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특화 종편 궤변에도 “묻지마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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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 과락없이 모두 재승인…심사 소견과 다른 심사 결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TV조선·JTBC·채널A,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에 대한 재승인 의결을 19일로 미뤘다. 그러나 17일 방통위 전체회의 보고에 따르면 종편 3사 등은 과락 없이 모두 재승인 기준선인 650점을 넘겨 무난히 재승인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승인 심사위원회(위원장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에서 종편 3사의 공정성과 공적책임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앞서 방통위에서 모든 종편에 대해 강도 높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 등을 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재승인 합격증 남발”(유승희 민주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성 지적하고 공정성 합격= 방통위에 따르면 재승인 심사위 평가 결과 4개 방송사업자(종편 3사·뉴스Y) 모두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겼을 뿐 아니라, 과락 또한 없었다. 핵심 심사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항목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승인 심사위의 심사 의견 종합 소견에선 종편 등 4개 사업자에 대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실현을 위한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 사업자별 주요 평가 의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TV조선의 경우 “보수 성향 출연자가 많아 보도 공정성과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승인 심사위는 채널A에 대해선 “시사·보도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 섭외가 편향적이며 방송에 부적합한 저급한 표현을 사용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저해한다”, “동일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방송심의 제재를 받음에도 문제를 일으킨 프로그램이 현재 계속 방송되는 등 자체 심의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등의 지적을 했다. JTBC에 대해서도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전·사후 심의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시청자 불만이나 방송심의규정 위반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편이 불공정·편파·왜곡 등 몰상식한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김대중 전 대통령 간첩 주장’(채널A <이언경의 직언직설>) 등이 대표 사례다.

▲ 사진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 ⓒ노컷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지난달 7일 종편의 ‘막말 방송’을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방심위에 따르면 종편 관련 시청자 민원은 2012년 252건에서 2013년 739건으로 급증했고, 이 중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402건으로 전체의 54.4%를 차지했다.

특히 2013년 종편 프로그램은 방송심의규정의 ‘품위유지’, ‘명예훼손 금지’, ‘방송언어’ 등의 조항과 관련해 54회 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2012년 30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익성 등에 있어 종편의 무책임한 현실을 방증한다.

지난 3년 동안 종편이 보이는 행태와 재승인 심사위의 평가 소견과도 다른 평가점수에 대해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TV조선과 채널A 등에 대한 심사위의 지적만으로도 방송의 생명인 공공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인데, 무슨 근거로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절반 가까운 보도 프로그램 비율도 문제없음= 또 다른 핵심 심사항목인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에서도 의문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종편들은 이 항목에서도 모두 합격점을 받았는데, 재승인 심사를 위해 종편들이 새롭게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논란은 남는다.

재승인 심사 직전인 2월 28일 방통위에서 공개한 2013년 종편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TV조선(사업계획 24.8%→이행실적 48.2%)과 채널A(사업계획 23.6%→이행실적 43.2%)는 보도 프로그램을 사업계획에서 적시한 것보다 두 배 더 편성하고 있었다.

TV조선과 채널A는 2012년 이행실적 점검에서도 보도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각각 24.8%, 23.6%로 적어냈지만, 실제 35.9%, 34.1%를 보도로 채운 것으로 확인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재승인 심사위가 종합 소견에서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다”고 지적하고, 사업자별 주요 평가 의견에서도 “종편채널로서 균형 있는 편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TV조선)고 꼬집은 이유다.

심사위의 일련의 소견은 이들 종편이 말 그대로 ‘종합편성’을 하는 채널답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그러나 이들 종편은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에서 모두 합격선을 넘었다. 그간 보도 프로그램 과다 편성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마다 ‘보도에 특화된 종편’이라는 주장을 했던 TV조선과 채널A가 방통위에 제출한 새로운 사업계획서에서 보도 프로그램을 비중을 많게는 40%대까지 올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종편들은 보도 편중 등에 대한 시비를 차단하려 아예 지난해 이행실적에 맞춘 편성계획을 내놓고, 심사위는 종편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보도 프로그램에 치중하는 편성을 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해 놓고도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높인 사업계획서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높인다는 건 종편의 설립 취지인 미디어 다양성 확보와도 동떨어진 것일 뿐 아니라, 방통위가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창조방송 구현”, 즉 한류를 이끌 창의적 콘텐츠 생산과도 거리가 멀다.

한류의 중심엔 예능·드라마 등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 프로그램에 매진하겠다는 방송에 정책 당국이 긍정적인 사인을 보낸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승인 심사에서 콘텐츠 투자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향후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JTBC와 달리, TV조선과 채널A는 새롭게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콘텐츠 투자 액수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TV조선은 사업계획에서 1609억원의 콘텐츠 투자를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414억원(25.7%)을 투자하는 데 그쳤고, 채널A도 1872억원을 계획하고도 493억원(26.3%)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문석 방통위원은 “종편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충식 부위원장도 “(방통위) 사무국에서 선정한 보수 성향 심사위원들로 가득 찬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상임위원들에게 그저 법적으로 완성해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미진한 심사 결과를 그대로 의결한다면 퇴임 후에도 손가락질 받을 게 분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재승인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를 방통위원들이 무위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 일부에 변경이 있을 뿐 전체 결과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종편국민감시단은 “3년 전 종편을 무조건 승인해 준 방통위가 문패(정권)만 바꿔달고 조·중·동 종편에 대해 무조건 재승인을 허락했다”며 “2기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절차는 최소한의 규제 질서도 반영되지 않은 종편이 ‘정권의 도구’임을 공히 밝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이번 재승인 심사 계획서에서 밝힌 50%에 육박하는 보도편성에 대한 지적에 ‘시사·보도를 특화시키는 종합편성채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며 “이는 지방선거에 대놓고 편파 보도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사회악’ 종편 퇴출을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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