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출연자 발언 공정성 심의 패소, TV조선 문제 안 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조선, 野 의원에 ‘죄질’ 등 표현에 경징계…與 방심위원들의 ‘자기모순’

야당 국회의원에 대해 ‘죄질’ ‘후안무치’ 등의 표현을 사용한 TV조선 <낮 뉴스1>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4조(객관성) 위반했다는 무더기 민원 제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출석해 “표현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TV조선의 주장에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동조하며 “(문제의 발언은) 출연자의 의견일 뿐으로, 법원도 CBS 관련 재판에서 출연자가 낸 의견에 대해 우리(방심위)가 제재를 한 데 대해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CBS에 대한 법원 판결엔 불복하면서 TV조선에 대한 제재를 피하는 데 CBS 사례를 이용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는 TV조선 <낮 뉴스1>과 관련해 서면진술 포함 의견진술 안건만 9개가 상정됐는데, 특히 문제가 된 건 지난해 12월 11일 방송 당시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 발언과 관련해 진행한 대담 코너다.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과,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공안 통치와 유신 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중략)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新) 공안통치와 신 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한 양승조 의원의 발언에 대한 대담이었다.

대담을 시작하며 <낮 뉴스1>의 엄성섭 앵커는 “양승조 의원이 오늘 아침에도 기자회견을 했는데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청와대의 반응은 명백한 과잉반응이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한글을 읽으시잖아요. 잘”이라며 대담자인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에게 “양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세요…(중략) 우리가 한글을 잘 못 읽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라고 질문했다. 또 윤슬기 앵커는 또 다른 대담자인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에게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의원, 누구 발언이 더 죄질이 나쁩니까?”라고 물었다.

▲ 2013년 12월 11일 TV조선 <낮 뉴스1> ⓒTV조선
또한 대선 불복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대담자 가운데 한 명인 박상현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의원이 등장할 땐 신사 그런 게 있었는데 (대선 후) 1년을 거치며 내공이 세졌다. 정치인의 내공 중 후흑(厚黑)이라는 게 있는데, 얼굴이 두꺼워지고 마음이 새카매지는…”이라고 말했고, 이에 엄성섭 앵커는 “후안무치해지는 거죠”라고 단정하며 크게 웃었다.

이어 박 평론가는 “후안무치라기보다, 후흑학이라는 게 있는데 (문 의원이) 후흑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말을 좀 자주 바꾸고 (낯이) 두꺼워진 측면이 있다…(중략) 말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두껍고 검어진 측면이 있다. 직업 정치화 되는 것인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좋아 보이지 만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최병묵 편집장은 “문재인 의원의 태도로 ‘대선 불복’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죄질”, “후안무치” “대선불복” “말을 자주 바꾸고 (낯) 두꺼워진, 검어진 측면이 있다” 등 진행자가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은 단어 사용을 하고, 출연자 또한 명예훼손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 등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이수연 TV조선 차장은 “표현상 문제가 있긴 하지만 공정성 등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정성 등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장낙인 위원(야당 추천)의 질문에 이 차장은 “예를 들어 공정성 부분을 얘기하기 위해선 양승조 의원의 발언이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양 의원의 말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암살당할 수 있다는 단어를 쓴 것이기에 그 말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차장은 다만 “(윤슬기 앵커의) ‘죄질’이라는 단어 사용은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의원에 대해 ‘후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이 차장은 “초선 의원인 문재인 의원이 정치인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폄훼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후흑이라는 단어의 뜻은 ‘두꺼운 낯가죽과 시커먼 속마음’으로 뻔뻔하고 음침하며 음흉하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없는 단언인 것이다. 그러나 이 차장은 엄성섭 앵커가 “후안무치해지는 거죠”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만 ‘표현상’ 문제를 인정했다.

문재인 의원을 대선 불복의 중심으로 표현한 데 대해서도 이 차장은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문 의원이 불공정 얘기를 꺼내는 건 그리(대선불복으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도 “대선 불복이 아니다”(2013년 10월 23일)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일련의 답변에 장낙인 위원은 “당사자인 문 의원이 대선 불복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TV조선이 계속 대선 불복 프레임, 종북몰이라 하면서 대선불복이라고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이렇게 보수 일색으로 패널을 구성하고 이렇게 구성한 패널들이 일방적으로 (대선 불복이라) 몰아가는 얘기를 해놓고 공정성 위반이 아니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문장을 하나씩 떼서 보지 말고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며 비하성 단어의 사용이 문제될 게 없다는 TV조선 측의 태도에 대해 “아무렇게 얘기 다 해놓고 끝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TV조선의) 태도 역시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출연자 발언 공정성 심의 불가?” CBS 재판 불복하고선 TV조선 제재 수위 경감에 활용 ‘논란’

그러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표현상의 문제일 뿐 공정성 등의 위반은 아니라는 TV조선 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엄광석 위원은 “두 의원(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을 주제로 삼은 것이니 이 정도 방송된 건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 위원은 “다만 앵커가 ‘우리가 한글을 잘 못 읽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등의 발언을 하는 건 비아냥으로 읽히고 ‘죄질’ 등의 표현도 (방송심의규정의) 품위유지 문제에 걸린다”라고 덧붙였다.

권혁부 부위원장도 진행자의 단어 사용에 대해서만 품위유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며, 문재인 의원에 대한 ‘후흑’ 표현에 대해선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일련의 발언에 장낙인 위원이 “이런 게 공정성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중에 다른 사안에 대해 어떻게 공정성 심의를 할 건가”라고 따지자, 권 부위원장은 “출연자가 의견을 말한 데 대해 우리가 공정성 조항을 적용했다가 소송에서 졌다”며 CBS <김미화의 여러분>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TV조선 역시 출연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인데 여기가 (우리가) 공정성을 제기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이날 회의에 참여한 여권 추천 위원 3인이 낸 ‘의견제시’(행정지도성 조치)를 최종 제재수위로 결정했다.

그러나 권 부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제재는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 상고를 제기한 상황이다. CBS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복한 상황에서, 해당 판결을 TV조선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는 근거로 활용한 모순적인 태도일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박창신 신부 인터뷰를 하고 관련 소식을 전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9>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강행했던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