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스캔들’로 마감한 2기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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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인 심사에서도 보도 과다 편성 용인 ‘특혜”…언론단체 “더이상 특혜 불필요”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재승인 심사에서 합격 기준선인 650점을 가뿐히 넘기면서 생존을 위한 3년의 시간을 더 벌었다. 지난 2011년 승인 당시 신생 매체라는 이유로 종편에 온갖 특혜를 챙겨줬던 방통위는 4년 후 진행한 재승인 심사에서도 종편의 사업계획 불이행에 눈을 감고, “보도채널과의 양다리”라는 정체성 부정에도 유명무실 ‘조건’을 붙여 종편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종편 특혜 체제 2기가 열린 것이다.

이번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는 결과적으로 종편에 편성 특혜를 부여했다. 승인 당시 약속을 어기고 보도 프로그램을 과다 편성해온 TV조선과 채널A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앞으로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써냈음에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즉, 재승인 심사항목 중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정성’(160점) 항목에 들어있는 ‘기획·편성의 적절성’(70점) 평가에 합격점을 줌으로써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채널화’를 용인, 편성에서의 특혜를 부여한 셈이다.

▲ 언론인권센터는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TV조선과 JTBC, 채널A 등에 대한 재승인 심사 관련 자료 일체의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공개청구 요청을 했다. ⓒ언론인권센터
2011년 승인 당시 TV조선은 보도프로그램을 3년 동안 연평균 24.8% 편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8% 편성했으며 이번에 새롭게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선 5년 동안 연평균 41.8%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채널A도 승인 당시엔 보도프로그램을 연평균 23.5% 편성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33.1% 편성했고,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31.8% 편성하겠다는 계획서를 새롭게 제출했다.

그간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프로그램을 과다 편성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김대중 전 대통령 간첩설 등 사실을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재승인 심사위원회가 종합 소견에서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다”고 지적하고, 사업자별 주요 평가 의견에서도 “보수 성향 출연자가 많아 보도 공정성과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TV조선), “시사·보도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 섭외가 편향적”(채널A) 등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통위에서 이들 종편의 재승인을 의결, TV조선과 채널A가 대놓고 보도채널과 양다리를 걸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가장 높은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써낸 TV조선에 대해 방통위는 “종편의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높은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에도 문제없다며 합격점을 주고선 권고를 하는 일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권고도 비판 여론을 의식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게, TV조선이 향후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방통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행을 촉구하는 것뿐이다.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는 시정명령을 불가능한 것이다. 재승인 심사로 면죄부를 받은 상황에서 종편들이 방통위 권고 하나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종편들은 “오락에 치우쳤던 방송시장이 종편 뉴스의 대폭 강화에 힘입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조선일보> 2013년 12월 3일)며 승인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 대신, 잘못된 행동을 옳다고 우기는 수석침류(漱石枕流)의 태도를 보였다.

재승인 심사에서마저 종편들이 특혜를 챙기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언론·시민단체들은 말하고 있다. 종편은 승인 당시 신규매체라는 이유로 지상파 채널과 가까운 ‘황금채널’을 배정받고, 의무재송신과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유예 등의 특혜를 받았다.

더구나 종편들은 올해 초 종편을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하는 종합유선방송(SO) 사업자들로부터 거액의 수신료를 받기로 해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종편 등 케이블TV에 지상파의 디지털방송 송출방식인 8VSB(8레벨 잔류 측파대)를 허용하면서, 종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지상파 방송과 동등한 화질로 제공될 수 있게 됐다.

언론노조는 종편 재승인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권의 전폭적인 비호를 받으며 생명 연장에 성공한 종편들은 그동안 누려온 말도 안 되는 특혜들을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수해야 할 특혜로 △황금채널 배정 △8VSB 허용 △의무재송신 △방통발전기금 면제 등을 지목했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하고 있다. 재승인 의결을 앞두고도 사무처로부터 세부 항목별 심사 자료를 받지 못하면서 부당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의결을 거부했던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의결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방통위가 심사 배점과 기준, 심사위원 구성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25일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회의록과 심사자료 일체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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