을 받고 북한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 탈북 브로커 A씨를 유인·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어 탈북자 및 탈북자 단체, 국정원의 정보세력 등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은 홍씨는 단순 탈북자를 가장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잠입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국정원의 탈북자 합동신문센터에서 위장 탈북한 정황이 적발돼 수사 대상에 올랐고 지난달 11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북한은 위장 탈북자들에게 조사 시 폭행이나 고문이 없으니 조사기간 3개월만 잘 견디면 된다는 점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증거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우성씨의 여동생이 ‘국정원의 강압에 의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보수 언론 간부들에게 기사 청탁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는 국정원이 보수 매체 간부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칼럼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검찰 수사관 이모씨는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에 저장된 파일에서 보수·우파 인사 들의 트위터 계정이 다수 발견됐다"며 "특정 언론사 국장에게 (보수·우파 성향의) 글을 확산시켜달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소속으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을 추적했던 인물이다.

이씨의 진술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소속 김씨의 2012년 12월12일자 이메일 속 메모장 파일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370여개, 이메일 주소, 패스워드 등과 이 정보를 근거로 트윗이 전파된 정황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김씨는 보수 우파 인사들의 계정을 따로 파일에 정리했으며, 이 중에는 '십알단' 운영자로 알려진 윤정훈 목사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또 "심리전단 안보3팀 파트장 장모씨가 2009년 4월 (외부 협력자로 추정되는) 일반인 송모씨에게 인터넷 상에서 보수 성향의 언론사 기사 등 특정 글을 확산시켜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언론사 국장과 보수 우파 성향의 언론사 간부들 여러 명, 특정 연구소 인사 등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이메일에 정리해 전송하면서 선물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3월 11일자 2면 기사.
조선, 의협 집단휴진 시민 불편 강조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의료 등에 반대하며 대한의사협회가 10일 하루 동안 집단휴진을 벌였지만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낮 12시 기준 전국 의원 2만8691곳 가운데 8339곳이 집단휴진에 참가해 휴진 비율이 29.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자체 집계에서는 전체 휴진율이 49.1%로 조사됐다. 집단 휴진을 벌인 10일 시민의 반응을 담은 언론의 보도도 엇갈린다.

한겨레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대한 시민 반응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며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과 원격의료 도입 등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간염을 앓고 있는 이아무개(31)씨는 “간염은 약을 먹어도 완치되는 게 아니라서 병원을 꾸준히 다녀야 하는데, 만일 의료 민영화가 시행되면 병원비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장은 불편하지만 파업의 이유를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가 지난 1월 설문조사업체 갤럽에 맡겨 전국 만 19살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3%가 ‘의료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가 2010년 전국 65개 병원에서 환자·보호자 4705명에게 벌인 설문조사에서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사람은 76.7%였다.

<조선일보>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온종일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없었으나 일부 환자의 불편은 피할 수 없었다”며 의협이 집단휴진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시민 불편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부산·제주·경남 지역 의사들의 참여율이 높아 이 지역 동네 의원은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며 ”의협은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24일부터 6일간 전면 휴진에 다시 들어간다는 방침이라, 환자들의 추가 피해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한국일보> 3월 11일자 2면 기사.
경찰 SBS ‘짝’ 제작진 강압 여부 조사

SBS 예능프로그램 <짝> 여성 출연자 전모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제작진의 촬영 과정에서 모멸적, 강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10일 “고인의 유서 내용과 정황을 종합할 때 자살로 추정된다”면서도 "녹화 영상 내용 전량을 면밀히 분석해 강요나 협박, 모욕 등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방송 출연 이전 전씨의 개인적 신병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자살 동기를 밝힐 방침이다.

경찰은 앞서 전씨 사망 전 모습이 담긴 2시간20분 분량의 영상과 휴대전화 통화기록,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확인한 결과 전씨가 촬영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힘들어한 부분은 확인됐지만, 강압적인 내용이나 구체적인 자살 동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애정촌에서 많은 배려 받았다'는 내용이 있는 등 방송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며 "그러나 통신자료 분석에선 전씨가 짝이 맺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자신을 조명하자 부담감을 가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남은 통신자료 분석을 마무리하는 한편 SBS에서 촬영본 전량을 제출받아 전담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드라마 제작사 노골적인 협찬 “책 홍보에 5억원”

<한겨레>는 지상파에 방영 예정인 드라마의 제작사가 여러 출판사에 협찬 등을 제안하며 수억원대의 제작지원금을 요구한 제안서를 공개하면서 노골화하는 제작지원금 문제를 짚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ㅈ프로덕션의 ‘수목 미니시리즈 제작지원 제안서’엔 “5억원을 주면 전회 간접광고를 해주고 주·조연의 직업으로 설정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제안서는 제작지원금으로 ‘출판사 5억(VAT 별도)’을 명시한 뒤 ‘(해당 책이나 출판사 관련) 에피소드 5회, 간접광고 전회, 주·조연 직업으로 설정, 전반적인 메인 배경 사용, 제작지원 표기, 보도자료·홈페이지를 통한 홍보’ 등을 약속했다.

ㅈ프로덕션은 간접광고를 망설이는 출판사에 “출간할 책의 표지를 먼저 주면 그 표지를 드라마에 노출한 후 종영 뒤 출간을 하게 되면 홍보가 조금 더 극대화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이미 정해진 큰 틀의 주제는 있으나 출판 예정인 책의 스토리대로 변경은 가능”하다며 책 홍보를 위해 드라마 내용까지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는 오는 8월부터 SBS에서 방송될 수목 미니시리즈 <괜찮아, 사랑이야>다. 인기 작가인 노희경씨가 극본을 쓰고 주인공에 톱스타 조인성·공효진씨가 확정됐다.

제작사 쪽은 출판사에 드라마의 줄거리와 각종 배역을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에피소드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드라마 간접광고는 1억원을 들여도 책이 드라마 내용과 맞지 않거나 시청률이 낮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곤 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제작사들이 먼저 줄거리를 알려주고 출판사에 책을 추천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다 보니 홍보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ㅈ프로덕션 관계자는 “간접광고의 경우 에스비에스는 회당 3000만원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전회 간접광고를 포함하는데다 작가 겸 출판사 사장인 주인공의 ‘직업’까지 활용이 가능해 제작지원금을 5억원으로 책정했다”며 “현재 여러 출판사가 관심을 보여 가격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2년 새 이런 방식이 업계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드라마 노출 경쟁’이 출판시장을 흐릴 수 있는데도 출판사들이 제작사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드라마셀러’의 위력 때문”이라며 “3월 둘쨋주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비룡소 펴냄)이 3주 연속 1위다. 2009년 출간돼 5년 동안 1만부가 팔렸던 이 책은 드라마에 노출된 뒤 석 달 만에 17만부가 팔려나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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