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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감싸 안은 언론, 증거 조작 가담자”

[인터뷰] 간첩 증거조작 1년간 추적한 최승호 <뉴스타파>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4.03.12 1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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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간첩으로 지목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한 증거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정국을 흔들고 있다. 간첩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사진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1심에서 드러난 데 이어 2심에서는 중국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정원은 이미 위조 사실을 알았다는 증언도 나와 사실상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그동안 침묵하거나 오히려 국정원을 감싸며 ‘물타기’를 했다.

이번 사건을 1년 가까이 추적하며 실체를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최승호 <뉴스타파> PD(MBC 해직언론인)는 “사사건건 불법을 일삼은 국정원을 눈감아 준 보수언론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최 PD는 취재를 통해 최근 증거 조작에 중국 현지 영사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또 한 번 탐사보도의 힘을 보여주었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  
▲ 최승호 <뉴스타파> PD.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최 PD는 “국정원이 일탈하면 언론이 하지 말라고 회초리도 들고 비판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정원의 부모 역할을 하며 계속 감싸 안아 왔다”며 “이러한 언론의 태도가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은 언론이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언제든 이러한 조작을 통해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4월, 오빠가 간첩이라던 유 씨의 여동생 가려 씨의 증언이 국정원에 의한 거짓자백이었음이 밝혀진 기사를 본 최 PD는 과거에나 있을 법한 간첩 조작 사건의 부활이라는 데 심각성을 느꼈다.

최 PD는 “국정원은 간첩이 있어야 먹고 사는 조직이다.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종북 논란과 이로 인한 이념 논쟁을 일으켜야 한다”며 “여기에 화교 출신 탈북자인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 눈에 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언제든 누구나 국정원에 의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이후 <뉴스타파>는 국정원과 검찰이 1심에서 핵심 증거로 내놓은 유 씨의 여동생 가려 씨의 증언과 유 씨가 북한에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사진 증거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당사자와 전문가를 찾아 확인하는가 하면(2013년 7월 11일 보도) 2심에서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문서가 위조됐음을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2013년 12월 6일 보도).

또한 지난 2월 20일 위조 증거에 국정원 파견 추정 영사가 깊이 관여된 사실과 지난 7일 국정원이 이미 지난해 문서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하는 등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증거조작 사태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미 위조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니라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여당도 국정원 편들기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침묵하니 언론도 자연스레 사건을 외면했다.

최 PD는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유우성 씨의 간첩 논란을 다루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뉴스타파>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많은 사람이 보지는 못 한다”며 “만약 MBC <PD수첩>에서 했으면 더 많은 국민이 조작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 20일 <뉴스타파>가 단독 보도한 “위조 증거에 국정원 파견 추정 영사가 깊이 관여” 중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에 첨부된 이 모 영사의 ‘영사확인서’ ⓒ뉴스타파  
▲ 지난 2월 20일 <뉴스타파>가 단독 보도한 “위조 증거에 국정원 파견 추정 영사가 깊이 관여” 중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에 첨부된 이 모 영사의 ‘영사확인서’ ⓒ뉴스타파
지난해 9월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에서 한 번 다뤘지만, 그나마도 재판 중인 사건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최 PD는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현실을 지적했다. 최 PD는 “박근혜 대통령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그 앞에서 백 번이라도 절을 할 사람을 방송사 사장으로 앉혀놓다 보니 대통령이 싫어할 만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그 속에서 언론인들 역시 복종할 것이 아니라 항의하고 압력 사실은 다른 언론에 알리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공방으로 이어졌던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은 최근 자살을 기도한 김 모 씨 등 국정원 정보원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유감을 표명하며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직후 검찰은 바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최 PD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언론이 계속 보도하며 밀어붙여야 한다”며 “언론이 계속 제 역할을 못하고 검찰과 법원이 국정원의 눈치를 본다면 대한민국에 진정한 자유는 없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그러나 단순히 국정원의 이야기를 받아쓰는 식의 보도는 오히려 국민의 판단을 흐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 PD는 “사실에 의거해 보도하지 않으면 이념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충분한 취재와 팩트에 대한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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